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을 담았었다.
경상도에서는 '집장'이라고도 하는 쌈장을 이름이다.
별다른 양념 첨가 없이 그냥 야채를 찍어먹어도 맛있는 장을 이름이다.
고추장 담는 날 메주콩 가루를 넣고 방금 담은 고추장을 넣고, 실은 골라논 고추장 단지에
양이 조금 웃돌아서 된장을 섞어 정말 마구 담는 막장이 되어 버렸다.
내, 어머니는 이월이면 간장을 담으시고 고추장을 담으시고 막장을 작은 단지에 담으셨다.
그 막장은 봄에 남새를 무쳐 먹을 때나 상추쌈
쌀 때...풋고추에 찍어 먹거나 나물을 무치거나..
장마 전, 봄새로 얼른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시더니...그 뜻을 이제야 안다.
그만큼 여름 나기 어려워 잘 변한단다. 막장은 쉰단다. 글쎄~
내, 엉터리 막장, 1호 솜씨니 어련하랴?
얼마 전에 뚜껑을
열어보니..하얀 곰팡이가 났기에 걷어내고 소금 주머니를 위에다 덮었다.
얘야~ 엄마는..봄만 되면 만드는 특별한 장이 따로 있잖니?
물론 니네들이 잘 먹길래 해마다 만들지만...
돼지살코기만을 갈아와서는 볶다가 고추장 된장을 적당히 섞어서 한 데 볶는 막장 말이다.
아무리 즉시에 한데 섞어도 엉터리라지만 막장에 비기겠냐? 그런데도
올해는 뭐가 바쁜지...막상 담아논 막장이 곰팡이 지도록 볶음장을
만들지 못했다.
원래 어렸을 적에 엄마는 야채를 잘 안 먹었다.
상추쌈을 맛있게 잡숫는 네 외할머니를 보고 "엄마 풀이 그렇게 맛있어?"
했다니,
장이 맛있으면 양배추 쌈이 그런 대로 맛있더라
어느 날부턴가 엄마는 이 볶음 장을 봄만 되면 만들었고 너희들은 양배추를 잘
먹었다.
며칠 전 너도 없는 오피스텔에 두고 나와서는 전화로 그 것 갖다 두었다니 너는 애들처럼
"정말?" 하며 좋아라 했다.
오늘은 양배추 이야기를 하려한다.
이십 년쯤 되었나?
아버지...투자하셨던 사업이 실패하고, 우린
엉뚱한 전북으로 이살 와서는 봉급쟁이 할 때의 일이다.
아마도 네 아버진 극심한 스트레스에 기인하셨으리라~
어느 날인가
위장에서...꾸르륵 꾸륵 소리가 나더니 나중에는 아예 냇물 흐르는 소리로 요란해졌다.
엄마도 그 때는 너무 몰랐었다. 그 게
위카타르 증상인지...
ㅅ요란한 소리말고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기에 그냥 두었더니 어느 날 식사하시다가 가시가
목에 걸렸다시는데...
이젠 식도 쪽으로 내려갔단다. 좀 의아했지만 식사를 전혀 못하시기에 병원으로
갔다.
가시가 아니라 병명은 '급성 식도염'이란다.
스트레스성이란다.
그 때는 왜 입원을 몰랐을까?
병원에서는 입원하라는 말도 없었다. 우리도 입원시켜달란 말도 꺼내보지도 않은 채,
정말 밥을 한 술도...아니 죽도 삼키지 못할 만큼 심각했었는데....
통원치료를 하며 식사를 못하시기에 잉어나 민물장어를
고은 물에 미음을 끓여드렸다.
어디서 들었는지...양배추가 좋다하여 양배추를 삶아 즙을 내고 겉잎 푸른 잎은 녹즙으로 갈아
드렸더니
의외로 병조짐이 발단보다 수월하게 거뜬해지셨다.
이날 이때까지 그런 병의 흔적은 오리무중이니...정말 대단치 않냐?
엄마는 실생활에서 양배추가 얼마나 위장에 좋은 지 그 때 몸소 알았다.
벼루고 벼르던 양배추 쌈장을 만든다.
아빠 집에 한 통,네 집에 한 통 우리 집에 한 통...
막상 갈아온 고기를 볶아 막장
단지를 엎으니...밑에는 완전 지룩한 물이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하였다.
그런데 조금 미안한 것은 여주 아줌마네 말이다.
늘, 무언가 엄마가 빚진 듯 하여 막장을 보내기로 차일피일
되었구나
볶아서 보내야지 하다가 ..영-영 더 늦을 것도 가트고 아주머니께 보내고 나서 바로 볶은걸..
네 엄마는 이렇게
청개구리다.
넥타이도 아빠에게 한 스무장 받아서는 맘에 안 들어 좋은 걸 못 빼다가 차일피일 집에다 그냥 둔 게 우연찮게도 쓸일이 생겨나고 이리 저리로 다 보내고는 정말 찌꺼기만 드린 꼴이로구나,
엄마 왜 이러지?
아마도 막장은 병에 넣으면 발효가스로 터질 것 같아, 랩봉지에 싸고 또 쌓는데...
부르르 개어서 못 먹게 되었으면
어쩌지??
네 엄만 바보처럼 이렇게 잣아서 마음에 부담 갈 일만 골라서 하고 있다.
왠지 자꾸만 미안하구나
여주아주머니께~"
딸아 삶은 양배추 다 먹으면 언제든 콜~ 하여라
엄마 냉큼 달려 갈테니~
사진에는 양배추가 너무 물렀구나...만약에 네가 양배추를 삶을 일이 있거든 살짝만 삶거라
첨엔 설컹해도 두껑 닫아두면 자체 열기로 뜸이 잘 든단다...
아주 살짝만 삶거라.....설겅하면 어떠냐? 날 것으로도 먹는 것이고,,몸에 좋다는 약인데.....
요리TIP
재료/
갈아온고기 1kg이면
된장 고추장 합해서 1kg
(그 비율은 집안 식성에 맞춘다. 매운 것 좋으면 고추장에 더
비중을 두고..)
1/살코기로 갈아온다(푸줏간에서) ...미리 씻어서 준비해 간 양파를 함께 갈아오면 더욱 좋다.
2/기름을 약간만 두르고 마늘을 살짝 볶다가 (마늘향이 나게끔)
3/고기를 볶는다. 기름이 모자란다 싶으면 물을 조금 둘러 익힌다.
4/고기가 거의 익어간다 싶을 때 장을 넣고 오래 오래 볶아준다.
5/나눠 담아 냉장고에 보관한다. 된장찌개를 급히 끓일 때 사용하면 쾌속이다.
(장기간 저장도 가능)
고소한 맛, 신맛, 단맛과 씹히는 맛이 있어
상추샐러드, 양배추샐러드등 야채를 주재료로 만든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
완성도 아니고 미완성도 아니고....여주댁 참말로 잘하려다가 그리 되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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