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도봉산에서/이 요조★==========================











토마토 두 개,
얼린 물 한 병,
케익 한 조각을 넣었다

휴일 새벽마다 산을 올랐지만
늘 동행인 미스터 김의 도중하차에 나는 사패능선 한 번을 오르지 못했다.
오늘은 토요일,
마침 날씨가 흐리다.
아침 7시 반에 종각으로 출발했다가 돌아오는 길에(오전 9시 30분)
바로 회룡사 도봉산 매표소로 향했다
등산 준비를 해 간 차림이었다.

모레면 초복,
복중에 이렇게 흐린 날 아니면 산을 오르지도 못할 것이다.
라디오에선 오늘 날씨가 낙전도 예상되니 산은 오르지 말란다.
우산도 챙겨서 배낭에 넣었다.

힘들었다.
평소엔 흐르는 땀을 모르던 내 얼굴 양 옆으로 땀이 줄 줄- 흘러내렸다.
땀은 흐르는데도 기분은 상큼하다.

계곡은 돌들이 어수선하다.
재작년 아마 큰 물 난리 때……
자연이 뒤집어 놓은 돌덩이들……
전혀 물 때가 끼지 않은…..
아마 빈대떡을 구울 때 새로 뒤집어 논 것 같은 맨숭한 얼굴의
바위들이 계곡에 아무렇게나 나뒹굴어진 채로 있었다.
언제쯤 세월의 때가 묻으려나?

중간마다 쉬면서 올랐다,
달맞이 꽃을 따서..
입으로 후 불어서 날렸다.
노랑나비가 팔랑거린다.
한 송이를 다 따서 손바닥에 올려놓고는 후- 분다
노랑나비 두 쌍이 정다이 나른다.

아~~
또 있었다.
잉크빛 꽃을 달고 있는 지금은 귀한 달개비꽃,
반가웠다.
그렇게 지천으로 흔하던 잡초였었는데.....
잉크 빛깔이 어떤 알지 못할 향수로 내 눈을 감게 만들었다.



늘 산에 오르면 꾀를 피우는 미스터 김을 따돌린 나는
그가 없으면 그렇게 쉽게 오를 것 같았던 등정길이….
그가 없어서 더 더욱 힘이 든다는 것도 깨달았다.
티격태격 다투면서도…..
서운해 하다가…..어이없어 하다가…..웃다가…
그렇게 인생 길을 함께 가는 것을……..

산을 오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쉬면서…..헉헉거리는 호흡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마음의 귀를 열어본다.
조용해지면….. 산 파리 나는 소리가 크게 가까이 들려오면서…..
그 파리 날개 소리가 그렇게 편안하고도 한가한 망중한의 여유로움으로
다가 오므로 나는 한 마리 파리 날개 짓 소리에서 평정의 고요를 배운다.


지난 번
비오는 풍경하나가 드로잉 하고싶어…..
안달났던 기억을 되살려 가져 온 종이와 펜을 꺼내어
스케치도 하면서…..
그렇게 올랐다.

갈증이 나서 토마토를 먹다가 보니 다람쥐 하나와 눈이 마주쳤다.
난 먹다 만 토마토를 건네주고 가파른 길을 인적 없는 산을 혼자 올랐다.
그림에 있는 그런 다리를 세개나 더 건느고
철 구조물로 된 계단과 긴 다리 등의.....보조물 덕으로 그나마 쉽게 올랐지만
막상 능선 가까이 다가 가서는 정말 깎아지른 듯 가파라서
혹 사고라도 난다면?
아무도 없는 산길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찬찬하게... 긴장속에 발 걸음을 내딛었다.

드디어 사패 능선에 올랐다…
이정표가 꽂혀 있었다.
또 사패산 정상이(1.2Km) 있단다.

마사토가(미끄럼 때문에 )무서워
되돌아 서던 나는……..
다시 도전했다
2~300m 쯤 더 간 지점 큰 돌을 만났다
산 아래가……다 내려다 보이고
도봉산 능선 전체가 고등어 등줄기처럼 푸르게 보이는 곳, 그 곳,
큰 바위 위에다 등짐을 벗고 땀을 닦았다

내 나름대로
산 정상에 올랐다.(11시)
바람이 마구 불었다.
내 그리운 이들이여~~`………
죽어서 다들 이렇게 한 줄기 바람이 되었을까?
내가 바위 위에서 바람소리에 흔들린다.

도봉산의 엎드린 등허리가 한 눈에 선명하게 들어선다.
봉우리마다의 암봉들이 마치 산 얼굴마냥 각각 얼굴을 달리하고 있다.

저 아래 세상에서는
이상한 파도 소리 같기도 한 …굉음이 들려온다..
산을…..계곡을 타고 울려 퍼진다.
골골이.....메아리처럼 울린다.
고가 도로 위를 속도 내서 달리는 자동차들의 소음이였다.
병처럼 미친듯한 질주의 속도...
속도는 물질을 추구하고,
이 모든 것에서 평안한 느림을 바랄수는 없을까?

저 아래
세상 한 복판으로
또 걸어 내려 가야하나?
문명세계의 속도에 발 맞추어야 하나?

힘들게 산을 오르던 10시 30분경의 회룡사 목탁 예불소리가
산 구석 골짜기를 타고
맑음을 머금은 청정한 소리로 퍼질 때……
나는 내 가장 절친했던 단 하나의 친구,
장난처럼 홀연히 비구니가 되어
속리교(俗離橋)를 건너 가버린 榮淑이가 불현듯 생각났다.

하늘은 곧 비라도 올 듯이 더욱 무겁게 내려 앉았다.
며칠동안 우울했던 모든 것이 산바람에 훌훌 날아가는 게 보인다.
나는 얼굴을 들고 두 눈을 감았다.
" 아버지….. 내 모든 죄들을 고백하오니 도말 하시옵소서……….."
눈물일까?
빗물일까?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졌다.

무리한 등정 탓으로 하산 길에는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찬 계곡물에 지친 두 다리를 담그기도 하면서…..
우산을 펴다가 접다가 하면서…..
내려오는 길에…
모기가 계속 따라 붙었다.
" 그래 나 쫓지 않을 테니. 아프게만 말고 얼마든지……."
결국 나는 모기에게 내 붉은 피를 나눠 주고야 말았다.

그날
오후부터는
내가 정상 위에서 흘린 눈물 같은
엄청난 큰 비가 세상 아래로 마구 쏟아져 내렸다.





달개비꽃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