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마트에 고기사러 나갈일이 있어서 10시30분경 집을 나섰다.

나는 할배랑 함께 <나잡아봐라>도 하며 달렸다.

모처럼 둘 다 기분이 UP되어있었다.

우리집 할배는 얼마나 소심한지.....절대 혼자서는 잘 못 나가는 위인이다.

 

이름이 나이에 걸맞지 않아 요즘은 그냥 '할배'라 부르는 게 훨씬 더 나은  "똘똘이'

종류야 어쨌거나 이래저래 믹서된지 오래인 잡종견 종류지만 집 지키는데는 이만한 경비견이 더 없다.

 

간혹 바깥을 나갈라치면 요즘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동족이 없으니 저도 뭔가 으스스한 공포를 느끼는 거 같았다. 

아빠가 매일 새벽 운동장에 나가면 꼭 함께 가서 도는 할배, ( 날씨가 매서워진 겨울 들어 요즘은 당분간 아침운동은 그만두었다)

운동장엔 금지구역이지만....이늠만은 사람들도 눈감아준단다. 꼭 주인을 지가 돌보러나온 것처럼 딱 붙어있으니....

오히려 아빠가 인사를 듣는게 아니라...할배가 인사를 듣는단다.

"또 왔어?" 하고

 

할배 나이는 세다가 잊었다.

세월이 워낙에 빠르니..젖떼고 애기 때 받았는데...점박이가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아마도 10하고도 3~4살 이상은 되었지 싶다.

찻길도 무서워 하니까...오히려 잘 건느는 편이다. 사람을 피해서  다니는 할배니 오늘은 목줄도 없이 함께 나갔다.

우리는 겅중겅중 뛰며 모처럼 몸을 풀었는데....찻길을 함께 건너왔는데, 보이질 않는다.

이상하다.

혼자 집에 갔겠거니 하는데....웬 단발마의 소리, 찻길에서 개 두마리가 한데 엉클어진다.

그런데 자세히보니 주저앉아 못일어나는 건 분명 똘이할배가 아닌가?

온몸에 찌르르르 전율이 일었다. 다리가 딱 붙어 움직여지질 않는다.


길에서 도통 볼 수없는 동료라 좋아서 반가운김에 장난을 했는지 몸싸움을 했는지...할배는 무척이나 소심해서 웬만한 강아지도 비켜가는데....

뭔가 사고가 날려니 피해갈 여지가 없는 모양이다.  그만 차 밑에 깔린 것이다.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않아 일어서지를 못한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다가가서 안아주니 나를 미처 몰라보고  으르릉 거린다.

고통속에 눈에 불을 켰다.

내 목소리를 알아듣고 이내 조용해지긴했는데 축 처진다.  외상은 없어 피는 흘리지 않았는데...가녀린 등위로 차 타이어가 지나간 것같다.

급히 택시를 불러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고 링거를 달고 피검사를 하고...

척추는 괜찮은데....배 밑으로 둥근 뼈들이 몸체 큰 뼈대에서 다 떨어져 나오다시피 되버렸다.

자잘한 뼈들이 너댓군데나 다 부러졌으니 수술도 무리란다.

 

tv동물이야기에서 주인들이 안타까워하는 걸 나도 보아왔지만....그저 눈물이 얼마나 흐르는지....

고장난 수도꼭지마냥 그저 줄줄 새고 있었다.

 

입이 보살인게야.

어제 앞집 진순이 이야기를 했었다.

진순이는 자궁척출수술하느라...20만원, 털이 눈을 찔러서 자꾸 염증이 생기니 쌍꺼풀 수술에 15만원 하면서 우리식구들이 깔깔 웃었다.

블로거 취백당님네 션이 기브스를 하고 있는 걸 보고는 컴텨를 열고 우리식구들 죄 불러서 보여줬다.

아줌마처럼 기브스한 다리를 쭉 펴고 앉았는 게 너무나 웃으워서....

그랬는데...그런 일이 내 발등에 불이되고 보니...우씨, 을마나 울었는지 눈알이 다 뻑뻑하도록 아프다.

내 손에서 키워지는 늠들은 다 건강했다.

 

예방주사도 내가 손수 놓고 피붓병, 설사에도 내가 손수 주사를 놓는다.

하도 많이 기르다 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키우지 못한다.

 

엑스레이 결과에 수술은 못하고 그저 붙기만 바란단다.

대신 다른 장기 손상이 있을까봐 3~4일 두고보잔다. 항생제 맞혀가며...

 

바깥에 둔 늠이라 안아보니 냄새가 무지난다. 눈꼽에서 그런다. 할배다 보니...

의사쌤님- 개도 나이가 들면 인지능력이 떨어진단다.

가위를 달래서 눈꼽붙은 털을 대충 깍아내고 걸레로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것 마저 미안하고 죄스럽다.

의사쌤 둘이 물끄러미..내 하는 직태를 본다.

그냥 바깥에 놔서 먹인 늙은 개에게...이제와서 유난은? ...싶어서일까?

 

오늘 아침은 육개장에 밥을 말아줬더니 배가 고픈날은 꼭 내 손을 핧아주며 고맙다는 싸인을 하는데...

오늘 아침은 건성이었다. <뭐 먹이세요?>

<사료는 늘 있어도 안먹고 밥만 달래요~> <오늘아침 먹었어요?>

<왜요?><혈액에 지방과 당이 많아서요.>당이 높단다. 나 참.....개들 당뇨검사도 다 있나보다.

 바깥에서 오래 키운늠치곤 심장사상충은  없단다.

 

"할배 잘 있어라..."

진통제도 들어가고 해선지...뒷다리만 주저앉아 못쓴다 뿐이지 고통스러워하진 않는다.

잘못되면 영 장애견이 될 수도 있단다.

 

좀 전에 전화를 했다.

<똘이 집인데요. 와서보니 밥도 그대로 있어요!>

< 예, 알았습니다. 안먹고도 당이 높으니...일시적일 수도 있지만....검사들어가야 알겠지요>

 

크리스마쓰 이브날 이게뭐람,

내게도 이런일이....

 

진료비 15만원에 하루 입원비만 4만원이랜다.

엊그제 홈쇼핑에 보니 애완견보험 상품도 있더라만.....

 불경기에 우환은 도둑처럼 숨어들고,  그 원인제공은 내 불찰이려니...아차 찰라에 사고내고 한숨 내쉰들 무엇하리~

 

<할배, 저녁에 또 올께~~>

휴지로 콧물 딱아주고는 돌아와서 입었던 옷, 마후라 일습을 벗어서 손으로 비벼 빠는데...

마리가 이상하게 심하게 킁킁거리며 끙끙거린다.

오빠냄새가 많이 묻은 엄마 옷하며 울어서 벌개진 눈과 부은 얼굴하며 번갈아 쳐다보며 뭔가 낌새를 알아차리곤 저도 시무룩이다.

똘이짜식....늙으면 곱게 늙지..당은 왜 올라가서...

 

산타할아버지~ 크리스마쓰 이브날인데 오늘 저녁에 오셔서 차카디 차칸 할배 꼭 쫌 낫게 해주세요!!

 

 

 

 

 

 

 

 12월25일, 일기

 

24일 저녁에 할배를 집으로 델꼬왔다.

중환자실에 세 마리가 있었는데.....1,2,3층으로 할배가 2층이다.

냄새가 훅 끼친다.

입원시켜놓고 집으로 오는길에 불현듯 그 개가 '파보바이러스환자'라는 걸 알있다.

냄새로.....옛날, 와이트 시베리안 허스키를 내 손으로 묻었던 그 때 그 냄새다.

병원으로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고 그런다. 변비에 걸려서 지사제를 사용해서 그런단다.

저녁에는 할배를 델꼬왔다.

크리스마쓰이브날이라 불끄고 난방도 끄고 좀고 어두운 철망에서 지내느니...델꼬와서  간병해주고 싶었다.

..................

 

지난 밤에는 아파서 신음소리를 내더니 한 순도 못잔다.

내가 먹던 한알 정량의 수면유도제 반알을 먹였다. 그래도 뜬눈으로 지샌다.

거실에서 새벽3시까지는 내가....그 이후는 남편이 지켰다.

할배 앓는 소리에 잠 하나도 못잤다며 투덜댄다.

 

함지박안에 넣어둔 할배가 새벽에 그랬는지 토해놓았다.

아침에도 병원에 갔더니 주사만 10대도 더 놓는다.

링거에도 어제는 그냥이더니 비타민도 넣어서 노랗게 만들어준다.

소변을 보지 않았다 하니 소변나오는 주사도 또 찌른다.

저녁에도 데리고 오란다.

 

병원에서 24일 토했고 아침에 물을 한 컵 먹더니 흥건하게 내어놓았다.

뭔가 불길하다.

근데 오늘 하루종일....걸레를 빨았다.

그랬더니 내 손이 걸레가 됐다.

 

소변을 못본다.

저녁에 병원에 갔더니 초음파하고 주사바늘로 소변을 빼잔다.

지금그러면 내일 또 그럴게 아닌가...

소변 잘 나오는 주사만 맞혀서 데리고 왔다.

사람같았으면 ,,,첫 날 초음파를 하든지 했을텐데....

기껏 엑스레이 두 장에 피검사하곤 15만원이라니....

 

점잖은 할배는 아프면서도 눈치만본다.

실내로 있자니 마음이 썩 편치 않은가보다.

그렇다고 한데 내어놓을 수도 없고....

 

외상은 없는데...아마도 뼈 부러진 것 말고도 내상이 심각한 모양이다.

먹지도 싸지도 못한다.

 

링거만 맞고 있지만 배설은 위로 토하는 게 전부다.

 

알아듣지 못하는 할배에게 나는 그런다.

<할배~ 할배가 알아서 살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봐바....>

 

작은체구에 자동차 바퀴가 넘어갔는데....

할배 힘내!!!

살아야해!!

 

지금도 드라마에서 딩동~ 하는데....우리집 도어폰을 쳐다본다.

...충성스런 할배!!....

 

 

 

 

똘이할배는 잘 계시나?
종인이 병원 입원했을 때 눈 속에서 혼자 설인처럼 집을 지키던 생각에 울컥,,
그래서 짐승은 안 키운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아
배가 흐물거리고, 찬 곳만 찾는다는 말에 너무 맘이 그렇다.

할배요 가거들랑 좋은 할멈 만나서 좋은 세상을 맘껏 누리이소!
이모가 못 올라가도 섭섭타 생각지는 말고요~
 
만 3일만에 혈뇨를 조금 보았다. 삶은 돼지고기처럼 흐믈거리는 배는 저절로 뚫어지고,,,,피가 새어나오지만 소독액을 큰거로 들이붓는다.
어쩌면 살 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오늘은 가축병원에서 주사기와 약 사다가 내가 주사를 놓았다. (애견병원은 모다 강도다)
초음파로 해서 소변을 주사기로 빼고 뇨독에 감염됐을지...혈액검사도 또 하자하고.....(에혀~ 병원비 없는 사람도 을마나 많은데...)
2틀동안 병원비만 20만원 들었다.
기저귀(언더패드/12000원) 주사약값...그 정도야 새발의 피다.
이제 혈뇨라도 오줌은 나왔고...물만마셔도 토하지만...가는 날까진 수발들 참이다.

 

 

 

 


 


할배 ...피오줌 누고....계속 토하고...
지난 밤에는 잠도 잘 못잤다.
병원늠들...어차피 죽을 거라 생각하고 파보환자곁에 두더니 옮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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