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노인...꿈 내리는 노인


햇살이 따사로운 가을날
공원 벤취에 한 노인이 꾸벅 꾸벅 졸고 있다.

그는 바람보다 가벼운 새 털 마냥
세월을 거슬러 꿈을 꾸고있다.
아니 꿈을 서서히 내리고 있다.


볼연지 수줍던 새 각시
윗저고리 살며시 벗기던 첫날밤의 새 신랑이 된다.

첫 아들 놓고 새끼줄에 빨간 고추 매달면서
히죽 히죽 마냥 웃던 청년이 된다.

회갑잔치에 아들 딸 며느리 손자손녀
절 받으며 허허허 웃던 흐뭇한 아버지 할아버지가 된다.

허나 이제는 다 떠나버렸다.
아니 다 떠나보내었다.
그래서 새 털 보담 더 가벼운 바람 같은 몸으로 남았다.


가을이 되었다.
가을은 풍요의 계절이면서
옷을 벗어버리는 계절인 것이다.

다 비어버린 몸이고 마음이라서
가을햇살도,
가을바람도
이토록 행복한 꿈을 꾸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노인의 등허리에 쓰러져 가는 가을햇살이 아름답다.
떨어져 내리는 단풍잎 하나 아름답다.

인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세월 따라 변하고 늙고 죽어갈 수 있음이 아닐까?


무릇 세상만물이 그러하듯이....


그래서 졸고 있는 노인은
아름답다.
꿈마저 내려버리는 노인은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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