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구이
 
 
 
어버이날에 즈음하여,
 
딸아 지난번 엄마의 요리편지(생선: 조기와 부세 감별법)에서 이미지를 다 날려버리고
그래서 그림으로 급조했었지. 아무튼 한 개라도 정확하게 짚어가며 설명하고 싶었는데..
마침 오늘은 조기새끼가 아주 많이 나와있더구나
다른 생선들은 새끼일 때는 다른 이름도 곧잘 붙더니만
작은 조기는 새끼조기란 이름이 참으로 민망하다만...
요즘 때 아니게 조기새끼가 쏟아지는구나.
작은 아이스박스 하나로 10,000원이란다. 26마리에
난 오천 원어치만 달라고 했다.
냉동 조기새끼 13마리를 사가지고 와서는 물에서 해동시켰다.
그런 후 아가미를 젖히고 아가미와 내장을 빼내는데.. 큰 게 아니라
조기가 더러 머리가 찢어져 볼 상 사납더구나.
머리를 아예 떼어내고 ..실은 어두일미라지만 조기처럼 먹을 게 없는 건 드믈다.
 
생선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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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이야기 하나 하고 가마~

생선을 어렵게 사오면 옛날엔 각각 개인상을 차려야 하므로
할아버지 상에 손자정도는 마주 앉아도 되지만
손자가 철없이 할아버지 찬을 건드릴까 보아
손자도 떼어내는 게 상례였단다.
 
 
항상 어머니 몫은 아마도 없거나 생선 대가리 부분뿐이었나 보다. (아주 옛날에)
철없는 아들, 다 자라서 전남 어디 해안가로 벼슬길에 올랐는데...
어느 날, 한양 계신 어머니가 보고픈지라..
어머닐 기쁘게 해드린다는 것이 굴비대가리만 한 가마니를 지워서 먼-길을 보냈더란다.
기실은 조기머리란 작은 모래 같은 뼈가 씹혀서 기분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이 어머니.. 그 물건 받아보고 얼마나 낙심하였을 고?
그래서 무슨 고을을 다스릴 원님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하여....
 
 
 
어버이날 이야기 또 하나...
 

옛날 자식이 없어 치성을 드리다가 늦게 본 아들...
얼마나 귀했을까?  군것질 거리도 없었을 시절이니..
할머니는 아들을 먹이기 위해 해마다 독 안에다 감을 보관했더란다.
그 감은 연시가 되고..
그 연시를 즐겨먹는 아들.. 좀 자라자 엄만 왜 홍시 안 잡숫지? 하고 물었더니
"나? 난 홍시 싫어해"
그러구러 세월이 흘러 아들은 장성한 어른이 되었고 그 어미는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이도 다 빠졌더란다.
얼마나 홍시 같은 물렁한 것이 먹고 싶었을까?
근데.. 늘 홍시를 간식으로 먹여 키운 아들 넘,
엄마가 얼마나 드시고 싶어했던 홍신 데도 잡숴보란 말 한마디 없이 늘 어미 앞에서
홍시만 즐겨 먹더란다.
 
그래서 말이다. 
딸아 네가 시집가면.. 엄마 클 때와는 전혀 다르겠지만..
행여 홍시 못 얻어먹을 노인은 되지 말아야한다. 엄마도 맛있는 것은 먹을 줄 안다는
것을 가르치고
문제는 분배 메커니즘의 효율성?을 알면 덤으로 효자가 만들어진다.
니꺼 내 꺼가 없는 세상이 어찌 보면 원만해 보이겠지만.. 형님이 대통령 됐다고,
동생이 대통령이라고 자기 것도 아닌데 나서는 이치도 같은 것이다.
이 것은 어머니 몫이다. 요 것은 동생 몫이다. 나눠서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옛날 어머니들의 교육으론 내세의 아이들에게 효를 가르치기엔 그 방식을 달리해야만
한다.
자식이라면 끕뻑 죽는 어머니보다. 냉철한 어머니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
궤변인지 몰라도 나는 그리 주장한다.
해서 콩 한 개라도 먹을 게 있으면 뭐든 부모님부터 생각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한다.
설령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라도...
"울 엄만 피자 안 드세요"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너무 효도이야기만 했나?

조금은 우스운 이야기 하나, 더!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녀석 하교 길에 사과밭을 지나치다 잘 익은 사과 두 알을 주워 왔다.
하난 때깔도 월등히 좋은데.. 하나는 작고 벌레 먹은 사과였다.
할머니와 어머니.. 다들 어느 게 자기 것이 될지 자못 궁금했다.
할머니께 얼른 다가가서는  큰 사과를 불쑥 내밀었다.
"자. 할머니 드세요"
"아이구 내 새끼~~ 그래 그래" 하시며 좋아하셨다.
작고 보잘것없는 사과를 어머니에게 갖다 드린 후
할머니가 못 들으시게 어머니 귀에다 속닥이는 말!
"엄마, 할머니 껀.. 개똥 옆에서 주워왔어..엄마 사과는 깨끗한 풀숲에서 주어왔지"
그랬단다.
정말 새끼낳아 기르는 보람이 있는 게 아니겠니?
"그러니 빨랑 시집 가거라~~"
 
 
다시 요리이야기로,
13마리에다가 왕소금(천일염) 2TS을 소복하게 넣은 물에 절여두었다.
4시간쯤 뒤에 생선 9마리를 굽고 간을 보니 딱 적당하여 소금물을 따르고
랩에다 둘둘 말았다.
그래야만 들어붙지 않기 때문이다.
저녁 밥 먹을 식구가 얼마 되지 않아 따로 구운 것도 보관을 하였다.
호일 에다가 돌돌 감아서 가급적 따뜻할 때 냉동실에 넣어둔단다.
 
생선손질
 
 물론 나중에 네가 해야 할 더 나은 방법이 나오겠지만... 엄만 그렇게 하고 있으니
엄마 방법이 낫다 싶으면 따라서 실행해 보거라
아깝지 않게 숭덩숭덩  떼어낸 조기대가리로 엄만 음식쓰레기 늘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요리준비

그 걸 매운탕처럼 갖은 양념, 다 넣고 푹 끓인다.
물론 마늘 파는 아끼지 말고 듬뿍 넣어야한다.
(며칠 전 티뷔(아침토크)에서 보니까... 누구는 생선대가리만 들어도 안 먹는다던데...)
매운탕 양념처럼 똑 같이 하여라/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정성들이기 나름 ]
고춧가루 청양고추 파 마늘...다 넣어 썰설 끓이다가 체에 걸러 내려라
세상에 없는 방법이지만.. 매운탕 칼국수가 된다.
왜 민물매운탕에도 수제비를 떼 넣잖니?
어죽도 있고..
매운탕 냄새로 얼큰해진 국물 그 절반은 매운탕 칼국수를 만들었다.
양념은 따로 필요 없고 청양고추만 잘게 다져 얹었다.

 

 

 
그 절반의 국물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더니..
내가 깜빡 잊고 사진을 안 찍었다만 굳어서 묵이 되어있더라 젤라틴 성분이지
대가릴 다 버렸다면 이런 국물도 함께 버리는 것이 되겠지?
다음날 아침 반찬엔.. 순두부와 함께 넣어 끓였다.
자,
5,000원으로 우리 무엇들을 만들었지?
생선대가리로 칼국수를? 순두부찌개를? 아무 말 않고 식구들에게 주면 아마 맛있으면 
묻게 될 것이다. 뭐 넣고 끓였어요? 라고,
엄만 어제 저녁은 매운 매운탕 칼국수에 상큼한 마늘 장아찌를 함께 먹었다.
비리냐구? 천만에... 구수한 매운탕 맛이지,
민물고기에 든 수제비보다 훨 나아~~
경상도 사람들은 도다리 미역국도 잘 끓인단다.
요즘 서울 사람들은 본토 서울 음식 맛은 사라졌다고 보아도 좋다.
그만큼 이 곳, 저 곳 사람들이 적당히 뒤엉켜 살아가는 생활권 탓도 있겠지만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음식 맛이 더 매력적이었는지도 모른다.
서울에도 유명한 도다리 미역국 집이 있단다, 나는 가보지 않았지만...
비리냐고? 아니 오히려 달고 구수해
얼마나 맛있는지.. 식당이 호황이라는데...
그리고 전라도, 하면 음식 아니겠냐 식당 문화를 대권을 잡은 이들 때문에
싱겁고 맹숭하기만 하던 서울 음식 맛은 맵고 짭짤한 맛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이야기 마지막으로 하나 더!
 .....................................................
옛날 자린고비 이야기들 많이 들어 봤제?
굴비 한 마리 천장에 달아두고 밥한 숟가락 떠먹고 굴비한 번 쳐다보고
만약에 굴비를 두 번 쳐다봤을 경우 짜게 먹는다고 혼이 난다는 구나 글쎄..ㅎㅎ
그 자린고비의 부인.
생선장수가 지나가니.. 사러 온척하며 이 생선 저 생선을 부비적대다가
휭 들어와서는 아침상을 봐 와선 멀건 물인데.. 생선국이란다.
자린고비 왈 "웬 생선국?"
자린고비 아내 왈... "생선을 주무르다가 그 손을 씻어서 끓였지요"
자린고비(노발대발하며) "그 아까운 것을... 우물에다 씻었으면 펴엉생을,
고기 국물을 먹을 수 있었을 텐데.......하더란다.
딸아,
이젠 생선에 대해서 좀 알겠니?
절이기와 굽기 냉동보관 방법등...등,
이젠 잘 할 수 있을게다.

요리TIP
 
참, 비린내 안 나고 맛있게 생선 찌개  끓이는 방법은 
우선  약간의 소금을 넣은 물에 무를 넣고 무가 절반 쯤 익도록 물을 끓여라 
손질 된 생선을 뜨거운 물에 넣으면 생선살이 단단해져 으스러지지도 않을 뿐더러
생선맛도 탄력이 있게된다, 요는 생선 단백질을 굳게 만드는 역활을 소금과 끓는 물의 
영향이란다, 물론 비린맛도 나지 않거니와 맛도 살아 있으니 
중요한 대목이다. 밑 줄 쫘악 쳐라~~
 
 
갈치조림
 
물 끓일 동안 양념 준비해 둔 것을 한소끔 더 끓인 뒤 상에 내면 된다.
어릴 때는 생선 졸임에 두껍게 썬 무가 아무 맛도 없더니
생선조림에 든, 그 무맛을 진정 안다면... 아마도 어른이 다 됐을 성 싶다.

오늘은 그만 하자.
후제 자식을 두걸랑... 절대 후회하지 않게끔...
엄마도 홍시 먹을 줄 아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거라.
그래서 작은 생선이라도 늘 뼈만 발라먹는 어머니가 되지 말아라
당당하게 내 몫도 늘 챙기는 엄마가 되거라~~
알았느냐?
참, 그리고 다음에는 언제 식용유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기로 해보자꾸나.
 
2004년 5월6일 아침에, 엄마가

 무
 
 
1.Hymn(kbs 1FM "당신의밤과음악"시그널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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