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부드러운 손" 

    누구십니까?
    당신은?
     
    지난 밤 오른손을 데었습니다.
    렌지에 오래 돌린 찻잔 금박부분이 녹은 곳에,
    엄지는 거스러미로 붙여 둔 밴드가 다 녹아버리고
    검지는 찻잔 손잡이로 낙인 눌러 논 것 같았고

    중지, 역시나 뜨거워서 놓친
    팔팔 끓는 물에 데었는데,
    오늘아침 거짓말같이 다 나았습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제 상처에 당신의 크고 부드러운 손을 얹어 기도한 당신은?
    놀라고 지쳐서 바셀린 거즈에만 싸서
    욱신거리는 통증과 함께 잠이 들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한 열흘 전에 데인 상처처럼 아무시랑도 않게
    꾸덕꾸덕 잘 말라있었습니다.
    상처가 말라서 딱지처럼 치유되어 있었습니다.


    오늘에야 알았습니다.
    나는 나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


    나의 주인은
    땅 밑을 기어다니는 작은 지렁이에게나...
    풀잎 위를 어슬렁대는 보잘것 없는 노린재나,
    노오란 작은 새의 입부리 까지도

    허기를 사랑으로 채워주시는
    바로 당신임을,

     


    크고 부드러운 손길의 작은 스침에도
    새해 새로운 신앙의 샘물로 퐁퐁 솟아나게
    역사 하시는 당신!

     

     

    오늘 흘리는 뜨거운 눈물로

    당신의 언 발등을

    저로 하여금 어루만져 씻게 하소서~~

     

     

     

    이요조/2005년을 준비하며




Jes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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