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비에서*
내일이 동지고
낼 모레 글피가 크리스마스 이브고
난 아직 크리스마스 트리도 만들지 못했다.
나, 늙었나보다.
언니는 영감 할멈(죄송)둘이서 (다니러 올)손자 손녀를 위하여
머리맞대고 몇날 며칠을 공작시간을 가지듯
손수 인형도 만들어 달고 하더니만...
나는 공백기다.
그럴 손자도 없고,
내 아이들은 다 컸다.
내게는 마당에 세 번째 말리고 있는 무시래기가 트리고
시들은 수국대에서 내년을 기약하며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잎새들아 아직 봄이 멀었단다. 가만히 엎드려서 봄을 기다려야해~)
빨간 신호등을 켜놓고 주의를 알리는 새순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일본에서 본 호텔 로비의 크리스마스 트리
빨간 장미보다 내겐 더 눈부시다.
올 겨울은
그저 내 마음에 트리나 환히 밝혀야겠다.
블로거 친구 여러님들~
즐거운 연말연시 되시고 희망찬 2008년을 해처럼 품으소서
화분에 심어져서
여름내 갈증에 고초를 겪다가 가을비에 겨우 살아나자
야속한 쥔장이 미안스런 마음에 안으로 들여 놓은 고추
아직 살아있다.
한 열흘 전에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코딱지만하게 달았다.
이 고추만 봐도 <미안해>말이 술술 절로 나오니....
내겐 ...이 이상 더 좋은 트리가 어디 있을까?
새해부터는
남을 배려하고
잘못이 있다면 사과 할줄을 알고
먼저 손을 내밀어야겠다.
년 전에 강에서 줏어온 돌로 만든 돌멩이 십자가도 내겐
마음 속의 크리스마스 트리다.
글:사진/이요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