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들어가기
오래된 낡은 가죽가방 하나만
어깨에 달랑 메고 더 늦기 전에
가을 속으로 여행을 떠나자
늘 주방을 벗어나지 못해 양념냄새 절은
질끈 묶은 파마머리 풀어 내리고
깃 세운 버버리 자락 날려도 좋을
겸허함과 감사함이 풍성하도록 일렁이는
저기 저 물든 숲을 지나
가을 속으로 여행을 떠나자
낙엽이 떨어져 곤한 몸을 누이는 날
동안 키워 온 그리움으로
우리 서로 반가이 만나
테라핀油 냄새 묻어날 것 같은
유화처럼 화려한 가을 풍경 속으로
어깨 나란히 하고 들어가자.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지나
자연 속으로 손잡고 가보자
너도나도 그 자연의 일부분인 것을
더 늦기 전에
낙엽이 다 떨어져 버리기 전에
가을 속으로 여행을 떠나자.
낡은 가죽가방이
낙엽과 잘 어울릴 것 같은
가을해 비낀 오후에,
글/이 요조
'이요조의 詩畵集 > 이요조 戀詩 모음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나무 (0) | 2004.11.10 |
---|---|
'초록아, 네가 간다면' (0) | 2004.11.09 |
그때 그 책, 誤字처럼만.. (0) | 2004.11.02 |
눈물바람 (0) | 2004.10.20 |
바다소리로 우는 소라고동 (0) | 2004.10.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