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6시 20분경
이 세상에서 나를 제일 사랑하던 할배가 갔다.
반면 내 사랑은 오로지가 아니어서 더욱 더 눈물이 났다.
살아생전 내가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한 죄로....
할배가 12~3(?)년전내게로 오는 날은 지인의 아장아장걷는 어린아들이 고향집에 갔다가 너무나 예쁜 얼룩 강아지를 울며불며 가지고 가자
떼를 써서 막상 얼결에 데려오긴했는데 키우질 못해 며칠 뒤 우리집으로 오게되었다.
(그 늠이 벌써 고1이니~ 그 나이를 어림잡으니 세월이 그만큼 흘렀다)
강아지때는 얼마나 귀여운지...어린 남자애들 손에 장난감처럼 마구 주물러져서 얼이 나가있던 할배를 나는 받았다.
그러나 자라갈수록 또릿또릿해져서 이름도 건성 똘똘이라 불렀고 종자도 모르겠고 잡종견인 너를 우리집 제일의 천덕꾸러기로 길렀다.
그 때 나의 자존심을 채우기라도 하듯 진구, 진아가 한 쌍 입양되었고 내 관심은 족보까지 들려진 진구 진아에게 온통 쏠렸었다.
미안하다.
진구와 진아를 나의 디스크수술이후 불가피한 사정으로 다른데로 보내지자 이제는 그 빈자리에 레트리버 몽이가 와서는 귀함을 받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너의 유별난 사랑은 계속됐다.
오로지 내 기척을 듣고자하여, 제 집 두고도 여름에는 화장실 창문이 있는 서쪽에 진을 쳤고 겨울이 되니 대문여닫는 소리에 컹하고
달려나가는 시발지는 북쪽 부엌이 있는 창 아래였다.
<제 집 놔두고 왜 그러지?>여름에는 제집에 모기라도 많은가하여 에프킬라를 초저녁 때 뿌려주곤 했는데...별일이군
하며 그 자리는 세멘트라 무척 찰텐데?....하며 돌아가봤더니 제 집에 있던 헛옷가지를 깔아놓고 숫제 보금자리를 틀어놓았다.
그런데 밤새 비가내려서 흥건히 젖어있었다.
눈치가 둔한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주방에서 그릇 달그락거리는 내 움직임 하나에도 귀를 열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말못하는 짐승의 그 진심을 알고난 후.....나는 조금 다른 사랑을 베풀었다.
가까운 집부근 외출에는 함께 데리고 나가기도 하고...
그러다가 24일 끈없이 나간 날, 분명 나와같이 차도를 잘 건넜는데 단발마의 고통소리에 뒤돌아보니 덩치가 큰 흰 진도개는
다행히 벗어나는데....할배는 주저앉아 파르르 떨며 울고 있었다. (힘으로 밀렸는지...어쨌는지는 모르겠다)
병원, 엑스레이 결과에 수술은 못하고 그저 붙기만 바란단다.
대신 다른 장기 손상이 있을까봐 3~4일 두고보잔다. 항생제 맞혀가며...
"할배 잘 있어라..."
진통제도 들어가고 해선지...뒷다리만 주저앉아 못쓴다 뿐이지 고통스러워하진 않는다.
잘못되면 영 장애견이 될 수도 있단다.
새벽마다 운동장을 돌러나가는 아빠를 따라나서는 똘이할배는 새벽현관문 앞에서 빨리 나오라고 끙긍대곤했다.
사고난지 4박5일만에 내곁을 떠나갔다.
어쩌면 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은 누워서 TV도 보고 주방에서 일하는 내 모습에 눈이 따라다녔다.
혈뇨를 보고는 앞 다리를 세우면 달려가 기저귀를 갈아주고 입맛만 다시면 물 갖다가 입을 적셔주고..토하면 치워주고 딱아주고.....
그렇게 온전한 내사랑이 받고싶어서 4박5일을 연장했나보다.
24일 저녁에 할배를 집으로 델꼬왔다.
중환자실에 세 마리가 있었는데.....1,2,3층으로 할배가 2층이다.
냄새가 훅 끼친다.
입원시켜놓고 집으로 오는길에 불현듯 그 개가 '파보바이러스환자'라는 걸 알있다.
냄새로.....옛날, 와이트 시베리안 허스키를 내 손으로 묻었던 그 때 그 냄새다.
병원으로 전화를 했지만 아니라고 그런다. 변비에 걸려서 지사제를 사용해서 그런단다.
저녁에는 할배를 델꼬왔다.
크리스마스이브날이라 불끄고 난방도 끄고 좀고 어두운 철망에서 지내느니...델꼬와서 간병해주고 싶었다.
링거를 단 채로 집으로 데려왔다.
알아듣지 못하는 할배에게 나는 그런다.
<할배~ 할배가 알아서 살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봐바...
할배 힘내! 살아야해!!>
지금도 드라마에서 딩동~ 하는데....우리집 도어폰을 쳐다본다.
...충성스런 할배!!....
지난 밤에는 아파서 신음소리를 내더니 한 숨도 못잔다.
골반뼈가 다 으스러져 떨어져 나왔으니....외상만 없다 뿐이지 속은 엉망이었던 게다.
첫 날에 고추부근에 피멍이 조금 들었더니 이튼날엔 온배가 새카매졌다.
사흘되는 날엔 온 뱃살이 삶아논 비계처럼 물컹거리더니 저절로 뚫어져 피가 새어나왔다. 물만먹어도 토하니....
어제 오후 6시 20분경에 마지막 괴로운 토악질 끝에 숨을 거두었다.
생명불 꺼지기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나는 머리를 내내 쓰다듬어주었다.
꼬리를 흔드는가 싶더니 거칠게도 할딱이던 큰 숨이 끊겼다.
나를 빤히 쳐다보는 눈동자....촛점은 내게 꽂혔있다.
나는 잘가라며 눈을 감겨주려했으나 잘 감기지 않았다.
순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눈을 다시 떴다. 아직은 아니었다. 역시 나를 바라보고있었다.
그리고는 조용히 숨을 거두었나보다. 나를 바라보는 눈을 감겨주었다.
지켜보던 남편도....갑자기 오열을 터트렸다. 우리 부부는 함께 울었다.
<당신, 수고했어~~>
보자기로 잘 싸서 마당에 두었다. 잘 싸넣고보니 아주 조그마하다, 이 작은 덩치로 집을 그렇게나 잘 지켜주더니....
<똘아! 평생을 정말로 수고했다. 덩치는 비록 작지만 경계견으로서 네 임무는 어느 큰 개보다 우람차고 컸었다>
오늘은 먼데...산으로 가서 묻어줘야 할란가보다.
지난 밤은 잠도 잘 오지 않았다.
눈이 말똥거리다가....눈물이 흐르다가....
똘이는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더니 숨 끊어지자 그리도 편안해지는 것을......
살면서 힘들거나 화나거나 슬프더라도 그렇게 절망하지 말자
그 것은 살아있다는 축복의 증거이니...
<똘똘아! 고통없는 세상으로 가서 편히 쉬거라~>
12월29일 월요일 정오무렵
멀리 나가서 똘이를 묻어주려하다가 그이와 함께 운동하러 다니던 가까운 산책로를 택했다.
키가 큰 소나무 아래였다.
소나무 아래 부엽토를 걷어내자 그 곳 흙은 아직 얼지 않고 포슬포슬하다.
조금 파는데도 큰 돌이 많이 나온다.
제일 내 발자국이 많이 묻은 주방 매트를 깔로 화선지로 깔고 덮고 신문지로 이불해주었다.
묻고보니 참으로 명당자리다.
좋은 곳에 묻었고...똘이가 아주 좋아할 것만 같았다.
운동을 싫어라 하는 나... 이제 똘이를 보러 자주 올 것 같다.
가까운 곳에 묻기를 참 잘했다싶다.
마음이 흡족하고 좋다.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떠나기 6시간 전 똘이,
- 을파
- 2008.12.30 13:44
똘이 생각만 하면 얼마나 눈물이 나는지
장서방 볼까 신경이 쓰인다니까,, 자꾸 울컥울컥
꼭 주방일 하다가,,
- 2008.12.30 16:30
내일은 똘이 무덤에 가볼라고......( 차 트렁크를 열자 난데 없는 까마귀가 금방 날아와서 까악까악 대더구나....
해서 가능한 깊이 파고.....잘 묻고는 위에는 돌무덤으로 했다(좀 무겁겠지만...겨울이라 날짐승이나 산짐승들 땜에...
사람묘를 왜 사모날에 둘러보는지 알겠다. 무덤이 온전한가 살피러 가는건가 보다.
낼아침에 똘이 무덤에 짐승들 해꼬지나 없었나 보러 가야겠다.
<똘이의 추억>
엄마의 들쭉날쭉 미용, 미안하다.
<에에이...챙피하게...엄만....이게 머예요~~>
몽이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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