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의 울음소리를 듣고
나는 둥지로 쪼로록 달려가 노랗고 따뜻한 닭 알을
가슴에 품어보곤 엄마에게 가져 다 주었습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기 전이였던가 봅니다
우리집에는 알을 낳는 닭이 두 마리 있었습니다
매일 낳는 닭 알은 나와 동생들에게 신발이랑 과자랑
무엇이든지 살 수 있는 신기한 요술구슬이 였습니다
그런데 어느날부터인가 두개씩 들어 있던 닭 둥지의 알은
달랑 한 알 밖에 담겨져 있지 않았습니다
두 마리의 닭은 모두 울었는데도 말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한 엄마는 둥지로 가서
주위를 살피더니 하나밖에 없는 알을 보고
“이제 늙어서 알은 낳지않고 헛울음만 지르는 모양이구나”
하면서 혼자 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엄마의 허탈한 목소리와 함께
그 다음날 부턴 나는 둥지에 있는 한 개의 닭 알을
깨어 질세라 조심스레 꺼 내어 엄마에게 가져 다 주곤 하였지요
약 보름간을 그렇게 나의 닭 알 나르는 심부름은 계속 되었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나는 이제 늙은 닭의 울음소리는 귀담아 듣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십 여 일이 지난 어느날 이였던가 봅니다
난데없이 방앗간 옆 헛간에서 들려오는
“꼬꼬대 꼬꼬 꼬꼬대 꼬꼬 “ 하는
닭의 울음소리에 헛간으로 달려간 나는 헛간 한구석에
차곡차곡 쌓아둔 보리짚단을 뒤적이다 깜짝 놀라 소스라 칠번 하였습니다
보리짚단 속에는 내가 그토록 찾았던
노랗고 따뜻한 닭 알들이 소복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 동안 늙은 닭은 방앗간 둥지를 떠나
아무도 가지않는 이곳 헛간창고에서 알을 낳았던 것입니다
소복이 담겨 있는 탐스러운 닭 알을 보는 순간
난 세상에서 내가 제일 부자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내 눈에 비친 닭 알은 무엇이든지 가질 수 있는 보배로만 여겨졌거든요
오십 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지난 날들을 찬찬히 돌이키며 생각해 보아도
그 때만큼 내 마음이 부자였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지금도 가끔 저녁상에 계란 요리가 올라오면
보리짚단 속에 소복이 쌓여있던 닭 알을 떠올리며
예닐곱 살 어린 마음으로 돌아가 깊은 행복감에 젖어 봅니다
-길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