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상에도 자신있게 낼 수 있는 김치찌개


날씨가 꽤나 쌀쌀하다.

이런 날엔 그저 맛있는 김치찌개를 갓 지어낸 뜨거운 밥 위에 얹어 호호거리며 비벼먹는 일이 추운 날이어야만 즐길 수 있는 맛과 멋거리가 아닌가 싶다.

김치찌개는 맛있다.

한겨울 뜨끈한 찌개로 이만한 것 또한 없지 싶구나.

그런데 ....그런데....얼키설키 고기와 먹던 김치가 어우러져 맛은 내지만 손님상에 내려면 여간 데면데면한 사이가 아니라면 상에 올리기가 어렵다.

오늘은 좀 얌전한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려한다.

실은 내일 여행을 앞두고 집에 남아있을 식구들을 위해 만든 것인데, 큰 냄비에 끓여두면

이리저리 두 끼니 만 떠먹고 나면 찌꺼기로 형편없을 것 같아 덜어서 데워 먹게끔 만들어 두고 떠난다.


얌전한 김치찌개,

묵은 지 한 포기를 꺼냈다. 삼겹살 500g

먼저 다시마 멸치 육수를 끓였다. 김치 한 포기 잎새 사이사이로 삼겹살을 넣으며 끓였던 다시마도 그 사이 사이에 끼워 넣었다.

돼지고기를 해초와 함께 삶아내면  돼지고기 맛을 좋게하고  냄새도 없애주고 영양도 높인다는 말을 들었다.

김치찜도 한 시간 이상  푹 끓여야 제 맛이 나기에 오래 끓이자면 실로 세 군데를 칭칭 동여 묶었다.

육수를 잠길만큼 붓고 끓이다가 냉장고에 사둔 콩나물이 생각났다. 엄마가 돌아 올 일주일 뒤엔 콩나물은 못 먹을 것이다.

씻어서 끓고있는 김치찌개에 넣었더니 넣지 않은 것 보다 보기에도 낫고 맛도 좋더구나!!

 

찌개를 끓이는 냄비는 멋진 그릇보다 주방에서 엄마는 이 양은 냄비를 주로 사용하는데,

손목이 좋지 않은 내겐 가볍고도 좋다. 아마 20년 가까이 쓴 물건 중에 하나인 것 같다.

이런 찌그러진 냄비에 김치 찌게를 끓인 게 어쩐지 더 만만하고 맛나더라!

한식은 참으로 이상한 게, 먹고 나서 배불러야 잘 먹은 것 같고 찌개를 끓일 때는 그릇 목까지 차서 부글부글 무섭게 끓다가 더러 넘쳐나기도 하는 그런 찌개가 맛나 보이더라!

그러기에 엄마는 양은냄비에 김치찌개를 마냥 부글거리게 끓도록 내싸두기엔  이처럼 만만한 냄비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넌 집에만 오면 <엄마,  그 냄빌랑 제발 버리세요.> 하지만 그 건 모르는 소리다.


웍은 한가득  무거운 것이 들면 까딱 한 손으로 잘못 들다가는 손목이 이내 시큰거리기 일쑤따> 

아예 양손으로 들 수 있는 이 헌 양은 냄비가 얼마나 가볍고 좋은데,,,?

나물거리를 데쳐내기에도, 멸치 육숫물 내기에도 그저 그만이다.

손에 길들여진 냄비다. 내가 냄비에 길들여진 건지 원,  아무튼 내버릴 순 없다.

이 냄비 못 쓰게 되면 똑 같은 냄비로  개비할 생각이다.


김치찌개는 한 시간 가량 오래 끓이다가 어느 정도 식은 후에 잘라서 냉장고에 두었다.

먹을 때는 적당량만 덜어내어 전자레인지에 3~4분만 돌려서 먹으면 좋을 것이다.

김치찌개에 그냥 넣으면 구불구불해지는 고기가 마치 다림질 해 논듯 한 삼겹살 맛이...환상이더구나!!

엄마 학창시절 요 밑에다가 바지나 치마를 깔고 자면 이튿날 아침 가지런히 주름 잡혀 잘 다려진 듯 있던 교복처럼 ...거기다  정말이지 맛까지 좋으니 웬일이니?


입맛 까다로운 느이 아부지 한 숟갈 국물을 떠 넣으시곤 고개를 주억거리시는구나!!

김치찌개 손님상에 낼 때에 망설이지 않아도 좋겠고 특별한 날, 상 가운데 올려도 얌전한 김치찌개는 그다지 민망하진 않을 것 같구나!!

틀림없이 맛도 더 있으니깐...

엄마 말 믿고서 장난삼아라도 한번 시도해 보려마~

이왕지사 김치찌개 만들기를 손이 수고로우면 가족들이 좋아하고 맛도 가일층 깊어지는 그 재미를 안다면야 더 말해 무엇하리~


 

날이 많이 춥구나,  옷 따뜻하게 챙겨 입고 다녀라!

엄마.







재료

김치 한 포기, 대파 1뿌리, 삼겹살 500g, 콩나물 500g, 고추 2개, 마늘 1큰술, 마시마 멸치 육수5컵


방법

 

1/ 적당히 익은 김치 한 포기를 꺼낸다.

2/삼겹살을 김치 사이사이에 육수에서 건진 다시마와 함께 넣는다.

3/ 실로 세 군데쯤 묶는다.

4/육수를 4컵 붓고는 약 불로 40분 쯤 끓이다가

5/김치를 뒤집어 주고 콩나물을 넣고 20분 더 끓인다.

6/마지막에 파와 마늘, 고추등을 썰어 넣는다.

7/ 어느 정도 식혀서 잘라낸다.

8/국물을 끓여서 붓고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려낸다.

 

 

 

묵은지 한 포기 

삼겹살 500g 

 사이에 넣는다.

 다시마도 넣고,

 실로 묶어준다.

 냄비에 넣고 40분 쯤 약불로 끓인다.

 뒤집어 주고

 콩나물을 넣고 20분 쯤 더 끓인다.

 마지막에 대파, 마늘, 고추를 넣고

 완성

 식혀서 자른다.

 통에 담아둔다.

 며칠은 먹을 수 있을게다.

먹을 때는 전자레인지에 잠깐 돌려서~ 뜨겁게!! 

얌전한 김치찌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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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

11월 18일 오후 똘똘이 물그릇에 살얼음이 뜬다.

마당에 불 밝히듯...

붉은 빛으로 환한

감을 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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