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무속으로 떠난 여행
별 것도 아닌 것 같아 어쭙잖게 보고 수락했던 출판일이 내 멱살을 잡고 요 근래 두 달간을 날 괴롭혀왔다.
그런데 아직은 그랬던 일이 '워밍업'이라니...
무더운 여름에 ....여름날에 나는 양재동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잠깐의
틈이 생겼다. 정말 잠깐이란다.
두 달 간 미뤄왔던, 살림살이를 챙겨보았다.
장마 전 먹을거리를 장만하고(김치담기, 장아찌,,등등) 그 후엔 집안을 뒤집어엎었다.
이사 갈 집처럼 일단 쫙쫙 내리 훑듯이 엎어놔야지 치울 게 아닌가?
꼬질꼬질 유리문도 유리를 닦느니 아예 다 떼어내서 샤워를 시켰다.
유리문짝 씻어둔 것을 아들 늠이 돕는다고 마른걸레로 닦다가 계단에서 아차! 순간에 문짝이랑 동시에 굴러 내렸다.
내 눈에 비쳐오던 슬로우 모션~~
고작 다섯 개짜리 마루 계단이지만....
덩치 큰 넘도 뒹굴고 문짝은 떨어져 구르는데....이늠이 구르면서도 문짝을 잡으려 애쓰는 게 아닌가?
순간 유리는 깨어 내리고....팔은 유리가 쏟아져 내림과 동시에 문틀로 쑤욱 들어가고....아찔한 순간...
다행히 유리에 다친 부상은 없었지만.....허리는 다 까지고, 아무튼 다행이다. 천만다행이다.
에미는 볼멘소리로 나무라기만 한다.
- "문짝 그 게 머라고??(그거이 뭐시 대단한 거라고)?"
.
.
.
무리하게 움직이면 ....몸도 신열을 낸다.
발바닥도 뜨겁고.....팔뚝도 뜨겁고, 찬 물에 식혀줘야 한다.
그렇게 열을 식혀가며 상기된 볼따구니를 하고 밀린 대청소를 하기를,
발이 붓고, 손이 붓고....얼굴이야 붓든지 말든지(거야 일에 지장이 없으니)
일은 아직 남았다.
남은 일은.....평생 싸갖고 가야 할 가사 마무리? 일들이다.
.
.
.
그리고 토요일 새벽 여행길에 올랐다.
절대 여유 자적한 여행이 아니다. 아직 손도 발도 붓기도 안 빠졌는데...
나는 백조처럼 물위에 둥둥 떠다니며 즐기는 것 같아도 물속 갈퀴는 분주하게 물 속에서 움직이듯....
내 일상은 잘 달궈진 후라이팬위에 콩을 볶아대듯 살아가고 있다.
한갓지면 잡념이 생길까?
.
.
.멀리 떨어진 남편은 그렇게 바쁜 내가 보기 좋단다.
(웬쑤~)
강릉으로 해서 속초, 경포호에 들렀다.
경포호에 가니 '웬쑤' 생각이 났다.
결혼 20주년 기념여행을 왔었다. 오죽헌 ...등등 골고루 구석구석을 함께 누볐었는데,
잠깐 떨어져 있는데도 마음이...이런데,(..........................)
정말 떠나고 내 곁에 없다면 마음이 어떨까 싶다.
졸지에 새파란 미망인이 된 누가 그랬다.
- "봄이 오는데....새싹은 파릇파릇 돋아나는데.....돋아나는 풀만 봐도 눈물이 나~~"
하던,
정말 그럴 것 같다.
그런 마음을 조금 알 것도 같다.
영랑호를 돌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 "봐, 여긴 우리가 빼먹었네, 이렇게나 좋은데~"
.............
속초시내 엑스포 타워도(1999년 설립) 처음 가 본 곳이었다.
토요일, 여기엔 비 한 방울 내리지 않았다는데....우중을 뚫고 다녀왔다.
비속에 경포호, 영랑호, 청초호를 둘러보고 왔다.
빗방울 무늬져 번져나던.... 호수,
호수만....
비 내리는 날, 호수 구경도 개안터라~~
내 마음 같아 보여서,
이요조
▲경포호 재두루미....줌인으로▼
경포호
경포호에서 만난 해당화
▼ 옛 화랑의 이름을 딴 영랑호
영랑호
범바위
범바위
앵글에 다 담을 수 없었던,
날 째려보는 오징어!
왜 아니 그럴까? 손님만 왔다하면 주인은 뜰채를 들고 등장, 동료들을 건져 나가니~~
"먄하다 징어야, 나중에 보자~~"
이제 막 잡히기 시작하는 햇오징어도 선 봤으니.....이젠 돌아가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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