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욜인데 남편 홀로 두고 나만 외출이 잡혔다.
남편만 두고 나가기가 그래서 아침 일찍 생선을 굽고 난리다.
후라이팬 두는 웨곤에서 겹쳐 둔 스텐 볼들이 뎅그렁 웽그렁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놀라서 다가가서 혼자 하는 말이
"왜 떨어지냐 가만 못있고~"
개앤히 죄읍는 그릇들에다 대고 윽박지른다.
하고보니 우스워서 피식 웃는다.
불현듯 우리 어머님 생각이 났다.
시어머님은 퍽 유순하신 분이신데 ㅡ 약간의 당신 잘못이 있거나 실수를 할라치면 엉겹결에 변명같은 혼잣말씀을 자주 하셨다.
그럴 땐 못 들은 척 돌아서서 혼자 피식 웃곤 했는데 어머님 가시고 십년이 되어가는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어머님 같았으면
"이상하다.내가 똑바로 올려놨는데 ㅡ"
& "에이구 차암 내 ㅡ 와 떨어지고 난리고 ㅡ"
분명 이러셨을테다.
시간이 지나고 늙어보니 알겠다.
어머님이 왜 하루에도 몇 번씩
"야야! 오늘이 도대체 메칠이고?"
"오늘이 뭔 요일이고?"
그러실 때마다 고분고분 답해 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흔하고도 둘 되시는 해에 돌아 가셨으니 오죽할꼬?
"어무이 30분 전에 물어 보시고는 또오?"
모땐 며느리 마따!
나 역시 나이들고 보니 젤 먼저 날짜 요일 감각이 떨어진다.
나 우야믄 조체?
"어무이 용서하이소!"
예술의 전당을 찾아가는 전철 안에서 이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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