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 요조

2002/1/15(화) 00:13 (MSIE5.0,Windows98;DigExt) 211.198.117.193 1024x768



꽃 이야기  

























송기숙님은 참 좋겠다.



부군에게서 자주 꽃다발을 받아보았다니.....



난 언젠가 그에게 말했다.



"이번 결혼 기념일엔 뭐 없어요?"



"와? 와그라는데? 니만 결혼 했나? 나도 했따!"



라는 대단한 말로 우리부부사이에 잊지못할 어록을 남기고



난 기대치를 꺾어버리고 살았다.



꽃~~



나처럼 꽃 좋아하는 사람 어디 또 있을까?



아마 내가 죽어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난다면 아마 님의 부군같은 사람이 아닐까한다.



옛날엔 꽃이 귀했다.



우리 집 뒤안은 산 자락이 끝나는 곳이어서  뒷마당이 큰 천마산의 가장자리 동산의 한 형태였다.(남부민동 1가 69)



물론 그 언덕위로 집들이 더 있고.....그 위로는 큰 도로가 또 나 있는... 부산 특유의 지형세지만,



그렇게 뒤안이 비스듬하게 4층 정도 높이 까지 담장이였다.



내가 오를 수 없는 제일 가파른 윗쪽에는 키가 큰 미루 나무가 두 그루나 있었다.(나중에 베어졌지만)



씨알 굵은 오래 되었지만 잘 크지 않던 아담한 감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군데 군데...듬성 듬성 있는 바위를 타고 난 곧잘 올라갔다.



흙 한자락 보이지 않게끔..시멘트로 잘 손질된 앞 마당에 비하면 뒷마당은 나의 참 좋은 놀이터였다.



학교가 파하고 오면...누가 부르는 듯 난 혼자 그 작은 등성이를 올라가곤 했다.



그 곳에는 새 순들이 아주 앙징맞게 자라나고 있었다.



개나리 큰 무더기로 늘어져 있었고...



개나리가 있긴 있어도 개나리가 잎과 꽃이 동시에 피는 개개나리 였다.



개나리는 잎이 없을 때 노란 꽃 그 자체가 예쁘지, 잎이 피고 난 뒤의 꽃은 유명무실해진다.



초록을 이길 수 없는 노랑빛이라니,



등성이 높은 곳에는 머위가 많이 자랐는데...(아마 적산 가옥이라....일본인들이 머위를 좋아해서 )



예전부터 심어져 있어왔던 것이라 봄만 되면 제일 먼저..... 아주 예쁘고도 뾰족한 싹을 피워 올렸다.



난 늘 그 새삮이 아닌줄 알면서도 엉뚱하게도 제라늄 잎으로 변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했지만....



앙징맞은 작은 잎새는 내 마음도 모르고 자꾸만 자라났다.



왜 그렇게 꽃 씨가 귀했을까?  왜 꽃씨를 받아두었다가 파종하지 않았을까?



우리 집엔 기껏해야 분꽃 노란 붓꽃이 전부였다. 아 그리고 앞 마당엔 어머니가 잘 기르시던



손바닥 선인장이 여러 盆 자라고 있었던 게 다였다.



돌틈 사이로 물이 늘 쫄쫄쫄 소리를 내며 흘러 내렸고...



우리들(형제)은 종종 연못을 파놓고는...(흙탕물)좋아라 했다.



엄마 아부지는 뒤란에 물이 고여 있으면 좋지 않다고 우리가 파 놓으면 메꾸어 버리시고



그 물줄기를 눈에 띄지 않게 하수구로 흘러 가게 하셨다.



그러면 또 우리는 어느 날 합세하여  부모님 몰래 물 줄기를 막아.. 구덩이를 또 파고.....



언제나 뒷마당엔 상추며 쑥갓을 심어.....



봄이면 어머닌 그 걸 쏙아내어 여리디 여린 잎새를 손바닥 한 가득 놓으시곤 쌈밥을 싸셨다.



지금도 상추를 별로 달가와하지 않는 나는 그런 엄마가 이상하여서



"엄마 풀이 그렇게 맛 좋아?" 하며 고개를 늘 갸웃댔다.



나는 그 개개나리를 늘어지게 꽂는 것도 좋아하였고 강아지 풀 꽂는 것도 좋아하였고



아무튼 내가 중학교(부산여중)를 다닐 때 쯤은 돈만 있으면 꽃을 사다 날랐다.



하도 말리다 못한 어머니의 말씀 한마디가 50을 넘긴 아직도 시퍼런 멍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내가 보니  못난이들이 주로 꽃 들고 다니더라"



예나 지금이나 학교가 파하면...



꽃 장사들이 학생들 주머니 사정에 맞춘  꽃 다발을 가져 오는데 참 쌌다.



그러나 그 꽃들은 모두 신선도가 한참 떨어져서... 집에 와서 꽃아도 며칠 바라 보질 못했다.



그 것을 늘... 안타깝게 여기시던 엄마의 말씀이라니...



참 또 있다 .....



시골 외가에 가면....봉선화 키가 큰 노란 장다리꽃 여름 밤 하얀 박꽃.....



산에만 가면 청다래 넝쿨...



채송화..... 그렇게 꽃을 좋아하면서...씨를 받아 파종할 줄은 왜 몰랐을까?



다시 우리 동네 어느 집에는 여름에 우툴두툴한 오렌지색 열매가 달리는 '여자'라는



줄기 식물을 그렇게나 부러워하면서도.....



씨앗을 구해다가 뿌릴 일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저 뿌리가 있는 붓꽃이나 들국화정도..... 그 것도 포기 나누기도 전혀 모르는,



난 입버릇 처럼 말했다.



이담에 크면 난 꽃집을 할거라고, 아마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



"꽃 집에 아가씨는 예뻐요" 가 한참 잘 나가던 때 였던 것 같다.



내가 진주에 잠시 살 땐가 보다.



이사하고 얼마 뒤 친정 형제들이 모두 올라왔다.



진주시 상평동 촉석 아파트...(20년전)



내 형제들은 동 호수는 잊었지만 베란다에 화분이 제일 많은 집으로 용케도 잘도 찾아 왔었다.



꽃~~



정말 꽃이고 싶었다.



꽃~



말만 해도 행복해지는 꽃,



생각만 해도 행복해지는 꽃,



저절로 웃음이 번져나는 꽃,



꽃,









* 송기숙님 '마른 꽃을 읽고 그냥 써 본 글입니다. 그림은 꼭 일년 전, 마우스 그림 막 시작하고 첫 솜씨입니다*



미루




Visions ♪ Cliff Rich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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