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에..보릿고개란 말이 있었다.
쑥이 돋아날 때면 보리가 피기 시작하는데...양식이 다 떨어지고 먹을 게 제대로 없었단다.
아직 보리는 덜 여물었고, 그러자면 쑥이라도 얼른 돋아나기만 학수고대하는데...
겨우내 굶기를 밥먹듯해서 부은(부황끼)얼굴에 붓기도 가시게 하는 좋은 식품이 바로 쑥이었다는 구나.
쑥이야 지천에 널렸으니...봄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산에 올라가서....참꽃(진달래) 따 먹어가며
쑥을 한 자루씩 캐 와서 먹거리 부족한 봄날 쑥으로 끼니를 연명했다는 이야기다.
조금 늦은 철에...산철쭉 꽃을 진달래로 잘못알고 배고픔에 따먹고는 독성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곤 했단다.
쑥은 그렇게 우리 선조들에게 목숨을 부지시켜준 구황식물 이었다.
(옛날에는 흉년이 들거나 전쟁, 사변 등으로 기근이 닥쳤을 때 일반식량에 대용되는 야생식물을
구황식물로 이용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국민소득 향상과 식생활의 변천으로 이들 야생식물은
구황의 의미보다 건강식품이나 별미식품 등으로 취급되고 있는 경향이다.)
그러니..쑥을 삶아 약간의 곡분으로 엉기기만하도록 만들었을 뿐, 거의 쑥으로 빚어진 음식이었다.
손으로 아무렇게나 주물럭거려서 만든..쑥개떡, 보리개떡~
왜 사람들은 폄하할 때 꼭 "개" 字를 붙이는지,,(ㅎㅎ)그러나 요즘들어 향수어린 맛까지 보태어져서
사람들은 더욱 그리워하게 되었다.
떡을 제대로 하려면 불린 쌀과 삶은 쑥을 가지고 떡방아간에 가서 함께 갈아서 가루로 내어오면 된다.
쑥이 들어있는 푸른 쌀가루를 냉동실에 두고 조금씩 꺼내어 반죽해서 쪄내면 일년 내내 간식으로 빛깔
고운 '쑥개떡'을 즐겨 쪄 먹을 수 있다.
봄이면 쑥을 뜯어서 쑥찰인절미를 해서 이고 딸네집으로 오시던 나의 외할머니~~
쫄깃쫄깃 쯘득쫀득하던 그 맛을 못잊어 나는 봄이면 쑥떡을 빗는다.
방앗간에 가자니 양이 그렇고 온 식구가 다 먹기에도 충분할 만큼 만들기 쉬우니 그저 집에서 손수
조물딱 거려 만들어도 별 무리가 없는 게 쑥떡이지 싶다.
쌀을 조금만 불린다.
쌀가루는 남아도 국이나 찌개에 넣을 수 있으므로...양에 대해선 넉넉한 게 좋다.
블렌더로 쌀을 곱게 갈아낸다.
먼저 쑥을 깨끗이 씻어 아주 살짝 삶는다.
흙에서 묻어온 균이 있을지도 모르니...물을 팔팔 끓이다가 소금을 넣고 소독하듯...데쳐낸다.
찰밥을 두 공기쯤 넣어서 호박(절구)에다 콩콩 찧었다.
(적게 만들어 금방 먹을거면 그냥 밥이어도 무관하다 )
냉동실에 조금 남아있던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볶은 콩가루)
콩고물이 싫으면 카스테라를 가루로 바스려뜨려 사용해도 좋다.(단것이 싫은 사람에겐 금물)
카스테라 고물은 카스테라를 부스러뜨려 전자렌지에 1~2분 쯤 돌린 후 식혀서 손으로 비비면 아주 곱게 된다. 굵은 체에 내려서 쓴다.
콩가루를 깔고 찧은 쑥밥?을 차분히 뉘여 깔아 고물을 솔솔~~잘 덮듯이 묻힌다.
조물조물 손질을 잘 해야한다.
위에 보이는 양이 아래 떡 두 가락으로 변신했다. 인절미는 칼보다 접시 가장자리를 굴려가며 잘라야 한다.
이제 떡이 다 만들어졌다.
밥을 찧을 때...소금간을 하여 짭짜름했었는데...막상 고물이 들어가니 약간 싱겁구나
찧을 때 간을 조금 짭짤하다 싶게 하여라~~
쑥버무리(쑥털털이)만들기
쑥버무리 경상도에선 쑥털털이라고도 하는데 잘 씻은 쑥에 쌀가루(혹은 밀가루도 괜찮음)를 뿌린다.
쌀가루+찹쌀가루를 좀 섞었서 쪘다.(물론 약간의 소금과 설탕은 잊지말고)
다 쪄지면 이렇게 그냥 먹으면 쑥버무리(쑥털털이)가 된다.
쑥경단 만들기
완성된 쑥버무리가 많다면 일부분을 절구에 꽁꽁 찧어, 동글동글 빚어둔다.
대추,잦, 호두를 갈아둔다. 흑임자를 깜빡 잊고 나중에 합세~
TIP 봄소풍갈 때도 좋지 싶다. 여러번 쑥떡을 만들어봤는데....간하기가 조금 어려웠다.
워낙 간이 배이지 않은 식물이라...간이 약하면 아무런 맛도 없었다. 단 것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데 쑥떡은 반드시 간이 맞아야 했다. 처음에는 필히 간간하게 만들 것!
삶은 쑥을 쌀가루와 함께 잘 치댄다. 물이 모자라면 끓는물(익반죽)을 아주 조금 사용한다.
씹히는 치감을 위한다면 쑥을 삶아서 넌출거리게 만들고
아니면 삶은 쑥을 블렌더에 곱게 갈면 색깔이 고운 개떡이 탄생(이 부분 다시 시도할 것임)
반죽을 하여 둥글게 빚어 다시 찐다. 진초록색 개떡이 좋다면 생쑥을 갈아 반죽하면 좋다.
시중에서 파는 개떡같지가 않지만(쑥을 곱게 갈지않아)....맛이야 뒤지지 않는다.
꺼내어 채반에 담고 식기 전에 참기름을 발라낸다. 식고나면 더 쫄깃거리고 맛있다.
▲ 작년에 만들었던 콩쑥개떡(준비재료)
익반죽하고....
쪄내고...(반죽이 좀 되었는지 정말 개떡같이 되었다)
막 피기 시작하면서 향이 나는 수수꽃다리꽃을 따서 꿀 차에 동동 띄워 함께~
엄마의 약 /참, 엄마는 너희들 키울 때...학교에서 심한 운동으로 더위를 먹고 지친날,
비실거리며 열이나곤 하던...그럴 때마다 쑥을 콩콩찧어...쑥물을 내었지 너무쓰니까...꿀물에다 희석해서 마시게 했다. (물 반컵 생쑥즙 1ts(티스픈 하나) 꿀 적당량 하루에 3번 음용)
너희들이 자지러질 듯 싫어했지만 쓴물을 먹이곤 했었지.
기억나냐?
씁다고 찡그려도 다음날, 거뜬하게 다시 뛰어 놀 수 있었던, 바로 그 놀라움의 약효가 손 쉽게 구할 수 있던 '쑥'이었음을...
(냉동실에 저장해 두면 언제든 쓸 수 있음/하지 전, 쑥이 약효가 좋다 )
더위 먹었을 때는 쎈(늙은) 쑥이라도 상관없다./ 글:사진/이요조
이제 봄 볕살도 도타운데~ 우리 함께 쑥 캐러나 가실까요?
할일없이 무슨 떡을 이렇게나 많이 만들었냐고요? 놀라진 마세요.
블로그를 오래 쓰다보면 한 해에 한 번만 만들어도 다 불러 모으면 엄청나다니까요~~
그 게 바로 삶의 일기이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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