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고향인 내 어렸을 적에는 아침마다 골목길을 헤집고 다니던 소리...<재칫국사이쏘~> 소리에 눈 부비며 일어나가도 했다.
아버지는 약주를 전혀 하지 않으시지만 재첩국이 그리 시원하고 좋다셔서 어머니는 자주 길가는 재첩국 아주머니를 불러들이셨다.
궁금해서 아주머니 머리에서 내려놓는 동이 안을 쳐다보면 뽀얗기도 약간은 푸르등등하기도 한 재첩국물,
낙동강 하구언에서 채취해다가 밤내내 고아서 새벽마다 이고 나온단다.

지금은 도심지 한 복판이 되어버린 사상일대에도 재첩국으로 자녀들을 키우는 집들이 많았다.
포푸라마치라 불리우던 동네에서 정미소를 하던 큰집에 가기위해 버스에 내리면 길은 재첩껍데기로 온통 뒤덮여서 밟으면 아삭아삭 소리를 내었다.
 차가 간혹 다니는 길은 조개껍데기가 곱게 갈아져서 신작로길 못잖았고 포푸라나무로 바짝 붙어가면 걸음을 띌 때마다 자그락자그락...
소리가 나는 길이었다.

재첩국은 해장국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국이다.
전 날 숙취를 말끔히 해소시켜 준다. 힘들었던 간세포를  활성화 시킨단다.

재첩은 국을 끓이려면 먼저 해감을 시켜야 하는데...바닷물과 비슷한 농도로 어두운 곳에 한나절은 (5~6시간 이상) 두었다가 요리직전 깨끗하게 잘 씻는다.

껍질없는 조갯국을 만드려면  끓는 물에 넣어 입을 벌리면 꺼내어서  속만 빼어내서 다시 끓이면 된다. 

끓이다 보면 거품이 좀 생겨 국물이 지저분해지면 찬물에 숟가락을 헹구면서 걷어내야 깨끗해진다.


어떤 사람들은 조개국을 끓일 육수를(멸치 다시마)미리 준비한다는데...  굳이 그럴 필요까지야~


끓는 물에 조개를 넣고 한소끔 끓으면 준비해둔 부추를 송송 썰어 넣어 불을 끈다.

부추가 없으면 쪽파를 대신해도 좋다. 쪽파도 없다면 대파라도 잘게 송송!!

마지막 간은 소금간이 좋다.

간장이 좋겠지만 냄새가 유독 난나거나 색깔이 짙은 간장일 경우 조개의 시원한 맛과 향을 자칫 그르치기 쉽다.

 

끓이는 방법은 재첩을 충분히 해감한 후

문질러 씻어주면 껍데기에 붙은 오물도 씻겨나간다.

재첩양의 두세 배 물을 넉넉하게 붓고 끓는물에 재첩을 넣고 한소끔 끓인후 약불로 은근히 몇 시간을 곰국하드끼 오래 끓일수록 시원한 맛이난다.

마지막 먹기전에 소금 간을 하고 부추나 실파를  잘게 썰어서 띄워내면 된다.


 

 

 해감중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먹여보내려 일요일 재첩국을 끓여두다(고아두다?)

 건데기만 빼서 국을 내려다가...

에궁,,,다시 부어 버렸다. (언제 저걸 다하누?)

 다시 부었더니 거품이 부그르르~~

요럴 때 요긴하게 먹으려고

 분에 키우는 부추!

 

꽃도 뽑아내고...

나, 할머니 다 된 거 맞져?

울시어머니 흉보더니 어느결에 내가 그대로 따라한다.

며느린 꽃심고...어머닌 호박심고....그러다가...어머니 가시고

어느결에,

 

 

월욜, 출근하는 아들 멕이려고

 이른 아침에 재첩국에 쓰려고 베어둔 우리집 부추!

 

 재첩국엔 마늘은 쓰지 않는다.

소금간 보고.

 

 아침 일찍 다시 썰썰 끓이다가 부추넣고

 완성,

 술 안먹은 속도 시원해지는 재첩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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