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수필'



타블렛 첫 그림




    아지 나는 아주 작고 못난 보통 강아집니다.
    좀 덩치가 있고 가문 좋은 개는 주인을 보아도 점잖게 엉덩이만
    흔들흔들 하며 눈치껏 앞발을 들 듯 말 듯 하며 애정을 표시하는데
    나는 좀 경망스럽게도 체구도 작지만 채신머리없이 꼬리를 요란스레 흔들며
    주인에게 숫제 뛰어오릅니다. 아무런 눈치도 없습니다.
    궂은 날 내 발에 흙이 묻었는지,
    또는 주인님이 새 옷을 입었는지 혹은 기분이 언짢은지
    눈치조차 알아채지 못하고 마냥 내 기분대로 그저 안겨 듭니다.

    주인님을 너무 좋아하는 나머지 앞뒤를 재어 볼 겨를도 없이
    나는 겅중겅중 뛰어 오르며 심지어 질겅질겅 물어뜯기조차 합니다.
    이 마음을 어떻게 주체치를 못해 바지가랑이를 물고늘어지기도 합니다.
    주인님이 기분 좋을 땐 날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안아주시기도 하지요
    그런 주인님이 어쩐 일로 심사가 뒤틀리신 날 나를 내 몰 때도 있답니다.
    심지어 종주먹질로 겁을 주며 쫓아내기도 합니다.
    그 때 내 마음은 천갈래 만갈래로 찢어집니다.
    감히 나는 눈을 바로 뜰 수조차 없습니다.
    두 발로 걸을 수조차 없습니다.
    나는 그냥 죽고만 싶어서 아무 소리 없이 한 켠에서 지쳐서 무거운 머리통을
    앞다리 사이에다 쿡 쑤셔 박고는 눈물 머금은 눈알만 디룩디룩 굴립니다.

    아! 우리 주인님 마음이 편치 않으신가 보군요
    제발 제발 화 푸시고 나랑 그냥 예전처럼만 놀아주세요.
    나는 이 세상에서 제일 고민 많은 강아지가 되어 마냥 슬퍼집니다.
    정말이지 두 눈에는 눈물만 그렁그렁 고입니다.

    쫑긋하던 두 귀는 축 늘어지고
    앞다리 사이에다 구겨 넣은 머리로 눈만 굴리며
    이 눈치 저 눈치에 고민하던 나는 너무도 야속하고

    나 자신이 서러워 가끔 먼-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아까 귀찮다 밀칠 때 다친 옆구리도 쿡쿡 쑤셔 오지만
    금새라도 주인님이 날 부르는 그 휘파람만 불러 주신다면
    여느 때보다 두 배나 높이 뛰면서 안겨 들 수 있답니다.
    정말이라니까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촐랑대며 최선을 다 해 까불 것입니다.
    재차 옆구리를 차이는 불상사가 오더래도,
    좀 전의 일은 말짱하게 잊어버린 채 말입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나도 아무려면 삐칠 때가 있답니다.
    그 땐 아무리 주인님이 불러도 꼬리만 약간 흔들다 말뿐
    안겨 들고픈 기분은 숫제 없습니다. 또? 때릴려구--? 하는 눈빛으로
    흘끗 바라만 볼 뿐, 얼씬도 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땐 그럴 땐 이렇게 해 봐 주세요.
    가까이 다가가서 부드럽게 안거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진심 어린 사과로
    “미안해!” 하면서 다정스레 나의 이름도 불러주세요
    아~! 그러신다면 어느새 내 가슴의 응어리는 봄눈 녹듯 사라지고 금새,

    주인님의 얼굴과 손은 나의 침으로 축축해질 것입니다.


    이요조/2001,03,06


    쇼팽/강아지왈츠 Db장조 '강아지' O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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