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요리편지*


 

 

쑥,

얘야 겨울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쑥이라 쑥이라면 죄다 약이 되는 줄 알았다.

이번에 아빠 동창모임에 울주군에서 배농장을 하는 광수 오빠네 갔었잖냐?

거기서 깜짝 놀랄 일을 알고 왔다.

 

지난 번 쑥국 끓일 때만해도 여기(북쪽)는 쑥이 아직 어려서 넌출넌출한 쑥이 아랫녘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만 했다.

광수 오빠네 배농장...배나무 사이로 쑥이 말도 못하게 많았는데...며칠 전 농약을 쳤단다.

지금 막 배꽃이 벌어지기 시작하는 때이니...

배나무에 농약을 치니, 당연히 그 아래 쑥밭에 농약이 떨어질 것이 아니냐?

 

엄마의 쑥타령에 광수아줌마는 그 동네 할머니들...1kg에 4,000원에 판다는데...어렵게 캐지 말라는 구나 글쎄...

넌 어떻게 생각하니? 그 동네엔...전부 농장들이고 농장아래엔..유난히 쑥이 좋고....
행여 농약 묻은 쑥을 캐어서 내다 판다면?  축사 곁에 똥밭에서 캐 온다면?

 

아무튼 사먹는 것은 안심이 안되더구나 해서 엄만 쑥을 부지런히 캐었더니...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은 비 온다는 말을 듣고 토요일 오전에 밭둑에 나가 쑥을 캐었더니...거의 1kg가까이 뜯었구나

부산 내려와서 큰 이모, 작은 이모, 외삼춘네 까지 아니..형석이 오빠네 까지 분배했다.

ㅎㅎ 엄마도 제법이다. 평생에 확실한 쑥은 처음 캐어봤고 첫 솜씨치곤 꽤 많이 캤다.

 

 


 

먼저 쑥을 깨끗이 씻어 아주 살짝 삶는다.

땅에는 무슨 균이 있을지도 모르니...물을 팔팔 끓이다가 소금을 넣고 소독하듯...데쳐낸다.

밥을 두 공기쯤 넣어서 호박(절구)에다 콩콩 찧었다.

 

옛날에 인절미를 좋아하는 시어머니를 모시는 효부가 있었는데 매일 따뜻한 인절미를 만들어 드리더란다.

매끼니 밥을 할 때마다 가마솥 귀퉁이에 찹쌀을 앉히고는 이렇게 콩콩 찧어 콩고물을 묻혀 봉양하더라는...이야기가 생각나서....그대로 재현해 본다. 찹쌀이 아니라 그냥 밥이지만,

 


 

냉동실에 조금 남아있던 (마트에 가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볶은 콩가루)

콩고물이 싫으면 카스테라를 가루로 바스려뜨려 사용해도 좋다.(단것이 싫은 사람에겐 금물)

카스테라 고물은 카스테라를 부스러뜨려 전자렌지에 1~2분 쯤 돌린 후 식혀서 손으로 비비면 아주 곱게 된다. 굵은 체에 내려서 쓴다.

콩가루를 깔고 찧은 쑥밥?을 차분히 뉘여 깔아 고물을 솔솔~~잘 덮듯이 묻힌다.

조물조물 손질을 잘 해야한다.

위에 보이는 양이 아래 떡 두 가락으로 변신했다.

 


 

옛날 떡방아간에서 찰떡을 해 오면 외할머니는 집에서 완성하셨다.

이렇게 콩고물을 깔고 아래위로 잘 묻힌 다음....접시로 썰면 신기하게도 곱게 썰어졌다.

그 때 집어먹는 떡맛이라니~~~`

근데,,,이 떡은 쑥 줄기가 조금 남아았어서 다시 가위로 두벌 손을 댔다.

 


 

 

이제 떡이 다 만들어졌다.

밥을 찧을 때...소금간을 하여 짭짜름했었는데...막상 고물이 들어가니 약간 싱겁구나

찧을 때  간을 조금 짭짤하다 싶게 하여라~~

 


 

 

할머니랑 함께 진달래가 활짝 핀 마당으로 나가기엔 아직 춥고 볕 잘 드는 마루에 앉았다.

막 피기 시작하면서 향이 나는 수수꽃다리(라일락) 꽃을 따서 꿀 차에 동동 띄었다.

 

 

다음은 '개떡'만들기다


 

옛날, 옛날에..보릿고개란 말이 있었다.

요맘때면 보리가 피기 시작하는데...양식이 다 떨어지고 먹을 게 제대로 없었단다.

쑥이 돋아나기만 학수고대하는데...굶어서 부은(부황끼)얼굴에 붓기도 가시게 하는 좋은 식품이 바로 쑥이었다는 구나.

쑥이야 지천에 널렸으니...봄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산에 올라가서....참꽃(진달래) 따 먹어가며 쑥을 한 자루씩 캐 와서 먹거리 부족한 봄날 쑥으로 끼니를 연명했다는 이야기다.

조금 늦은 철에...산철쭉 꽃을 진달래로 잘못알고 배고픔에 따먹고는 독성에 정신이 혼미해져서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곤 했단다.

 

*진달래는 꽃빛이 찰쭉보다는 대체로 옅은 편이며..잎이 없다.

*산철쭉은 꽃빛이 진달래보다 화사하며 잎새와 꽃이 동시에 피어난다. 진달래 지고난 뒤에 핀다.

 

그러니..쑥을 삶아 약간의 밀가루로 엉기기만하도록 반죽하여 치대기만 했을 뿐, 거의 쑥으로 빚어진 음식이지

손으로 아무렇게나 주물럭거려서 만든..개떡,

왜 사람들은 폄하할 때 꼭 "개" 字를 붙이는지....

 

곡분도 모자랄 판에 콩은 무슨 콩이 있겠더냐...엄만 괜스레 콩을 넣어 보았다만,

'쑥개떡'을 모르는 엄마도 '맛있어지니..참, 뭐든 그 진가는 오랜 세월이 흐르고 난 뒤에 내릴 일이다.

 

 


 

역시 쑥을 소금물에 살짝 삶아 잘 찧어둔다.

 

떡을 제대로 하려면 불린 쌀과 삶은 쑥을 가지고 떡방아간에 가서 함께 갈아서 가루로 내어오면 된다.

쑥이든 푸른 쌀가루를 냉동실에 두고 조금씩 꺼내어 반죽해서 쪄내면 일년 내내 간식으로

'쑥개떡'을 즐겨 쪄 먹을 수 있다.

 



쌀가루와 쑥을 익반죽한다.

콩은 나중에 넣어도 되고..안 넣어도 되고.....이 때 소금간을 한다.

익반죽이란 게 참 묘하다. 불린 쌀이라 수분을 갖고 있기에 끓인 물을 조금만 넣어야한다.

익반죽의 의미는 점질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래야만 동글동글 곱게 빚어지므로

쑥도 물에서 삶아 건져놨지~~  자꾸만 추져서 대충 쑥과 멥쌀이 1:1 비율이어야 하는데....

엄마는 좀 더 남긴 쌀가루도 다 쓰고는 모자라서 ...끝내 밀가루까지 동원했다.

밀가루로 개떡 만들기는 좀 그렇지만...좀 섞이는 데야 괘안터구나


 

 


아무튼 익반죽할 때는 조심 또 조심하여라...
익반죽은(뜨거운 물로 반죽) 추석 때 송편재료와 동지팥죽에 넣을 새알반죽에도 그리한다.
큰 수저로 한 수저 떼어 내서 동글동글 빚어 눌러 동그라미를 만든다.
물이 끓고 있는 찜기에 넣어 15~ 20분간 찌고 5분간 뜸 들여준다.
젓가락으로 찔러보면 그 익음을 알 수 있다.
유연하게 잘 들어가면 잘 익은 것이다.

 

 


꺼내어 채반에 담고 식기 전에 참기름을 발라낸다.
약간 싱거우면 참기름에 소금을 조금 넣어 바르면 된다.

 

좋은 쑥만 있다면야~ 
춘곤증으로 나른해지는 봄 철, 참으로 나무랄 데 없는 좋은 웰빙 식품이란다.

 

참 엄마는 너희들 키울 때...학교에서 심한 운동으로 더위를 먹고 지친날, 그럴 때마다

쑥을 한주먹 캐와서는 콩콩찧어...너무쓰니까...꿀물에다 희석해서 마시게 했다.

너희들이 자지러질 듯 싫어했지만 쓴물을 먹이곤 했었지.

기억나냐?

씁다고 찡그려도 다음날, 거뜬하게 다시 뛰어 놀 수 있었던,

바로 그 놀라움의 약효가 손 쉽게 구할 수 있던  '쑥'이었음을...

(냉동실에 저장해 두면 언제든 쓸 수 있음/하지 전이 약효가 좋다 )

 

海霧(해무)속에 자란 쑥이 좋다기에 하지(夏至)전에 엄마는 자월도(인천 옹진군 소재, 섬)를

한 번 더 찾아야겠구나

대장금에서도 자월도 쑥이 으뜸이라는 말이 있었는데...(문헌에 의거)

지금은 백령도에 백령도약쑥영농조합이 생기고는 자월도 약쑥은 그냥 전설 속에 묻혀버렸다.

자월도 민박집 '현아네' 아줌마가 그 때 꼭 오라고 당부했거든....

 

"물이 들면 쑥을 캐고, 물이 나면 바지락을 캐고~"


 


 
 
"사랑한다."

 

 

엄마가


'Endless Love'

 

 

 

 

 

 

 

★5월 중순경 "자월도 바지락& 약쑥 캐러가기" 회원을 모집합니다.
일박입니다. 1박2일 3식, 배삯(왕복 13,000)까지 포함 30,000원입니다. 오전에 집결 출발....다음날 점심먹고 오후에 나옵니다. 우선 교감게시판에 신청바랍니다.
회비는 집결지에서 걷겠습니다. '자월도'  섬 소개는 이요조의 photo일기 제목 3,4에 걸쳐서 있습니다.(여행이야기로 옮겨 보겠습니다.)

제가 자월도에 푹 빠져 '자월도 박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작년에도 daum회원들과 1차 재밌게 잘 다녀왔습니다. 물론 1박으로....부부도 있었고요.

5월중순경...회원이 있든 없든...출발합니다.

차후 자세한 고지는 5월 10일경 올리겠습니다..../이요조

 

 ps/먼 데서 오시고 싶으신 분은 개인적으로 전 날 일박을 책임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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