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바람이 옷깃 속으로 스며들어오는 시간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잠기고 싶은 목마름이 내 세포를 자극 합니다.
바람이 네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을 할까요. 시간이 네 가는 길이 어디냐고 물으면 무어라 말할까요. 세상엔 계산도 설명도 할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많은가 봅니다.
바람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어서 눈에 보이는 사물을 불러 자신을 보이려 애를 쓰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삶은 어느 만큼 길을 가다가 되돌아보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부지런히 걷고 있습니다. 비록 그 길이 만족스럽지 못 하다고 하여도 걷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삶이라는 길 위에 땀 흘리며 부지런히 어데론가 걸어가야 합니다. 먹기 위해 걸어야 하고 살아 남기 위해서 걸어야 하고,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서 걸어야 합니다.
동상에 걸렸던 대지가 해동이 되면 땅속에 생명들은 앞다투어 길을 나설 것입니다.
덕분에 군살이 박혔던 대지는 순식간에 부스럼이 나고 가려움증에 봄밤은 잠을 설칠 것입니다. 버짐이 피어오르는 대지는 생명을 탄생시키는 산고를 치르며 몸조리도 못한 채 모래 바람 앞에 우두커니 설 것이고, 아지랑이는 생명을 받아내는 산파인양 바쁜 걸음으로 부산을 떨어 댈 것입니다. 정신없이 깔깔대며 웃음을 참지 못하는 꽃들은 대지의 여왕 인냥 과시하며 한 계절을 마음껏 즐기다가 여름을 낚시하여 무더위를 끌어 올 립니다.
제철을 만난 천둥번개는, 바위틈에 생명의 자락을 내리는 나무들의 에너지원이 되기 위하여 온갖 호령을 하며 한 계절을 울리기도 하고요. 지구의 젖줄인 바다를 살리기 위하여 태풍은 돌기둥이 되어 깊이와 높이를 자랑하며 바닷 속에 산소 공급을 위한 인공 호흡을 시킬 것입니다.
그렇게 여름은 힘을 자랑하며 원초적 본능으로 사람들 되돌리기 위하여 바다로 유혹을 합니다. 바다는 제흥에 겨워서 숫한 몸놀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들입니다.
이글대는 모래알은 열기를 하늘높이로 산화시키며 하늘을 높이기 시작 할 즈음 바닷가의 파도소리가 시어머니의 냉냉한 웃음소리로 응시 할 때 슬그머니 산으로 오르는 더위는 부지런한 걸음으로 등산을 시작할 것입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서 고단한 삶을 토닥거리며 걷고 또 걸어갑니다. 우리가 잠드는 시간에도 시간은 쉬지 안는 걸음을 걷는 것을 바라보며 먼길을 걸어온 것 같아 잠시 돌아보니 길은 보이지 안고 무중력의 공간만이 웃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돌아볼 여유도 없이 그저 부지런히 걷기만 했어요 그런 나의 모습을 가만히 들여다보니 어둠이 서려 보이지 않아요.
칠흙 같은 어둠이 진을 치고 달 빛 마저 삼키려 해요. 이슬에 젖은 듯 한 눈 빛 만이 반짝 거릴 뿐입니다.
내일은 태양이 떠오르겠지만 지금 이 시간 남은 날들을 위하여 내 안에다 촛불을 하나 밝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