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파도가

      밀물 파도가 밀려오고 있었다.

      한 남자가 바닷속에 들어앉았고

      파도는 어기차게 밀려들었다.

       

       

      치근대는 파도 속에 남자는

      홀로 섬처럼 버티고 앉아

      소주잔만 거푸 기울이고 있다.

      섬이다.

       

       

      그는 술이 아닌,

      바다를 마시고 있었다.

      바다를 입으로 들이키는  

      외로운 섬.

       

       

       

       

                     - 제부도에서, 이요조-

       

       

       

      * note

       

      사람의 눈은 1200만화소라고 했던가?
      눈이 두개니 그럼 우리는 1200만 화소 렌즈를 두 개나 가진 셈이다.

      사진으로 표현하자면 답답할 때가 많다.
      밤중에 왜 내 눈에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찍을 순 없을 까고,

      제부도에서  창으로 우연히 옆에 건물을 보았다.
      그 건물 창에는 이쪽편의 바다가 비취고…….바람이 심한 날,
      밀물 파도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겁나게 들이치는데
      그 속에 암시랑도 않은 실루엣 하나,
      섬처럼 버티고 앉아 묵묵히 소주잔만 기울이는 남자.

      끄떡을 않는다.
      섬이다.  
      시방 곧 잠기고 있는 매바위처럼 끄떡도 않는다.

      찍고 보니, 사진은 의도와는 달리 뒤죽박죽이다.
      내 눈에, 내 망막 끝에 와 닿는 피사체 모습,
      어리는 모습 그대로 카메라 렌즈에는 담지 못하는 것일까?

      카메라를  정복하고 싶다.
      내 두 눈 보다 더 명확한…….

       

       

            - 나 또한 섬은 섬이되 파도에 간간히 흔들리는 섬이다-


       

       

       

      2006,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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