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이었나?

이런 영화가 있다는 걸 오며가며 TV를 통해 알았지만

역시나 나는 보지못했고  시간은 흘렀고,  계절이 팍상한 늦가을 여행지에서 이상한 음식탓인지

위장이 꼴시런 유난을 떨었는지  (나중에 알고보니)장염에 걸렸고, 그래서 멀미가 났고,

그 이유로 버스 맨 앞자리로  옮겨앉았고,  울집 막내 늠보다 훨씬 어린 아가씨와 동석을 했고,

관광버스 기사는 마지막 단풍철, 시사철이라 막히는 지루한 상경길에 DVD를 틀었을 뿐이고,

나는  앞자리에서  멀미를 잊으려다 잘 보았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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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은 먼 곳에>

내 옆자리에 앉은  <데모스미디어> 사원인 정양은 벌써 보았던 영화란다.

영화홍보시엔 대박날 줄 알았는데...그저 그랬단다. 아니 적자흥행이었단다.

 

TV  무비 프로그램에서  맛뵈기  에피소드를 하도 많이 보여주니까...나도 하마 다 본 듯 했다.

건성, 영화를 보다보니 <어라~>내가 생각했던 줄거리완 사뭇 다르다.

내가 소설을 썼나?  아냐..하도 TV를 끌어안고 살아서 그럴게야~

 

나의 엉뚱한 시놉시스는 머- 대충 이랬다.

수애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남편은 학교 소사였다. 동기야 어찌되었건 결과는 수애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사랑이 없는 억지결혼을 했다가

수애의 냉랭함에 견디지못한 자책감에 쌓인 남편은 월남으로 떠나버리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수애는 그제사 남편을 찾아 나서고....

피터지는 포화속에서  우여곡절끝에 남편과 상봉을 하고,

......뭐 대충 그랬다. 아마 다른 것과 짬뽕으로 만들어 먹고는 지맘대로 소설을 짜집기해서 써 내렸나보다.

 

그런데 내용이 영판 달랐다.

그 반대였다. 애인이 있는 남편,  억지 결혼을 한 건 남편쪽이었다.

실제 시놉시스는 이랬다.

 

1971년 베트남 전쟁의 한가운데 그들이 있었다.

사실 상길에게는 서울에서 대학다니던 시절 만난 애인이 있었다. 하지만 상길은 순이와 결혼후 바로 군에 입대했고, 2세를 낳아야한다는 시어머니 등살에

순이는 매달 그를 면회가지만, 순이에게는 따듯한 말 한마디, 다정한 눈길조차 주지 않았고, “니 내 사랑하나”  하며 냉랭하던 그런 상길이는 부대에서

싸움에 휘말리게되고, 결국 그 탓으로 월남전에 나가고, 그 소식을 뒤늦게 안 시엄니가 아들을 찾겠다고 손수 월남에 가려는 순간, 순이가 그녀를

막아세우고 자신이 상길을 찾아오겠노라 하며 길을 나선다. 마침 월남에 보내질 밴드를 뽑는 다는 것을 안 순이가 우여곡절끝에 딴따라 악단쟁이

정만을 만나고, 밴드의 보컬이 되어 월남에 가서 부대를 돌아다니면서, 포화속에서 오로지 남편을 찾기위해 열심히 노래를 하고. 그리고 지성이면

감천이랬나 결국엔  미국 장교의 도움(?)으로 남편을 만난다는... 그런 줄거리


 

주말 귀경길 어두운 관광버스안에서 달리 할 일도 없는 맨 앞좌석의 우리는 열씨미 비디오를  보고있었다.

86 <난, 솔찌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아요!>

50 <이런??  ....%$#@#...........@@ 아! 맞어 글캤꾸나!!!!!>

'이런 난감한 일이...'50년생인 나와 86년 생인 둘 사이에는 건느지 못할 역사의 강이 생겨버린 것이다.

역사가 다른 세대가 아니라.... 사랑에 관한 관념이 전혀 다르다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콕! 찍어 얘기하자면 시대착오적인 영화 맞다.

 

100년을 대충 4세대로 본다면  25년이 한 세대랬나? 

한참을 놀다가 낳은 세째 막내도 82년생이니.....한 대를 거르고 1,5세대 차이나 되었다. 그러니 당연 gap이 생길 수 밖에,

50년생인 난,  여고생일 때는 (부산인지라) 태극기를 들고 부두에 나가,,,<맹호부대 용사들아~♬> 해싸가미 부두에서 손을 흔들고 노래를 불러주었다.

산처럼 큰배에 군인들이 개미떼처럼 까마득했고,,,우러러보며 노래를 부르면 눈부신 직사광선과  흘러가는 하늘 구름에 배가 쓰러지는 듯....

어찔한 현기증에  정말 부두에는 나가기 싫었는데 아마도 사흘이 멀다않고 여학교들이 돌아가며 부두에 나다녔던 것 같다. 

주소를 적은 쪽지가 우르르 비 쏟아지듯...떨어지고,  아이들은 그 걸 줏어다가 편지를 했다.

와중에 나는 펜팔이라고는 전혀 못해보았다.  왜냐면, 짝꿍인 정기자는 운 좋게도?  중위와 펜팔을 시작했는데  짝꿍 基子의 자랑스레 보여주는 편지를 보다가

다른 친구들이 받은 쫄따구들의 편지를 비교할 때  자존심에 아무하고나 도저히 핀지를 주고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ㅎ~

기자는 월남에서 돌아 온 그 중위와 약혼을 하고 어쩌고 하더니 그 이후로는 내 기억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이상이 월남전 내 기억의 전부다.

 

 

 

86 미쓰정 어머니는 큰 항만도시가 아니라면 월남전에 대해서 그리 느끼는 바 없을터...

50<아차차!!  나(歲)부터 다르제~~>

집안에 삼춘이나 당숙쯤이나 월남전에 참여했으면 어느정도는 쪼께 알것이구마~

 

50<뭐가 그리 이해가 안 가던?>

86<마지막 부분에서 남편을 만나 뺨을 때리는데.... 아무래도 그 부분이... 저 같음, 그런 남편 찾으러 당연 안가지요!...그리고 수애가 남편 뺨을 때리는 마지막 앤딩장면이 석연찮고 찜찜해서 그 날 밤, 영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수애가 남편의 뺨을 때린 이유를 모르겠다며 다 보고난 뒤 너무나 허무해서 멍-했다는 이야기다.

종알종알....86은 도저히,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투다.

 

그 때 노래가 흘러 나온다.

<사랑한다고오오 말할 껄 그으래애찌이~~ 님이 아니면 몬산다할꺼슬.....싸랑한다고....♭>

50<내가 설명 할 꺼 하나도 읎꾸마....저 노래 가사에 그 해답이 다 들었능기라!>

86 <에에??  정말요?>

50 <아까 머라캤노? 사랑하지도 않는 남푠을 왜 찾으러 가냐고? 수애는 그런 남편도 무지 사랑하능기라>

86 <암만 그래두...나 같으면 절때루 안 찾을텐데....왜?  이역만리 머나먼  전쟁터 死地까지  찾아가야했는지...??> 

 

 

그랬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기적인 사랑밖엔 안배웠고, 상대방 사랑이 식으면 내사랑도 걷어 올 뿐이고....

바보같은 사랑은 절때 안 할 뿐이고....

난 검색을 해봤다. 역시나

86 미쓰정과 같은 말만 하고있다.  50년식인 나는 과연 어떻게 어떤 대답을 명쾌히 들려줘야만 하나?

 

86, 미쓰정 세대같은 젊은이의 영화감상평이다.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는 남편을, 시댁에서 떠밀리 듯 쫓겨나 베트남까지 찾아간다는 순이(수애). 확실히 이렇게만 보면 좀 갸우뚱해지는 이야기이긴 한데,

여기서 방점을 찍어야 할 곳은 남편이 아니라 당시 시대상황이 아닌가 싶다. 남편 없이는 자신의 존재를 유지할 수 없는 여성의 위치에서 무언가를 표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영화는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남편을 찾아간 이유가 분명 사랑은 아닐테고,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이유를 찾을 수 있는 목표가 그것이었던지,

당시의 시대에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거였던지, 상징적으로 시대를 고발하기 위한 거였던지 싶다.
그런데 순이의 행동이 영화속에서 충분히 타당성을 갖는지 의문이 든다. '왜' 그렇게 남편에 집착해야 했는지 싶다.

 또 질문 하나는 <수애가 미군장교와 잤나요?> 하는 황당한 벽창호 질문이다. /이상 2건의 검색글

 

 

<니, 사랑이 뭔지나 아나?>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질문이지만

답은 물론 잤다.

미군장교를 이용 남편을 찾아내기 위해서였고 다음날로 바로  총탄이 비오듯하는 사지에서 남편을 만나게 된다.

남편은   노상 엿만 멕이던  웬수같은 동지였는데도 곁에서 피흘리며 죽어가는 동지를 보자 그만 이성을 잃게된다.

 

 

천지에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게 분노로 폭발해버린,,,아니 미쳐서 날뛰는 곧 총알받이가 될

일촉즉발의 바로 그 순간의 위기에 남편을 구한 것이다 수애는.....

수애의 남편찾기는 과연 집착이었을까?

또 하나의 생뚱맞은 질문  중요한 대목에서...잤냐 아니냐가 뭐가 대수냐고?  생과사가 갈리는 판국에...

포화속에서 까짓 정조관이 항차 무엇이관대....?

86 들은 전쟁의 리얼리티는 생략하고 오로지 수애의 정조에만 관심이 쏠렸다.

6.25 난리동이인 나도 전쟁은 기억에 없지만  나잇살인지  그 정도는 가슴 쓰라리도록 알고도 남음이 있겠다.

 

 버스 DVD 무비는 사정읎이 돌아가고

신구세대간의 사랑이란 관념의 갭을 어떻게 소통의 물길을 트게해서 이해시켜야 하나!!

영화속 수애는 우리세대다. 실은 조금 더 위에 세대다.

 

마지막 장면에서 예의 86년식이 궁금해했던 포화속에서 남편을 찾아 말없이 뺨을 때리는 그 장면~~

그 장면이 바로 화룡점정인 것을....말해 무엇하리~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

사랑하는 남편이 말없이 혼자 월남전에 참가했고 수애는 그 남편을 찾아 전쟁터에 뛰어들었고

죽음보다 모진 고생을 했었고, 정조를 팔아 남편을 구했고,

더 이상...아모리 생각해도 뺨을 치는 일밖에 없을 것 같다.

 

그 해답은 단 한 가지  <사랑하기 때문에>

거기다가  거슬러 올라간 시대적 배경 플러스 알파까지,

한 번 결혼을 했다하면 죽으나 사나 그집구신이 되어야 하는 할머니 세대를 86은 짐작이나 될랑가?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난 너하고 놀 수가 없단다. 길이 안 들었으니까."
왕자/ "길들인다'는 건 무슨 말이냐?"
여우/"그건 너무나 잊혀져 있는 일이야. 그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란다. ... 내게 있어서는 네가 아직 몇 천 몇 만 명의 어린이들과 조금도 다름없는 사내아이에 지나지 않아,  나는 네가 필요 없고, 너는 내가 아쉽지 않은 거야. 네게는 나라는 것이 몇 천 몇 만 마리의 여우와 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아,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아쉬워질 거야. 내게는 네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아이가 될 것이고, 네게는 내가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될 거야....

 

그렇듯 사랑하기 때문에 길들여지는 게 부부란다. 아니 길들여졌기에 사랑하는건가? 뭐가 우선인지는 나도 헷갈리긴 하다.

 

50 <우리네 민요에 이런 노랫말이 있지? 정든님이 오시는데, 인사를 못해~~ 행주치마 입에 물고 입만 빵긋~~>

 

50 <그 게 바로 한국적 사랑인셈이지.  오랜만에 본 남편, 입만 빵긋 웃어도 아주 개방적인 편이지~~  멀리 간 남편이 돌아오면 먼-빛으로 남편의 건재를 확인 후,

얼른 뜨신 밥상부터 행기려 정지깐으로 달려가곤 하는 게 옛 할머니 세대의 사랑이란다.

아무튼 각설하고 사랑의 정의란  애틋하게 잔잔히 강물 흐르듯 하라는 거다.

남편을 향한 애절한 외기러기 사랑을 요즘 아이들은 알턱이 없다. "턱턱사랑 영이별이요 실뚱머룩 장래수"라는 실뚱머룩의 깊은 속내를....

요즘 너희들 세대야~ 턱턱사랑 서구식으로 달려가 안기고 괴성을 지르고 난리 법석을 대겠지?>

 

<♩느으끼 저네에에....느끼저네에에에에 빨리 도라와주오~~♬

이 마음 그대생각 너엄치일때에...이 마음 그대에게 드으리리리이 그대가 느저지면 다시는 만날수 없어요오오오~~>

 

50 마지막으로 부부란 말이다. 언제나 좋을 순 없지....아웅다웅 다투며 살다가  문득 늙어서 뒤돌아보면  삶의  전쟁터, 사지를  함께 벗어난 戰友愛

를 느끼며 사는 게  부부라는거란다.   사랑은 특별하지않아~  달거나 기름지면 이내 식상해져~ 늘 먹는 밥처럼  달지도 기름지지도 않은 밥맛 같은 게 사랑이지~

86  <이젠 좀 알 것 같아요!!  ㅎ`ㅎ`ㅎ  요즘  우리 엄마 아빠도 자주 싸우시는데 그리 큰 걱정 안해도 되겠네요~~>

50 <그으래? ㅎ`ㅎ`ㅎ`>

모름지기 부부란  同志愛! 로 산다?   내가 말해놓고 봐도 참으로 멋진 명언이다.

 

 

 

암튼 DVD한편 잘 때렸고, 86년식 이해시키려 50년식 나는 땀 삐질*.*);; 흘렸고,  <님은 먼 곳에> 흥행실패 원인을 알았고,

요즘 무비 주고객 젊은 층에게 이해의 공감대를 전혀 구하질 못했고,  영화에서 수애는 순이에서 써니로 바뀌었고,

그래도 드라마 <해신>에 나온 수애는 영원한 수애였고,  단순 눈요깃꺼리라면  지고지순한 수애의 섹시한 면모를 발견했다는 것이고,

간만에 영화 한 편을 잘 보고나서 동행들 작태를 살펴보니  뒷자리에 앉은  군대 갔다온  50년식 또래인 울먹한 이래님은 눈물이 난다캤고,

그 뒷자리에 앉은 46년식, 군대를 전혀 모르는(갔으면 참전용사도 될 뻔한)여식도 읎는 고명독자  내 남편은 줄곧  졸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맹숭맹숭 앉아 있었고,

두 번이나 본 86년식 미쓰정은 고개를 주억거렸지만, 막상 몇% 이해를 했는지 감이 안 잡히고, 뒷좌석에 젊은층은 거개가 목이 캑, 비틀어져 다들 골아떨어졌고,

버스는 어느새 서울에 도착했고,  멀미는 이미 강건너 사라뎠꼬,  나는 이 해가 가기 전, 그 걸 글로 한 번 극쩍거렸을 뿐이고,

 ........이 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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