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생각해보면, 난 매년 봄이 오는걸 샤샤한 옷이나 파다닥 까칠해진 피부로 느끼기 보다는 내 중심부. 요 '위장'이 제일 먼저 알았던 것 같다. 먹고싶다는게 줄줄줄 이어지다 못해 오늘은 이거 먹을래 오늘 못먹으면 내일이라도 꼭 먹을래가 머리속을 빙빙빙 돌기 시작하면 어느새 봄이 성큼 다가와 있었던거다. 올해는 유난히 그 증세가 심해 특정상표, 특정음식점, 특정지역,특정시간, 특정사람들과 먹었던 그 음식들을 읊어대며 입맛을 쩝쩝쩝..
그러다가 문득 지난 주말엔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다 말고 이렇게 외쳤다 '엄마! 나 보약먹을래 !' -,.= 거 참. 내가 말해노코도.거 참. 먹고싶은 메뉴가 거까지 뻗쳐버릴줄이야...
우야둥둥 토욜 이른 오후, 엄마와 나는 휘황찬란하고 삐까번쩍한 한의원에서 맛있는 보약을 지었고, 오늘 오후 문제의 그 (먹고싶어했던) 보약이 배달되었다. 식탐이 발동하여 신나게 포장을 뜯어보니, 큰일이다. 커피. 정도만 염두해뒀었으나..내 기호식품 대부분이 금기음식이네
술, 녹두음식. 밀가루음식(라면.빵,국수,냉면), 커피, 사이다, 콜라,쥬스, 아이스크림, 얼음. 매운음식. 짠음식
우씨. 머 먹으라구
게다가 말이지 *신경을 많이 쓰거나 화를 내지 마십시오 *과로 과식을 삼가하십시오 까지 경고문구로 붙었더군. 일상생활에서 이대로만 한다면, 보약이 맹물이더라도 펄펄 날겠네 그랴 쩝 내 활력은 라면과 빵과 국수와 냉면과 커피와 사이다와 콜라와 쥬스와 특히!! 왕쵸꼬아수쿠리무와 매운음식일지언데..쩝쩝
사진 w/ 멍뭉이 우파 & 식탐에 기인한 보약
덧붙임)
봄은 볼것이 많아지는 계절이라 해서 '보다'의 명사형인 '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데 식욕으로 주체할수 없는 내게 봄은 '먹다'의 명사형인 '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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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훔친 네 글, 사진 바꿔치기까지.....몰랐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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