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외면한 감동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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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유령中 셀렉션 한 곡*
 
 
 
 
여름 속으로 온  가을/곁가지 글

    지난 2월 28일서부터 시작한 오페라 유령
    6월 26일 200회로 막을 내린단다.
    6월 22일
    한 달 전 예약한 오페라 유령,
    아이의 입원 퇴원 반복으로 미뤄왔던
    그 게 왜 이렇게 날자가 겹치는 것일까?
    하기사 토요일 그 날..
    시청 앞 부근에 예식장을 예약해 둔 신랑 신부도 더러 있다는데,

    시간 PM 3시00분,
    VIP석 오페라 유령을 포기 할 것인가?
    4강을 겨루는
    대한민국 대 염원을 기릴 것인가?
    하지만
    모성, 강한 이 에미 군말 없이
    역삼동으로 차를 몰았다.

    오페라 유령,
    책은 읽다가 재미없어 엎어버렸지만...
    내용은 익히 알고 있다.
    음악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다  어부지리로,
    헌데...
    딸아이 운전중인 엄마에게
    CD를 틀어 주어가며...노래를 찾아가며..
    시높시스와 노래와의 줄긋기로 상세하게도 일러준다.

    "이 노래는요....유령에게 끌려가며..안개 낀 강,
    다리 위에서 크리스틴이 부르는 노래예요"

    "이 노래는요..노래 속에 유령과 크리스틴 두 사람의
    사랑을..몽환적으로 나타낸 노래예요."

    "이 노래는요 크리스틴에게 배역을 주지 않고 무시하는
    단원들에게 본때를 보이고자...
    칼로타의 목에서 두꺼비 소리가 나게 만드는 것이고요"

    이 나이에 상상력은 풍부해서리...
    영동대교를 막 건너며

    "걍 집에 갈까? 내 상상력이 더 근사할 것 가토"
    두 모녀는 웃는다.

    아...엘지 아트센터엔...맨 여자들뿐이다.
    제 1막이 끝나고
    나오는 사람들..
    "어떻게 됐어요?"
    한결같은 질문에
    출입구에 서 있는 안내원들의 이어지는 앵무새 멘트,

    "0:0 입니다."

    오페레타고 나발이고 죄다

    축구공으로 보인다.

    막상 앵무새처럼 반복할 뿐인 배우들도

    마음은 4강전에 가 있을텐데....이 무슨 난리람?

    '으이그... 괜히 왔네 그랴'
    '아까운 돈!!'

    근데 이상한 것이 오페라 관람하러 오면서도
    다들 붉은 악마 옷을 입었다.
    관람 종료
    역시 고마운 멘트...
    "아직 0:0 입니다"

    " 곧이어 연장전 들어갑니다."

    순간... 건물이 무너지는 듯한 함성?
    오잉?? 한 꼴 넣었나?
    사람들은 두리번거려도 소린 어디서 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엘리베이터를 갈아타는 곳...
    왁자지껄한 함성이 들리던 곳,
    티브이 앞에...진을 치고들 있었다.
    역시 그곳에도, 보이지 않는 곳에도 붉은 물결이 넘실댔다.
    선동자도 없는데...
    그넘의  "대애한민국" 이다.
    누가 지었을까?
    아마 학생 이랬지?
    처음엔 다들 '이게 모야' 면서 비웃었댔지?
    맞어
    대애한민국... "愛" 자 하나 더 들어 가는 거야.
    그러면 응원가가 되는 거야.
    가슴이 후끈하다.
    내게도 그 열기가 옮아 붙나보다.

    차에 앉자마자 급히 라디오를 켰다.
    이런,~~~  소리가 끊긴다. 지하라 그런가보다.
    지하주차장을 나오며....유턴에 또 유턴을 해야하는 테헤란로,
    6시 6분?10분?경...
    아니...이럴 수가?
    차가 하나도 없다.
    사람도 없다.
    마치 꿈을 꾸는 것 같다.
    어쩌다..정말 어쩌다 나 같은 차량이
    빈-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
    유턴이 아니라 바로 좌회전 ,  또 좌회전...
    혹 이 글을 읽는 분...
    나를 나무라지 마시기 바란다.
    정말... 아무 것도 없는 도로니까...
    비스듬한 비탈도로를 미끄럼 타듯
    신나게 코엑스까지 왔는데...
    이젠 응원물결과 차들이 간간이 있었다.
    좌회전이 안되므로 피턴으로 차를 돌려오며..
    그 시간에...패널드킥으로 승부를 가리는 순간이었나 보다.

    길거리 가로수들도 숨을 죽이고 있었다.
    다시 거리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손에 땀을 쥐는 순간이었다.

    나도 덩달아 천천히 차를 몰고 있는데
    기름 계기가..빨간 금으로 하락하고 있어..
    기름을 넣어야겠고..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다.
    영동대교 남단 마지막 주유소에다 차를 살그머니 갖다 댔다.
    바깥에 티브이를 내어놓고
    10여명 앉아서 호흡마저 죽이고 있다.
    고맙게도 한 청년이 쫓아왔다.
    난 미안해하며...기어드는 작은 목소리로
    "좀 있다 넣어요"
    "괜찮아요"
    바로 그 때였다.
    스페인의 4번째 꼴을 '이 운재'가 막아낸 순간 이였나 보다.

    "와아~~~~~~~~~~~~~~~~~~"
    젊은 아이넘들 댓명이 박차고 일어나더니...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 한대 없는 빈-거리를 뛰쳐나간다.
    태극기를 마구 흔들었다.
    언제 준비해 뒀는지...빈 패트병을 탁-탁-탁- 맞부딪치며..
    마구 강아지들처럼...빈 차도를 겅중겅중 날뛰며 뱅뱅거리기를....

    아~~ 덩달아 치솟는 이 희열~....눈물 같은 기쁨,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축구경기 티브이 화면 한 번도 보지 못했지만...
    딸아이도 벙싯 벙싯 웃고 앉았다.
    그때사 보니 빨간 니트다.
    "야 너 옷 벗어... 창 틈에다 끼우고 달리자."
    "엄만,,ㅎㅎㅎ"

    뻥 뚫린 동부간선도로를 달려오며...
    상계동쯤 오니...차가 슬슬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말 멋진 날 이였고
    멋진 드라이브였고
    멋진 경기였다.

    나에겐...
    그 텅-빈 거리의 광경이
    잊지 못할 역사적 찰나였다.

    내가
    머리가 하얗게 세고
    보행마저 불편할 지경의 파파할머니가 되면...
    우리 손자들에게 전설 같은 얘기를 전해 줘야지
    오늘,
    내 눈으로 본
    텅 빈..거리의 느낌을.
    그 짜릿하던 행복의 전율들을....

     

     

     

     

    글/이 요조




          * 그림이 걸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나오지도 않는 APPLET을 하나 떼어내니...잘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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