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진은 실밥 뽑고ㅡ사고 22일차

(하)사진은 한 달 하고도 8일 차 ㅡ

.

.

.

 

 

 

예전에 친정어머니가 그러셨다.

애들 사고 나는 건 다 에미 잘못이다.

그래서 삼남매, 건사 잘 하며 키웠다.

어디가 찢어져 한 바늘 꿰매지도 않고 작은 화상도 없었다.

알러지로 잦은 병치레는 있었지만, 다 키워 제가 아파 수술도 했지만~~ㅠㅠ

 

우리 오남매 역시나 그런 어머니 아래서 아무런 사고도....

아니다.내 바로 아래 별난 남동생이 어릴때 개에게 엉덩이를 물리고 담장에 오르다가 그당시에는 담장위에 흔한 철조망에 팔목을 찢었다. 엄청난 피를 보았고 동생이 죽는줄 알았다.

그 현장에 있었고 누나로서 지키지 못해준 잘못일까?

그 후로 난 철조망을 바로 바라보지 못했고 예리공포증이 생겼다.

 

시집갈 때만해도 이불 베개는 왜 바느질로만 하는 것들이었는지? 어머님들이 오시면 번갈아 꿰매주셨다.

그래선지 우리 집 부엌칼은 항상 무뎠으며 ㅡ

난 칼질을 여적지 잘 못한다. 채칼이 하도 낡아서 홈쇼핑으로 채칼을 구입했다.

 

3월 24,토요일

남편은 오전 일찌감치 잇몸 수술하러 치과엘 가고 모처럼 혼자 느긋한 주말을 즐기는데(ㅋㅋ늘 노는 백조도 분명 주말이 있긴하지 ㅡ학교도 안가지럴,서예도 안하지럴)

 

비상이닷!

손자님들이 떴다. 장남네 식구가 온단다.

다섯 살 세 살 천방지축 머스마 둘이다.

아들은 나가 먹자는데 ㅡ즈이 아빠도 없고 오셔도 바깥음식은 커녕 죽을 드실테고 ㅡ

"그으래 시원한 무국이나 끓이지 뭐!

손자녀석들도 밥말아 먹기좋고" 옳다구나 무를 하나 씻어서 칼질하기 싫으니 채칼(5개)을 꺼내 굵은 채칼을 하나 끼웠다.

붙어서 나온다.(나중에 알고보니 무늬만 올록볼록 두껍게 자르는 용도)

칼이 너무 잘 들면 가끔 잘린 흔적없이 덩어리로 나오기도 하므로 ...

근데 넘 굵었나? 밀기에 좀 힘이 든다.

찰라에 어떤 생각에 빠져서 무를 힘껏 밀었다.

 

ㅡ쏴한 느낌! 손가락을 보니 역시나다. 음푹 패였다.

그 순간 피가 몽글몽글 나오기 시작하는데 ㅡ뚝뚝 흐른다.

우선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고봐도 꽤 깊다.

 

알콜솜이 있지만 뭔가 소독용 알콜을 들입다 부어얄 것 같다.

분명 있었는데 약상자 있는 방으로 다녀도 없다.

그냥 알콜솜으로 막고 있어도 역부족 ㅡ

내 행선지마다 핏자국이다.

"젠장 손구락 끄트머리 좀 빈 게 뭔 피가 이리도 많이 나누!"

동네 단골 의원에게 전활 걸었다.

 

통화중에도 주루룩 흘러내리는피 ㅡ

토욜 ㅡ자기네는 업무종료했으니 병원 응급실로 가보란다.

아마도 지혈이 안된다는 걸 보니 어떤 응급조치가 필요하겠다는 말이다.

 

그 때 아들네가 막 들어서고 수건으로 감싼 (아들 차에 피 묻을까비)손을 들고 차에 오르는데 남편도 동그란 눈으로 들어온다.

 

병원에 가니 보호자인 아들보고 ㅡ잘려나간 살점 찾아오란다.

"아마 ㅡ 무에 있을꺼야 ㅡ 나도 혹시 가져가볼까?했던 것"

그랬더니 이내 피투성이 쓰레기 봉지채 들고왔다.

 

손가락 마취를하고 11바늘을 꿰맸다.

진피층까지 다쳤단다. 제 살로 붙여놓으면 새살 돋아나기에 용이해서 치료가 절반으로 앞당겨진단다.

관히 며느리가 죄스러하고 미안해한다.

"어머니 예리공포증도 있으신데....."

뭐 네 죄냐?내 탓이쥐~~~

...

...

그러구러 22일차 아직 요 모양이다.

오른 엄지가 이리도 소중한지 몰랐다.

샤워나 주방일도 고무장갑은 붕대로 두터우니 압박이 강해서 NO! 보드랍고 장력좋은 라텍스장갑을 사용한다.

22일 경과~~

이제는 실밥 뗀지도 한참이고 쓸만해야는데 리모컨도 못누르겠고 비 오는 날 우산 자동버튼도 못누르니 ㅡ

 

나이가 나이이니 경계성 당뇨다.

혹 그래서 더디 낫는 건 아닐까?

지난 여름 손등 위 화상도 꼬박 한 달 걸렸는데ㅡ

늙으막에 난 내 몸 하나 건사 못하니 ㅡ 참 애달프다.

17년 한겨울인지 18년 초봄인지 ㅡ

현관앞에서 마당을 쓸다가 ㅡ 발이 꼬여서 비칠비칠 대여섯 걸음이나 뒤뚱거리다 주저 앉은데가 얼어버린 빈 사기화분!

사금파리가 뒷 허벅지를 찌르고 들어와 ㅡ 마치 양수가 흐르듯 주르륵 ㅡ 8바늘 꿰맨 이력에 ㅡ

나,정말 왜이러지?

 

어린애로 돌아간 듯한 내 육신 건사는 누가 해주나?

.

.

.

"엄마~~~"

 

글 덧붙입니다.

오늘 사월 마지막 날 (4월30일)

아직 손 끝 감각이 없다. 단추를 채운다거나 바지를 끌어 올린다거나 목걸이를 한다거나 ㅡ기타 등 등 많이 불편하다.

손톱아래 속살이 바짝 건조했다가 찢어지기도 하고 속살이 어디 부딪치면 새상처 나는 것 처럼 아프다.

왼쪽 중지 손 끝도 또 다쳤다가 일주일만에 밴드 졸업했다.

손가락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평소 장갑도 안끼고 일하는 내 손에게 매니큐어를 해줬다.

소중하라고 .....

 

 

#예리공포증 #사고상처 #어머니

'가납사니 > monologu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늙고보니 ~~  (0) 2018.04.14
잠이 오지않는 밤에 ㅡ심장아 고맙구나!  (0) 2018.04.13
가을하면 생각나는 것   (0) 2017.09.29
세월  (0) 2017.09.12
사랑하라,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ㅡ  (0) 2017.08.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