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접사가 잘 안되는 내 사진/우산을 쓰고 의자위에서 가지를 잡아 당겨 찍어도...

 

 

 

 

 

[대추나무를 바라보며]

 

 

비 오는 창 밖을 물끄러미 내다보다가
비 오는 날이라 한 마리의 벌도 보이지 않는 대추나무를 바라보았다.

대추나무가 꽃이 실하게 피었다.
어제만 해도 많은 벌들이 날아와 부산했다.
아..그런데.. 한 가지 발견한 것은
등꽃이 피면 뚱뚱한 호박벌이 날아왔고 대추 꽃이 피면 파리 만한 작은 벌들이 숱하게
날아온다는 것이다.
벌의 종류에 따라 입맛이 다 다른 건가?

어디서 알고 해마다 이 꽃에는 이런 벌 저 꽃에는 저런 벌들이 날아오는지...
벌들의 종류를 다 몰라서 좀은 답답했지만..

동식물 사이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끼리끼리라는 게 있나보다.


대추나무 에이즈라 부르는 '빗자루병' 전문가들도 어쩔 수 없어하던 ..모두둘

잘라 내버리라고 말하던 그 나무가 아직 살고 있다.

 

올해에 매달린 투실 하게 실한 꽃들을 보니..어쩌면 올 해에는  열매도 잘 맺힐 것 같다.

 

가지는 가늘어지고 잎은 아주 자잘하니 작고 밀생 하던 병마가 이젠 완전히 가셔졌다.

나무가 병이 들고도 해마다 꽃이 피긴 피었지만.. 한 눈에도 부실했었다. 

꽃들은 이내 우수수 떨어져서는 마당을 온통 노랗게 물들이곤 했다.

대추나무에 대추가 열리지 않은 게...벌써 ..5 년쯤 지났다.
대추나무 빗자루 병이 전국을 강타하고 요즘엔 정원에 묵은 대추나무가 잘 보이지 않는 수종으로 변했다.


나는 날씨가 가물어지면 대추나무 위에까지 고무호스로 물을 뿌려주며 얘기했다.
(모두는 한 번 걸리면 미련 없이 잘라내 버리라던..그 나무에게)
'넌 살 거야, 내가 살리마'

그래서 그런지 아직 잘 살고 있다.
이번에는 꽃이 아주 실하다.

내, 엄지손가락 만하면서도 무지하게  달던,

오늘도 마당에 두 마리(똘이와 몽이)의 떵을 부지런히 갖다 묻으면서...

대추,
올 가을이면 부디 빨갛게 매달려  온 동네 갈라먹게 되기를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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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그 뒷 이야기]

 

옛 선조들은 대추나무를 측간(뒷간)에다가 심었지요.
그만큼 유기농 거름이 특별히 더 좋은 대추나무,
요즘엔 그럴수 없지만요.

특별히 거름이 많이 필요한 게 대추 나무예요.
대추는 모든 약재에도 감초처럼 별 문제 될 게 없구요.

여성들에게도 더욱 좋으며.. 신경성 노이로제에 아주 약효가 뛰어나답니다.
여성들의 갱년기..우울증.. 등등...

대추나무에 강아지를 묶어두면 대추열매가 많이 맺힌답니다.

요는 강아지가 얼마나 나무를 못살게 많이 흔들어 대겠어요
그만큼 대추나무를 못 살게 하면 대추나무가 그만큼 종자를 많이 퍼트리는
종족본능을 이용한 것이지요.

대추를 주업으로 하는 고장에는 오월 단오 전 날이면...
강가나 냇가에 아녀자들이 돌을 줏으러 간답니다.

서로 내 돌이 좋으니.. 네 돌이 좋으니.. 우수개 섞어가면서요.
그 돌은 어디에 쓰냐구요?
[대추나무 시집보내기]에 쓸 돌이랍니다.

대추나무 벌어진 가지마다,... 길죽한 돌들을 단단히 박아 놓으면
대추 열매가 많이 달리고도  맛있고 달다 그러네요.

그 과학적인 뒷 이야기는 제가 그까지는 기억해서 적질 못하겠군요. (글로 읽은)
대추...
아무튼 예부터.. 대추나무가 잘 되는 집안에 효자 난다고 그런 말이 내려온답니다.

식물중에 가장 늦게 잎이 피고... 따라서 꽃도 7월이나 넘어서야 맺히는 대추나무,

곁에 있는 나무들이 [ 얘는 죽었나봐~~.....게으르기는...] 하면
[늦어도 제삿상에는 내가 젤 먼저 오를테니..]
한다는 대추,

대추는 대기만성형이라고나 할가요?

 

 

글/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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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석]

대추나무도깨비집병 [jujube witchesbroom]


대추나무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무서운 병으로, 때로는 전국적으로 발병하여 많은 대추나무를 고사(枯死)시킨다. 이 병에 걸리면 가지는 가늘어지고 잎은 작고 밀생하며 황록색을 띠고 빗자루 모양을 이룬다. 병든 나무는 점점 쇠약해져 고사한다. 지금까지는 바이러스병으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 마이코플라스마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염경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발병된 나무에서 포기나누기[分株] ·접붙이기[木] 등에 의해 전염되는 것으로 보인다. 발병된 나무는 캐내 버리고 심하지 않은 나무는 항생제계의 살균제를 수간주입(樹幹注入)하면 치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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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생각/이 요조]

*발병된 나무에서 포기나누기.. 접붙이기 등이 아닌 걸로 압니다.

이야기 속의 나무는 제가 15~6년 전에 접붙이가 된 어린 묘목을 사서 심은 것.

 

*먼저 죽은 나무는 접붙이도 안 된 토종 그대로 자란 묵은 둥치 옮겨다 심은 나무

 

예전에는 대추나무 보기가 흔했는데.. 한 5~6년 전 유행병이 돈 그 후로 대추나무가 귀해졌음

 

 

대추꽃

 

쥔(신흥균님) 몰래 쌔빈 접사 이미지/대추꽃

 

이전에 써 둔 글

이름: 이요조
 2003/7/18(금) 12:13

 

 

[감염과 대추나무]

 

 


어제 분당을  다녀오면서 얼핏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다.
마치 나에게 하는 소리 같아서 귀가 솔깃해졌다.
지루하다거나 삶이 재미없음도 모두 자기 자신이 만들어내는 것이란다.
제 인생을 잔칫집으로 만들거나 상갓집으로 만드는 건 다 본인 마음먹기란다.
맞는 말이다.

[작은 감나무]글을 카페 게시판에 올리고 그 답글로 양치기의 달님과 정다운님이
나 같은 여장부?도 우울증을 앓냐고 그런다.

나도 우울증이 뭔지 잘 모른다.
병원에 가서 처방전으로 약국에 갔는데 "우울증 약이네요" 한다 연두색 알약 반쪽이다.
그리고 다른 약도 역시 비슷해서 밤낮으로 바보처럼 잠만 내처 자고 있다.

내 우울증은 묵은 뒷목 아픈 것에서 오기 시작한 것 같은데
얼마 전 어머님의 병환 후유증으로 더 심해진 것 같다.
어머님의 치매와 나의 홧병...그 것도 정신적 감염이 아니고 무엇이랴?

부산을 가려고 20일 전부터 예매해 둔 새마을 기차를 놓치지를 않나
꼭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어머님은 병원 가자고 우기신다.

그것도 급한 병원이 아닌 안과... 누안액으로 넣으실 약이 없다시는 것이다.
병원 다녀오고 그러다 기차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놓치기만 하랴... 주말이니 입석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안구건조증은 낫는 병이 아니다.
엄니는 그 안과 못 쓰겠다고 다른 안과를 가보자시기에
무려 세 군데를 전전하다 보니 이젠 병원에서 되레 눈병이 옮으셨나보다.
아폴로 눈병이란다.
간이 쿵하고 떨어졌다.
아폴로눈병(급성 결막염)을 한번쯤 앓아본 사람은 알리라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평생처음으로 눈병을 앓아 본다는 어머님~
어머님은 "절대 눈병이 아니다 그 의사도 잘 몰라서 그러니 다른 병원을 가보자"
우기시는데... 정말 시쳇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제 라섹 수술한 아이가 겨우 한 달이 되어 안정을 찾는가 싶을 시기인데...
집에 오면 큰 일 이지 않는가?

그리고 남편과.. 아들들이 눈병을 한다면? 만약 여기서 방어하지 못하고 주부인
내가 옮는다면? 아마 우리 식구가 다 옮는다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어찌 내가 긴장을 늦추리~~

어머님의 손 간 데마다 몰래 따라다니며 신경을 쓰고 도어핸들 닦기
식탁모서리, 의자 닦기 화장실 전기스위치 수도꼭지 변기 뚜껑 닦기 ..
어찌 하나 두개라

어머니가 완쾌하시도록 한 열흘 내내 난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며칠 전 '바이러스 맨' 이라는 영화(컴)를 보았다.
의과대학에서 감염 학을 가르치면서 강의실 도어 손잡이에다 야광물질을 몰래 발라두었다 한다.
강의실 불을 끄고 캄캄한데서 모두는 보고 웃음을 참지 못한다.

뺨에 눈에...머리카락에...팔뚝에.. 심지어 남학생들은 바지 앞 지퍼에서
야광물질이 빛을 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염...

안과선생님은 제일 좋은 방법은 눈에 비눗물이 들어가도 좋으니
손과 얼굴 눈을 비누로 깨끗이 닦아주는 게 최선책이라 신다.
그리고 집에서 냉찜질을 하라 신다.

아폴로 눈병은 이제 우리 집에서 완전 소강상태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맥이 탁- 풀어지는 게 아무하고도 말도 건네기 싫다.

[감나무이야기]가 났으니 말인데
그 곳에는 대추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한 그루는 대문 옆에 또 한 그루는 집 안쪽 켠에...

몇 해 전 대추나무 '빗자루병'이 유행할 때
대문 앞 대추나무가 병에 걸리자 그만 안 쪽 대추나무도 쉬 감염이 되고 말았다.
예외 없이 두 그루가 다 비실거렸다.
약이 없단다.

대추나무가 미쳤다고도 하며 일명 대추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렀다.
인터넷으로 나무 박사를 찾았지만 별 도리 없단다.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은 죽는다고 모두는 한결같이 입을 모았다.

대문 옆에 있는 대추나무는 오래 묵은 것이지만 토종 대추에다 누가 준 것이라
그저 다 자란 것을 손쉽게 얻은 나무였고
마당에 있는 대추나무는 내가 직접 10여년 전에 5000원 주고 회초리만한 어린 묘목을
사서 직접 심어 키운 것이라 애착이 갔다.

살 때 묘목이 아예 접붙이가 되어 있었다.
그래선지 유난히 씨알이 굵고 달았는데...
아쉬움에 나는 유독 걔에게만 거름을 파묻어 주기 시작했다.
개똥에서부터 생선내장..쌀뜨물까지...
주다가 남으면 대문께에 있는 대추나무에게도 조금은 나누어주었다.

한 이년 두 나무 다 열매도 맺지 못하면서 비실거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문 옆에 있는 대추나무는 이제 완전히 죽어있었다.

안쪽에 있는 대추나무는 빗자루병의 흔적은 없되 아직 열매는 맺지 못하고 있었다.
잎은 건강하게 무성했다. 내년이면 열매를 맺게 되려나? 

'아폴로 눈병'과 '대추나무 이야기' 아무런 상관관계도 없는데
 -식물의 교감- 운운하신 정다운님의
[작은 감나무]이야기 답변을 생각다 보니 이리 장황해졌다.

내 속에 우울을 글로써 씻어 낼 수 있다믄야... 상관없다고 누가 뭐라진 않겠지.
아니네
이것도 엄연히 감염이네...
다른 이에게 내 우울을 전가시키고 저는 벗어나려는...
훗, 아무튼 모든 건 저 마음먹기에 달렸다하니,
님들~~
모두 모두 즐겁게 사시기를,  늘 잔칫집 분위기의 자신이 되시기를....

 


http://ncolumn1.daum.net/dist/intro?sid=02GYe&eid=0JL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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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나무

 

 

대추나무 /이정록詩


땅바닥으로 머리를 디미는 시래기의 무게와

 

옆구리 찢어지지 않으려는 어린 대추나무의 버팅김이

 

떨며 떨리며, 겨우내 수평의 가지를 만든다.


 

봄이 되면 한없이 가벼워진 시래기가

 

스런스런 그네를 타고, 그 해 가을

 

버팀목도 없이 대추나무는

 

닷 말 석 되의 대추알을 흐드러지게 매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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