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여행/아동화*



1.
날씨가 너무나도 화창해.

2.
귀는 계속 웅웅거리고 아리하게 묵직하고
나는 지금 이대로의 시간들이 이상하게도 힘들어.

세상은 온통 축구 때문에, 월드컵대회에서 우승이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가는데
나는 온 몸이 묵직한거두 다 이 귀 때문일거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데......그게 이상하게도 쉽지가 않아.
지금도 계속.... 아마 이 귀에대한 두려움이나
이상한 나쁜 기분을 혹은 느끼게 되나봐.

3.
컴퓨터를 켜도 음악을 들어도 그냥 책장을 펴도
귓속은 멍멍하고 그 멍멍함은 계속 풀리질 않거든.
그 여파로 얼굴은 부어 오르고 머리를 찌를 듯한 통증 때문에
고개짓은 어색하고 잠자리는 불편해서 잠은 늘 설치고.....

4.
지난 두어차례의 축구 경기는
뒷말이 너무 많아서 찜찜하기는 했어.
그러나 미국의 아레나 감독의 말처럼 일단 이겨놓으니
승자의 논리로 대항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아.
오늘 저녁엔 정말 깔끔한 기분으로 길거리 벤치에 둘러 앉아
맥주나 두세 캔 함께 마셨으면해, 하지만 그건 어렵겠다. 귀가 아파서...

5.
참 이상도하지,
나이가 들수록 어떤 추억들은 퇴색한 흑백사진처럼 남아
아주 특별한 감성의 채색으로 다시 창조되곤 하나봐.

그것은 우리가 잃어온 것, 또는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어떤 것의
아주 특별한 색감을 지니고 있는 듯 해서 더 간절해.

6.
이 망할놈에 귀는 너무 아파 어떨 땐 짜증이 나기도 해.

7.
물론 내 심성이 강철처럼 단단하지 못해서긴 해도
끊임없이 사소한 고통이 긴장한 겨드랑이의 땀처럼
몸뚱이로 비질비질 배어 나오는덴 도리가 없을지도 몰라.

8.
어젠 의사의 진단결과를 들으며 화가 났었어.
그는 나보고 아마 수술을 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래.
치료중의 통증을 이를 악물며 참아내면서도
웃음으로 그 말을 수긍할 수 밖에 없었거든.

9.
난 사람마다 각각으로 사랑하는 방법과 표현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것만은 말해줘야 했을지도 몰라.
그랬으면 서로 사랑이라는 이상한 마술에 쉽게 걸려들지 않았을 것을..
그랬으면 그냥 지금 웃으며 저 축제에 동참하고 있을 텐데.

10.
이번 대 축제를 보며 저렇게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이번 월드컵과 같은 분출구를 끝끝내 찾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얼마나 갑갑한 생활을 마지못해 이어갈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측은함이 들며 다행스럽단 생각이 들었어.
그리고 어떤 긴장과 스트레스의 엄청난 팽배의 반증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었지.
어쨌든 축제란 즐거워야하고 조금은 광적이어도 무방하리란 생각이 들어,
상대적으론. 다 비어낸 후의 후유증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글쎄......


11.
차라리 이렇게 화창하고 좋은 날엔
시골 버스를 타고 차창으로 한없이 넋을 놓고 싶어.

다른 모든 건 내가 하고 싶은 말도 내가 바라는 일도 아니야.
사무실에 그냥 틀어둔 티비에선 지금도 게-속 오늘의 축구 얘기와
지난 우리나라 축구경기의 재방송이 우렁차게 들려와.

난 좀 조용히 있고 싶어, 그러나 안되겠지?
겉으로라도 함께 웃고 떠들며 또 군중속의 하나로 들어가야겠지?
귀는 계속 웅웅거리며 약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극심한 통증이 몰려오더라도, 이 축제속의 군중이 되어야 할거야.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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