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4월 20일 (목) 09:56   주간조선

[음식] 채식으로 춘곤증 날려보낸다

‘채식주의자’로 번역되는 ‘베지테리언(vegetarian)’은 채소를 뜻하는 ‘베저터블(vegetable)’에서 나온 단어가 아니다. ‘완전한(whole)’ ‘건강한(sound)’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베지투스(vegetus)’에서 나온 말이다. 따라서 베지테리언은 단순히 ‘채소만 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채식을 하되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사람을 뜻한다. 베지테리언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완벽한 채식주의자를 베전(vegan), 우유를 먹는 채식주의자는 락토 베지테리언(lacto vegetarian), 우유와 달걀을 먹는 채식주의자는 락토 오보 베지테리언(lacto ovo vegetarian)이라고 부른다.

 

‘웰빙’ ‘다이어트’ 붐과 함께 한국에서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채식 레스토랑도 속속 생기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물은 서양에서 찾아보기 힘든 한국형 웰빙 음식이다. 다양한 산나물을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레스토랑으로 서울 양재동 ‘오대산 산채’(02-571-4565)를 들 수 있다. 본점은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데, 30여년 전 한국산채연구회 이문화 이사가 강원도 월정사 입구에 음식점을 낸 것이다. 양재동 ‘오대산 산채’는 서울 분점으로 1990년에 문을 열었다. 모든 산채는 본점에서 가져온다. 이곳에서는 참나물, 취나물, 두릅, 냉이, 우엉, 도라지, 더덕, 신선초, 밤버섯, 목이버섯 등 20여종을 맛볼 수 있다. 참나물은 고혈압, 중풍을 예방하고 취나물은 비타민C, 아미노산, 칼륨 등이 많아 춘곤증을 없애준다. 또 두릅은 미네랄이 풍부하고 쓴맛을 내는 사포닌 성분이 혈액순환을 도와 머리를 맑게 하고 잠을 편안히 잘 수 있게 해줘 학생과 사무직 종사자에게 특히 좋다. 냉이는 숙취 해소를 돕고 우엉은 당뇨병 환자에게 이롭다.

서울 명륜동 ‘들풀’(02-745-9383)에서는 우리 콩으로 직접 만든 청국장, 된장, 간장만을 사용하고 나물도 직접 재배한 것을 쓴다. 이곳에서는 달래, 머위, 숙주나물 등 10여가지 나물이 반찬으로 나온다.

매콤하면서 쌉싸름한 맛을 지닌 달래는 칼슘이 많아 빈혈과 동맥경화에 효과가 있다. 또 비타민C가 풍부해 피부 노화를 예방해준다. ‘들풀’에서는 달래를 양념에 버무려서 내오고 된장찌개에도 넣는다. 또 머위는 예부터 기침을 멎게 하고 가래를 없애는 데 사용했는데 유럽에서는 탁월한 항암 치료제로 여겨진다. 숙주나물은 녹두가 싹을 낸 것인데 피로회복, 해열에 좋고 입 안이 헐었을 때도 효과가 있다.

서울 삼청동 ‘들향기’(02-732-7775)에서는 돌나물, 미나리, 콩나물, 더덕, 취나물, 참나물 등을 먹을 수 있다. 돌나물은 피를 맑게 하고 간질환에 효과가 있다. 미나리 역시 해독 작용이 뛰어나고 간장 질환에 효과가 있으며 혈압을 낮춰주는 기능이 있어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다. 또 콩나물은 단백질, 무기질 등이 풍부하고 발아와 함께 급격하게 증가한 비타민C가 많다. 더덕은 폐 기능을 강화시켜 준다.

서울 예장동 ‘남산골 보리밥’(02-755-8775)에서는 산채 보리밥과 된장찌개가 함께 나온다. 참나물, 취나물, 콩나물, 고사리나물 등은 밥에 비벼먹을 것이라 심심하게 무쳐져 나온다. 보리밥에 쌀밥이 절반 정도 섞여 있어 꼬들꼬들한 맛이 적은 대신 찰기가 있어 먹기 편하다. 녹차가루를 함께 넣어 밥을 짓기 때문에 살짝 푸른빛이 돈다. 숭늉은 커다란 무쇠 솥에서 원하는 만큼 덜어 먹을 수 있다.

관악구 봉천 4동 ‘장독대’(02-886-5857)는 20여년간 전통 밥상의 중요성을 전파해온 자연식 연구가 강순남씨가 운영한다. 강씨는 ‘밥상이 약상이다’ ‘밥상이 썩었다, 당신 몸이 썩고 있다’ 등의 저자이기도 하다. ‘장독대’에서는 단맛과 신맛을 매실과 산야초로 내고, 간을 맞추는 소금은 천일염으로 구운 죽염을 사용한다. 완벽한 채식을 원하는 사람은 사찰 음식점과 채식 전문 뷔페식당을 선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찰 음식점으로는 인사동 ‘산촌’(02-735-0312)이 있다. 이곳에서는 화학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식자재 자체의 맛을 최대한 살린다. 메뉴는 원추리, 고사리, 고수, 취나물, 호박나물, 두릅, 더덕, 도라지, 두부, 묵, 감자, 잡채, 전, 찌개 등으로 이뤄진 산촌정식 하나다.

‘근심을 잊게 하는 풀’로 알려진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해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고사리는 한방에서 정신 흥분제, 설사 치료제로 이용되며 이뇨, 해열에도 좋다. 고수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한다. 도라지 역시 호흡기 질환에 사용되는 한방재료다. 이곳의 음식은 느티나무로 만든 그릇인 ‘발우’에 담아낸다. 발우는 스님이 사용하는 그릇을 가리킨다.

원래 사찰음식은 오신채(마늘, 부추, 파, 달래, 흥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산촌에서는 일반인 입맛에 맞춰 오신채를 넣는다. 오신채는 자극이 강해 수행을 방해하기 때문에 스님에게 금기시되는 재료다. 오신채를 넣지 않는 100% 사찰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하루 전에 예약하면 된다. 또 삼청동 소재 사찰음식점 ‘감로당’(02-3210-3397)에서도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는다. 서울 대치동 소재 사찰음식점 ‘채근담’(02-555-9173~4)은 사찰음식에 전통 채식을 접목시켰다. 오신채 대신 버섯가루, 산초가루 등 산중 천연 양념을 이용한다.

완벽한 채식을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채식 뷔페로는 논현동 소재 ‘시골생활’(02-511-2402)을 들 수 있다. 이곳에서는 죽, 통밀빵, 야채 샐러드, 버섯요리 등 30여가지를 맛볼 수 있다. 조미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음식 간이 심심한 편이지만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가격은 8000원.

이밖에도 대치동 소재 채식뷔페 ‘뉴스타트’(02-565-4324)에서는 현미로 만든 김밥, 밀로 만든 고기, 두부 파이, 유기농 쌈 등 30여가지 음식을 내놓는다. 가격은 1만원. 서울 포이동 ‘SM채식뷔페’(02-576-9637~8)에서는 강한 향신료 역할을 하는 마늘, 파, 양파, 겨자, 생강 등을 사용하지 않고, 콩, 버섯, 밀 등으로 만든 고기와 햄을 선보인다. 가격 1만3000원.

채식 바를 가진 서울 도봉동 ‘해피아’(02-3493-3677)는 패밀리 레스토랑 형태다. 30여가지 야채가 준비된 채식 바를 1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국수는 멸치를 사용하지 않고 버섯, 다시마 등으로 국물을 낸다. 고명으로는 계란 대신 유부를 얹는다.

약초 위주의 대표적인 채식 레스토랑으로는 서울 인사동 ‘디미방’(02-720-2417)이 있다. 이곳에서는 소금 대신 함초라는 풀로 음식 간을 맞춘다. 함초는 개펄이나 염전 주변에서 자라는 풀이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소금기를 머금고 있어 소금만큼 짜다. 자연적으로 정제된 식물성 소금이라 그런지 짠맛 가운데 단맛이 들어 있다. 이를 달여서 간장으로 만들어 음식에 넣는다. 또 뿌리를 이용해 죽을 만들어 먹는 하수오는 몸 보신은 물론, 변비 치료와 폐기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 다른 약초 레스토랑으로는 서울 종로구 관훈동 ‘뉘조’(02-730-9301)가 있다.

이밖에도 여러 곳에서 성업 중인 ‘풀향기’(서울 신사점 02-545-0415, 장충점 02-2265-1320, 한남점 02-794-8007, 삼성점 02-539-3390)에서도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할 수 있다.

서일호 주간조선 기자(ihse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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