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내 무더위에 지친 나는 가을 속에서 드러눕다.

가을을 앓느라...어지럽다.

 

딱히 아픈 곳도 없이 그저 아프다.

병원도 못가고 그래서  그 이유를 가을에  게긴다.

 

나는  며칠 전에 찍어 둔 사진을 걸어두고

<팔월대보름에 정월대보름을 준비한다>고 쓴다.

적고보니 대단한 카피라이터의 문구같다.

 

딴에 맞는 말이다.

젊어서 노후를 장만하라는....우리나라는 급속한 실버국가로 변한단다.

인구 10명당 노인이 한 명이랜다. (ec~ 나둔데...)

 

나는 경제만 생각하면 머리부터 아프다.

돈얘기만 할라치면 나는 도망부터 간다. 마치 예리공포증인 내가 예리한 무엇보다 더 무서운 게 돈이다.

(ㅎ~ 돈 얘기 할라고 한 게 아닌데....) 저 위에 문구가 그렇다는 것이다.

진즉 그 이치를 깨달았으면 난 지금쯤 블로그 따위와 씨름하며 살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

 

아주까리잎을 조금 (쌔벼오듯)따와서 정월대보름 나물거리로 말리며 생각해낸 말이다.

던져놓고 보니 맞는 말이긴 하다.

 

울 친정엄니가 그러셨다.

정월 대보름날은 머슴이 문 기둥을 잡고 우는 날이라고.....왜요? 했더니 보름을 지내고 나면 농한기가 끝난단다.

바로 담날로부터 산더미같은 농삿일을 또 우예 지을꼬 해서 운단다. 문설주를 부여잡고 서서 운단다.

 

아직 추울텐데 무슨 농사일이요? 했더니 그 때부터 준비해야 된다신다. 퇴비를 준비하고 아무튼 농사일의 시작을 알리는 날이란다.

정월대보름은 그러니까 추수가 풍성한 한가위를 준비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제 가을장맛비(?)도 그쳤으니 대보름 나물이나 슬슬 마련해 보아야겠다.

가지도 말리고...

호박도 말리고...무도 말리고...

아직은 채소가 금값이다. 좀만 지둘리면 나아질테다.

 

삶아논 밤을 아무도 손대지 않는다.

누가 그랬다 그 걸 말렸다가 나중에 망치로 살짝깨어 알을 걷어내어 밥에다 넣어 먹는다고....

나는 망치질이 두려워 가위질로 분질러놓고 말리고 있다.

 

가을볕에는 뭐든 잘 마른다.

오늘따라 웬지 축축한 내 마음 한 언저리나 말려봐야 겠다.

빨래처럼 뽀얗게 고실고실...하도록!!

 

몸살인지 뭔지

타이레놀만 집어먹고 나는 가을 속에서 어찔거린다.

마치 술먹은 사람마냥 어지럽다.

누우면 가구들이 살아 움직여서 내가 일어나 앉았더니 좀 덜하다.

 

가을볕이 깊다.

그 깊숙한 속으로 잡념의 그림자가 짙다.

우울이 나를 메다 꽂는다.

그래, 말리자!

말려버리자.

 

우리집 철없는 <다산드라> 감나무는 어쩌자고 작고 여린 가지가 찢어지도록 매달고 섰다.

<메친년, 제 몸이나 잘 돌볼 것이지....제 분수를 알아야제.....>

 

괜히 가을 허공에다 종주먹을 댄다.

밉다던  그늠은 아예 빚받으러 온 늠처럼 기일게 드러 눕는다.

뭍사람들 우울모드로  전염시키느라 힘들었는게비!

<너도 어지럽구나 그렇지?>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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