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이제 인생의 황혼녘에 서서
내 자신의 인생역정을 성찰해 보며
지난 일년을 반추해 보는 송년이 다가 옵니다.
나는 과연 마지막 달력장을 떼내고 새 달력을 걸며
얼마나 년초에 생각한대로 살아 왔는지
뒤돌아 보게 됩니다.
★미루나무님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내 기억은..
이 나이에 건망증 운운이
이 것 또한 어느날…. 먼-훗날
사치가 되려나?
건망증이 심해 간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뻔뻔해진다.
집에서 차를 타고 시내쪽으로 나오다 보면
사거리가 나온다.
거기서 나는 여러 번 당황했다.
좌회전 차선에 대어야 하는지……
직진하려고 신호를 받아야 하는지…….
아님 매끄럽게 우회전으로 빠져야 하는지…
나는 종종 사거리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내가 지금 가야 할 길이 어딘지….
막막하다.
그 곳 사거리에서 그러는 것은 좀 낫다.
어느 날은 한적한 시골길을 달리다가
내가 왜 여기를 왔지?
일순 나는 단 몇 십초 간이라도….
몇 시간의 당혹스러움 같이 괴로웠다.
끝이 보이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꼈다.
건망증일까?
아니면…무슨 생각이든 너무 깊이 빠졌다가
낭패 보는 결과일까?
뇌 속에 든 기억의 '해마'란 놈들이 다 죽었을까?
아니면…. 그 놈들도 내, 머리 속에
50년도 더 되게 갇혀 있어서
너무 답답해서…….
다 바다로 바다로 향해
떠나는 것일까?
가려무나, 까짓 거
나도 떠나고 싶은데……
넌들,
별, 좋지도 않은 기억들을 나에게 각인 시키려
얼마나 힘든 삶이었겠냐?
참으로 수고했구나.
그래 나도 조금만 기억하고 살란다.
인자는 너더러 모진 일 안 시키마,
그냥 단순하게…..
습관처럼….. 생활 하며
느슨하게...
나, 그냥 그저 그렇게 살란다.
지나간 일 모질게 속쓰려 아파하고…
딱지가 앉을 만 하면 떼어내어 …….
돋아나는 선홍빛 피를 즐기고...
널 또 불러내어
겨우 가라앉은 앙금을 휘휘-
젓어내어
너마저 외면하고 싶은
옛일을 회상 시키고…..
주인 잘 못 만나 너, 그간
참으로 애 많이 썼다.
양손에 귀한 알사탕 마냥
꼭,꼭 쥐고 있던 것,
다 놓아 버릴란다.
있는 것 다 주고 말란다.
좋은 기억, 나쁜 기억, 다 버릴란다.
죄다 비워 버릴란다.
무소유로 가벼워 질란다.
나, 이 봄에 나비 될란다.
나비되어 훨-훨~
날란다.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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