☆ 투표 1. 물에 빠져 죽을래 2. 불에 타 죽을래 3. 맞아 죽을래
이중 무언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단다. 그리고 그 선택의 책임은 내게 있다고 한다.
선택을 포기해도, 다른 다수에게 선택된 하나에 대한 책임도 내게 있다고 한다. 이래 죽든, 저래 죽든, 내가 선택한 하나로 죽는 게
덜 비참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무효표가 되지 않을 만큼 흐리게 흐리게 찍으련다.(펌/유머치곤 좀은 서글픈,)투표 날, 남편이 집에 안온다기에 얼른 투표를 끝내고 위문공연차 스케줄을 꼬아 각별히 지내던 부부를 특별손님으로 정중하게 모시고 집을 나서서 중도에 남편을 픽업해서는 제부도로 향했다. 어차피 술을하게 되면 운전은 불가하니까~
남편끼리는 개띠동갑 그녀는 한참 아래 원숭이띠,그 집은 나이깨나 차이가 나는 집이다.그녀의 남편은 악당(악성당뇨)에다 근간에 온 뇌경색증으로 말도 어눌할 뿐더러 가끔 한번씩 접촉 안 되는 전구처럼 깜빡거린다. 우리들에겐 아마도 이번 여행이 마지막인 듯.. 좀 무리다 싶게 그는 뒷좌석에 아예 누워 버렸다. 출발 전 나는 인터넷으로 뒤져서 간조와 만조시간을 알아내고 서해안고속도로에서 빠져나가는 비봉IC와 306번 309번 국도를 익히고...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잘 찾아가긴 했는데...
제부도 근처에 다 왔지 싶은데서 차가 영 빠져주질 않는다. 으레 정체되는 곳에 보이는 뻥튀기 아저씨를 불러 뻥튀기를 하나 팔아드리며 물었다. "왜 이리 안가지요?" "아~~ 물길이 곧 트이면 곧 이예요 곧~~" 정말 그랬었다. 근데.. 잡지에서나 예전 tv에서 보던 제부도 풍경이 전혀 아니다. 바다로 난 길, 도로가 생겨 다리난간에 다닥다닥 붙은 굴 딱지만 없다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네 사람 모두 제부도 길엔 초행이었다. 한 십 여년 전,두 집 가족이 여름휴가로 막 알려지기 시작한 제부도를 함께 가고자 화성군청에다 전화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당시 군청직원 응답이 너무 웃겼었다. "여기요? 오지 마세요. 뭐 볼 것 있다고... 개펄밖에 없어요." 그 군청직원 아마도 제부도 부근 땅은 한 자락도 차지 못했을 터라며 우린 배를 잡고 웃었다. 아무 것도 없다던...십 여년 전과는 달리...행락 인파로 길이 메이는 관광지로 변모해 있었다. 미리 알아둔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는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 집을 찾아 들었다.차일을 치기 위해 피켓을 박아둔..줄에 넘어질까 두려워 그녀의 남편을 보살피며 뒤 따르는 내 남편,
어둔한 그녀의 남편을 바라보며 "아..마지막 여행이구나"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한 이십 년 가까이 마치 친동기간처럼 지내온 우리 두 부부들...
약간의 취기가 오르자.. 그런 자리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 곳을 나왔고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해당화와 분꽃나무를 렌즈에 담아보다가 ..일몰에 접어드는 하늘을 보다가...어느새 물이 많이 빠져나간 뻘을 보며 감기기운이 좀 있었지만...들어가고 싶었다. 멀리 보이는 드러난 작은 바위섬..꼭대기 그 위에 진달래가 한 무더기 을씨년스럽게 붉디 붉게 얹혀있었다.
오늘은 밤늦게 까지 계속 간조상태란다, 물이 빠져 있으니.. 개펄에서 놀다가 좀 있다 가면 좋을 텐데... 남편은 걱정해주는 듯 "당신은 감기기운 있어서 안 된다"고 지레 못을 박는다.
난, 그 곳으로 가고싶은데...뭔가 맞지가 않다.
분위기만 형성되면 애주가가 되는 내 남편.....늘 운동부족이라 약만 올리지 말고 이럴 때..함께 동행해준다면 좋을 텐데, ....그냥...혼자 저기를 가버릴까?
아무도 운전 할 사람 없으니.... 그냥 혼자 가버려? 혼자 그런 갈등 속에..아쉬운 시간만 다 보내버렸다. 모두를 (낙조도 모르는 환자와 취객들)담아 싣고 나오는 길에 눈물겹도록 멋진 일몰의 장관이 막 시작되는데... 난, 어쩌지 못하고 지는 석양만 아쉬운 듯 뒤돌아 보며...보며,,,나와야 했다.
제부도,
물 빠진 포장된 도로를 잘 달려서 갔다 나오니..당췌 실감이 나질 않는다.
다음엔 필히 기다렸다가 모세의 기적, 홍해처럼 갈라지는 바다를 두 눈으로 확인하리라~
............................
등산보다는 산행이 더 좋은 나, 과정을 더 즐기려는 나,
사실..나는 언제나 자극적인 것은 무엇이든 싫다.
온화, 부드러움...그런 것이 더 좋다.
남편도 그래서 선택한 사람이지만...딸도 하나 없는 고명아들인지라,
외려 언제나 보호받고 위로 받으려드는 그, 그 아내인 나는 매사가 무지 힘든다.
한 이태 전, 어느 날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났다.
누워서..자고 있는 남편 모르게.. 끙끙대다 이내 괜찮아졌다.
분명 쥐는 아닌 것 같고 그 다음부턴 좀 힘이 들 때마다 한번씩 잊을라치면 그런 증세가 왔다.
그 주기는 짧아지고 통증은 조금씩 길어졌다.
아플 동안은 왼쪽 무릎이 오그라진 채 펴지질 않는 것이다.
지난 가을 대둔산 갈 때, 별 것 아니라도 준비하느라 신경이 쓰였는지...
새벽에 그런 증상이 왔다.
그 때서야 나는 비로소 그 게 탈골이 아닌가 생각되어졌다.
집을 나서면서 그제야 얘길 했더니.. 남편왈, "그러게 평소에 운동 좀 하지~"
단 한마디 뿐~막내 넘은 그래도 낫다,
"엄마, 그래서 산에는 어떻게 가신다고 그래요?"
그리고는..또 잊고 있었는데.. 4월 초순 연휴에 계주가 되어서 시골집에 가서 친목계를 하려고 모든 준비를 해서 떠나려는 날 아침... 5분간의 통증이 있었다.
일어나서 아침상을 차리려는데.. 등으로 아주 심한 담이 붙어서 수저도 들 수 없었다.
그날, 길 나서서 여섯시간의 운전에 난, 아픈 몸으로도 두 시간을 보태야만 했다.
친구들만 만나면 너무 좋아서 그런지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그를 위하여....
계속.. 일이 많아 좀 무리를 한데다가 4월17일 토요일 날은 아주 햇살이 좋아 ..이사 전 바빠서 그냥 넣어둔 돗자리 두 개를 꺼냈다.
하나를 씻고 두개 째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탈골이 되었다.
쪼그리고 앉아 탈골은 처음인지라... 아이들이 놀라 달려왔지만 아무에게도 손 못 대게했다.
조금만 움직여도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른쪽 발은 쥐가 나고...아이들은 119를 부를까 했지만... 엉거주춤해서 아무렇게도 움직일 수 없는 자세~~아이들 말로 딱 15분간이라 한다.
어찌 어찌하다 보면 거짓말처럼 다리가 펴진다.
나는 너무 힘들어서 씻던 돗자리 비눗물 위에 누웠다.
정신을 차린 후에야 아이들 등쌀에 못 이겨 병원에 실려갔다.
옷은 대충 갈아입었지만 얼굴은 울어서 엉망이고...
"선생님.. 저, 습관성 고관절 탈골인 것 같아요"
"예 맞군요, 그러나 정밀 검사를 해야합니다. 왜 그런지.. 자주 그런 일이 있으면 수술도 해야합니다."
근육이완제, 매우 아픈 주사 한 대 맞고 왔는데도 담날 아침 여지없이 등에 그닥 반갑지도 않은 담이 붙는다.
그 사실을 늦게 안 남편, "그러게 진작에 살 좀 빼라니깐~~"
예약된 2차 진료 병원도 오늘 늦게 출발한데다.. 사고로 차가 막히는 바람에 오전 진료를 놓쳤더니...
이젠 그 박사님(고관절).. 학회가시고 2주 후에나 오신다네,
"으이그..한 보름동안 살살 아껴 쓸 수 밖에"
남편, 그래도 걱정은 되는지.. 여러 번 전화에, "더 큰 다른 병원에 가봐~"
정말 두 집 부부들이 서로 이렇게 안 어울릴 수가?
체구는 작지만 다부지고 건강하고 술을 좋아하는 그녀와 내 남편,
크지만 물컹한, 화투에 빠진 그녀의 남편과 컴퓨터에 빠진 나,
부부는 성격이 같으면 다툼이 많다고 했던가?
아니 아니.. 그러게~ 이 게, 더 잘 어울리는 것인가?
저요? 그냥 이케 살다 죽을래요.
ㅎㅎ~
음악 (Secret Garden - prom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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