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을 자세히 보면 온통 상처투성이다, 다들 그 많은 상처가 생기게된 연유를 묻곤 하지만 나는 항상 (어릴 때...)하고 얼버무리고 만다, 하지만 세밀히 살펴보면 피부에 언뜻언뜻 묻혀있는 반점이 이빨 자국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그것은 모두 하나뿐인 여동생 빵숙이에게 물린 상처이다,
"오빠가 얼마나 못났으면..." 하고 사람들은 의아해한다, 실제로 난 못났고 졸장부이다, 빵숙이는 상당히 호전적이고 강압적인데 반해 난 타협적이고 복종적이며, 빵숙이는 우람한 덩치와 파워를 가졌는데 난 작고 약했으며, 그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옹고집을 철저히 물려받았는데 난 그렇지 못했으니, 싸움을 하면 지는 건 당연지사라 생각된다,
먹을 것이 생기면 엄마는 언제나 둘의 몫을 똑 같이 갈라준다, 빵숙이는 내 것이 많니 크니 하면서 바쁘게 먹어댄다, 눈 깜짝할 새 게눈 감추듯 흔적도 없이 먹어치우곤, 갖은 애교(?), 아양, 협박을 하면서 내 몫을 반 이상 뺏어먹어야 직성이 풀린다,
또 먹는 것이라면 칠야의 어둡고 차가운 밤이나, 장대같이 쏟아지는 우중을 뚫고서라도 기필코 사오는 열의를 보였고, 손님이 와서 (누가 동생이지?)하면 나의 어깨를 솥뚜껑 같은 손으로 쿡 찍으면서 (얘가 동생이고 제가 누나예요)하며 아주 능청스럽고도 노숙하게 대답한다,
나는 빵숙이가 치마 입은 모습을 한번도 본적이 없다, 활동적인 성격이 맞지 않아 선지? 여자 애들이 하는 공기 줍기나 고무줄넘기 보다는 딱지치기와 구슬치기, 특히 말타기에 아주 흥미가 있었다,
그래서 꼭 사내애들이 노는데 와선 끼워달라고 떼를 쓴다, 안 끼워주면 훼방을 놓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끼워준다, 이때부터 이건 독무대에서 리사이틀이나 하듯 냅다 괴성을 질러대며 그 삼겹살 덩이가 (붕~)뛰어 올라 탈 때는 짬뽕(말이 찌그러짐) 안 되는 얘가 없었다,
먼저 빵숙이의 살벌한 이빨과 찬란한 전적을 소개하고 넘어가야겠다, 첫째 입이 얼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나다, 엄마가 빵숙이를 낳고 나서 얼굴을 보니 얼굴 전체가 입이라 (내가 사람을 낳았나? 새 새끼를 낳았나?) 생각이 들었다나?^^ 아무튼 빵 한 개가 아무 저항 없이 쑥! 들어간다고 빵숙이란 별명을 지어주었다,
대문니는 안으로 살짝 들어간 듯하며 날카롭기가 끌과 같고, 좌우의 송곳니는 아연도 박판을 쉽게 맞창을 낼 정도로 좀 과장해서 물렸다! 하면 살점이 덜렁덜렁해진다,^^ 또 그 강인한 이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인지? 용돈만 타면 그 먼 학교 앞 가게까지 쫓아가 먼지 앉고 말라비틀어진 오징어 다리를 사 먹었다,
빵숙이의 전성기에는 골목대장인 석이를 몇 차례 넉 아웃 시켜 끝내 이사를 가게끔 만들었으며, 우리 집 강아지를 물었다는 죄목으로 옆집 불독을 이빨 대 이빨로 맞붙어 조져버렸다,
더욱이 거지가 와서 행패라도 부리면 총알같이 날아가 개 대신 이빨 자국을 선사했고, 동네 애들이 구슬치기하면 빗자루로 몽땅 쓸어가도 누구하나 나서서 (내놔라!)하는 애가 감히 없었다, 심지어는 빵숙이네 담임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죠?)하니까 (빵숙입니다!)하는 소리가 나왔을 정도니 그야말로 이빨 하나로 온 동네를 제패한 실력자임엔 두말할 여지가 없다,
이러한 빵숙이의 행패에 엄마는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다니기에 바빴고, 아무리 때리고 타이르고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조금만 수틀리면 얼굴이고 뭐고 닥치는 대로 물어뜯는 빵숙이의 제물인 나는... 그 더운 여름날 섧디 섧게 울면서 상처에서 흐르는 진물에 달라붙으려는 파리를 쫓기에 이력이 났었다, "오라비가 만날 동생에게 당해서 되겠냐!"하며 집에서 나를 태권도 도장에 보냈다,
빵숙이로 인해 시작하고 그로 인해 끝냈지만 호신술이란 기본이념은 망각한 채 오로지 빵숙이를 뚜드려 잡겠다는 일념 하에 비지땀 퍽퍽! 쏟으며 열심히 수련했다, 두 달 정도 수련을 받고 청띠를 매고 보니 다리도 한창 풀리고,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 빵숙이와 일전을 겨루게 되었다, 방청소를 하다가 농 밑에서 연필이 한 자루 굴러 나왔다, 분명히 내 것인데 자기가 주웠으니 자기 거라며 우긴다, 평소 같으면 당연히 뺏기는데 태권도가 참질 못했다,
(너 오늘 잘~걸렸다, 오라비의 태권도 맛 좀 봐라!) 하며 신속하고도 절도 있게 딸딸이 전굴 자세를 취하며 (얍!) 기합을 넣었다, 빵숙이는 물어뜯으려다 상대가 예상외로 대차게 나오자 멈칫하더니 앙증스럽게 웃으며 (놀구 자빠졌어야~)하며 내 팔을 낚아챘다, 그 순간 (으라챠챠!) 좌회전 돌려차기로 빵숙이의 턱을 정확하게 가격했다,
실제로는 힘없이 갖다 붙인 상태였는데 그녀는 잽싸게 나의 거시기(낭심)를 꽉! 물어 버렸다, (엄마! 나죽어!) 하며 움켜쥐고 팔짝팔짝 뛰다가 뒹굴자, 비명소리에 달려온 엄마는 황급히 바지를 벗겨 내리고 감자 두개의 이상유무를 확인 또 확인 한참을 살피곤 안도의 긴 한숨을 쉬더니 (이년이 집안의 대를 끊을 년이네? 혼 좀 나봐랏!)하며 멀뚱하게 서있던 빵숙이의 종아리를 사정없이 때렸다,
하지만 고집대로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계속 맞고만 있다가 연방 날아오는 회초리 (앙~)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그 완 반대로 난 아픈 것도 잊어버리고 만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번듯이 드러누워 나의 천적인 빵숙이의 괴로움을 즐기며 황홀경에 도취되어 가고있는 찰나!
(야 이XXX야! 너는 뭘 잘했다고 웃어!)하며 빵숙이의 육중한 몸이 내 얼굴을 덮친다 난 완강히 바동거리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역부족이다, 목덜미를 콱! 무는 순간 내 몸에서 피가 빨려 나가는 느낌과 함께 의식이 희미해져간다, (아- 드디어 나도 천당엘 가는구나? 근디...우째 천당엘 가도 피 빨려 죽으면서 가냐?) 하며 쓸쓸히 죽어 가는 것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몸서리치는 한기에 얼마 뒤 깨어보니 염라대왕이 아닌 엄마의 걱정스런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온다, (어 이상하다? 난 분명히 드라큘라에게 물려 죽었는데...)중얼거리자 엄마는 이마의 땀을 닦아주며 (또 그 소리야 이 세상엔 드라큘라가 없다니 깐! 너무 놀래서 헛것을 본 게야) 오라비의 흰창만 남은 눈과 게거품을 보각보각! 내는걸 본 후 빵숙이의 무시무시한 무는 버릇이 없어졌지만 근40년이 지난 지금도 어쩌다 보이는 그녀의 이빨을 보면 섬뜩해진다, 그 당시 노이로제가 상당히 심했나보다,
2. 나의 역전기
여동생이 있는 사람이 부럽다고요? 또 여동생이 귀엽다고요? 하기사 사람에 따라 경우에 따라 그런 분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전혀 입니다, 오히려 왠쑤덩어린 걸요,
초등 학교 졸업 때까지 고양이 앞에 쥐 신세로 줄창 물어뜯기고, 허구헌날 얻어터져 눈탱이 밤탱이 되는디 그게 왠쑤지 동생인감유? 중학교 1학년 때! 빵숙이와 또 일전을 치르게 되었다, 모든 싸움이 그렇듯 기선제압이 승패의 50%를 차지하는데 그날도 (너 이년!) 고함은 질러놨으나, 가소롭다는 듯 차가운 미소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이빨을 보는 순간 (오매 기죽어~~) 뭐랄까? 외나무다리에서 호랑이를 만난 개처럼 내 꽁지가 뱃가죽 밑으로 찰싹 달라붙은 듯한 느낌과 함께 오금이 저려왔다,
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이러면 안돼! 무서워하지마! 이길 수 있어!)하는 순간 (짜샤 죽을래?)하며 내 팔을 낚아채는 빵숙이의 머리를 밀쳐내며 (엄마야!!!) 밖으로 도망쳤다,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나의 공포에 질린 모습과 빵숙이의 헝클어진 쑥대머리 사이로 번득이는 눈과 이빨을 보더니 (아이쿠 몬 산다 몬 살아! 저기 인간이가? 짐승이지! 쯧쯧) 내 손에 빗자루를 쥐어주며 당부한다, (니 오늘 저년 꼭 잡아라!)하며 둘을 방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닫아버렸다, 나를 향해 댓쉬하는 빵숙이를 빗자루 몽디가 부러지도록 패고 또 팼다, 코에 맞았는지? 코피가 흐른다? (어? 코피가...)
닦아 줄려고 다가가는 순간 잽싸게 나의 어깨 죽지를 물어버렸다 (어~엄마 나죽어!)비명소리에 창문으로 지켜보던 엄마가 쏜살같이 들어와 빵숙이의 머리채를 낚아채어 벽으로 패대기쳤다, 난 물린 어깨를 문지르며 (아이쿠 아파라~~) 울고 있는데, 그녀는 울지도 않고 지 이빨로 물어뜯은 나의 러닝 셔츠의 쪼가리를 물고 (으르릉)거리고 있다, 어느새 코피는 멎은 것 같다,
엄마는 귓속말로(니 오늘 저년을 잡지 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내가 있으니 걱정 말고 싸워라!)하곤 나가면서 빵숙이의 대가릴 사정없이 쥐어박으며 (꼴 좋다 이년아! 어데 감히 오라비를 이길려구) (자 이제 2라운드다 땡!)하며 문을 닫고 나갔다, 난 지금까지의 공격 패턴을 바꿔 중앙에서 싸우면 불리할 것 같아 방구석 코너에 등을 붙이고 싸우기로 했다,
그녀가 다가오면 빗자루론 얼굴을, 발로는 배를 공격한다는 계산인데 역시 막강한 파워를 앞세운 육탄공격이 들어온다, 잡히면 끝장난다! 란 각오로 죽을힘을 다해 계속 때리고 차고 하는데... 배를 차여 (욱! 욱!)거리면서도 탱크처럼 밀고 들어와 내가 잡혀버렸다, 그리고 둘은 안은 채로 넘어졌다, (큰일났다!) 난 딸리는 힘이지만 빵숙이의 머리를 힘껏 밀며 버둥댄다, 아~ 저 날카로운 이빨이 푸른빛을 내며 나의 연한 살점을 노린다,
그 와중에도 잔머리를 굴린다 (뭐 좋은 수가 없을까?) 마침 일이 될려니 방바닥에 굴러다니던 고무 야구공이 보인다 (맞아 바로 저거야!) 한쪽 팔을 빼며 고무공을 쥐었다, 그 틈에 빵숙이의 이빨에 내 목까지 바싹 다가왔다, 순간 젖 먹던 힘을 다해 (에라이 요년아, 이거나 먹어라!)하며 그녀의 그 큰 아가리 속에 쑤셔 넣어버렸다, (에 켁켁켁) 불시에 일격을 받은 빵숙이는 공을 빼내려고 나를 풀어준 순간 잽싸게 일어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찬다,
일어나려면 차고 또 차니 일어나는 걸 포기하고 공을 빼내려니 꽉 끼어 빠지질 않는다, 갑자기 애가 조용하다 왜 저러지? 입에 박힌 고무공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엄마! 빵숙이가!) 엄마가 보더니 칼을 가져와 공을 찢어 바람을 뺀 후 끄집어내고 등을 토닥거리자 (휴~) 긴 한숨을 쉬더니 늘어져 버렸다,
그 사건 이후로 빵숙이의 공포에서 완전히 벗어나 내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고, 빵숙이가 상당히 고분고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