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랫글에 연이어, '박건호와 '시월에 마지막 밤을'
아내
詩 이요조
아내는 자다 말고
詩가 마려우면 슬며시 방을 빠져나간다.
불을 켜기 미안해서다.
'헹, 자다 말고 웬 詩? 지가 무슨 시인이라고'
목구멍에 뱅뱅 걸려도는 소리지만
돈이 안 드는 거라 늘 꿀꺽 삼킨다.
어느 땐 아예 노트를 베게 밑에 두고
어둠 속에서 자다 말고 긁적인다.
비늘이 안 떨어지는 거라 꾹 참아준다.
만약에..만약에 말이다.
거꾸로 내가 詩를 쓴다면 말이다.
우리 집은 가관도 아닐 꺼다.
식탁 위엔 그나마 간간이 오르던
삼겹살 대신 맥없이 詩같은
푸성귀만 겨우 오르내리고
제대로 못 자 누렇게 뜬 푸석한 내 얼굴을
바라보기만 해도 넌더리를 냈을 거다.
아마도...내 아내는,
가정:만약에 내 남편이 글을 쓴다면 아마 틀림없이 이렇게
썼을 것이다.
................................................................................................
가정 (假定)이 가정(家定)으로 바뀌었다.
이 사실을 안 '박 석수'씨는 책을 다시 보내주면 인쇄 스티커를 덧붙이는
작업을 해서 다시 보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번거로운 일이라 포기했다.
빠른 소포로 인쇄 활자紙를 보내왔건만... 대충 붙이다 말았다.
어제...오랜만에 묵은 책을 뒤졌다.
'박 건호'씨가 생각난 김에...
'박석수' 그도 건강하게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참 좋겠다.
가정 (假定)이 아니라...
그의 행복한 가정(家定)에서...................................................../이 요조
※원문......약간의 수정
http://ncolumn1.daum.net/dist/commentLogin?eid=0KaI5&sid=02GYe&skin=t02&color=gr
'박건호와 '시월에 마지막 밤을' /아랫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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