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하나의 행복

             

             

            포동포동 애호박 하나
            나붓나붓 썰어서
            노릇하니 전부쳐 한 접시,

             

            고소한 냄새가 맴도는 집안
            가족을 기다리는 저녁무렵
            이 작은 행복.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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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둥호박과 밥상 이요조 그악맞게 짖어대던 마당의 똘이늠도 추위에 제 집을 지키고 들어앉았는지
                모처럼 겨울 적막이 감도는 아침나절,
                오늘은 집안에서 뭘하고 노나? 유일한 놀이터인 주방을 맴맴 돌다가 옳커니! 겨우살이로 장만한 청둥호박 두 넘을 잡았다. 호박 한 늠을 잡기가 닭 한 마리 잡는 것만큼 에릅다. 그나마 조각조각 잘라서 전자렌지에다 슝-돌려 껍질이 나긋나긋 잘 깎아지는데도 말이다. 깎아낸 호박살은 전자렌지에 넣어서 일단 살풋 익힌 후 냉동 보관하믄 좋타. ㅎ`ㅎ` 나이를 먹는다능거 꾀만 남는거 맞다. 호박은 버릴게 하나도 없다. 제 몸 하나 투실투실 살찌우고 누렇게 익혀서 약으로 음식으로 다 내어놓고도 씨마저도 약으로 볶아 먹으란다. 호박 두 개를 다듬으며 나는 오늘 나만을 위한 나의 오찬을 정성스레 준비한다. 호박 살을 긁어 채쳐서 나물 한 접시 볶아놓고 노릇하게 호박전도 한 장 구워놓고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 호박찌개 한 뚝배기~ 걸판지게 차려놓고 따신 밥에다 쓱싹 비벼서
                뜨겁게 호호 불어가며 밥을 먹는다. 호박처럼 퍼질러 앉아 느긋한 점심을 먹는다. 겨울 오후 햇살이 문지방을 슬몃 넘어 들어와서 상머리에 저도 마주 앉는다. 혼자서 먹는 점심이 아니었구나! <어서 오세여~ 자! 여기 숟가락~ > 겨울 한나절이 이리도 따땃해지는 풍성함이 바로 호박 너 덕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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