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밤의 콘서트 ( 달빛 쏘나티네 1)



나의 창가에
하얀 달빛이 찾아 와
침대 위에
여인처럼 누웠다.

귀뚜라미가 물레 앞에 앉아
이 여인을 위해 비단의 긴 실을 뽑는 아름다운 가을 밤,

어둠에 취해
달빛인지 여인인지 몰라
함께 잤다.





가을 밤의 콘서트 ( 조수미와 함께 이 밤을... )



벌써
가을이 왔지만
여름은 아직 떠나지 않았다.

가을은
여름을 가라고 하고
여름은
기다리라고 한다.

여름이 아픈가 보다.

거리에 쌓아 둔 따가운 햇볕과
산과 들에 풀어 둔 더운 바람과
내 침실의 후끈한 무더위를
이고 떠나는 등 뒤로 해가 지면

서늘한 바람이 행복한 이 가을 밤

나의 창가에는
오늘도 귀뚜라미가
조수미와 함께 찾아 왔다.

가을 밤은 아름답다.

*
조수미의 천사와 같은 목소리와 티없이 맑고 영롱한 귀뚜라미의 노래가 환상적인 실황공연이 펼쳐진
내 조그만 침실은
들뜨고 격한 현장감 넘치는 사운드로
밤이 일어나 어둠을 환하게 불로 태우고 있었다.





가을 밤의 콘서트 ( 안드레아 보첼리...)



여름의 뉘앙스가 묻은
가을 저녁 하늘을
별들이 깨끗히 닦아 놓고
서로 반짝이며 채팅하는 밤을 보라.

보았으면 아래를 보라.

오늘도 어둠이 환한 나의 창가에는
귀뚜라미가 안드레아 보첼리보다도 더 고운 목소리로
가을연가를 부르고
밤은 음표들의 속삭임으로 휘날려
조그만 나의 침실은
고독이 천사의 옷을 입고 누웠다.

가을은 누구에게나
쓸쓸한 바람이겠지만
그래서 밤새 가슴이 아퍼 휘몰린다 해도
귀뚜라미가 내 창가에 찾아 와
노래 부르는 날의 가을 밤은
눈부시게 하얗다.





가을 밤의 콘서트 ( 자 화 상 )



서늘한 가을 밤
아무도 없는 택시 정류장에
60대 초반의 허름한 아저씨가 서 있다.

늙지 않으려고 청바지에 붉은 티를 입었지만
키는 작고 몸은 북어처럼 마르고
얼굴은 번데기처럼 주름 투성이다.

어둠 속에서 어디를 가려고
택시를 기다리나 보다.

이 아저씨가 바로 나이 50 의 나다.





가을 밤의 콘서트 ( 달빛 쏘나티네2)



어제 밤
공원에서
가족과 함께
달 구경을 했습니다.

둥근 달 속에서
토끼 두마리가
떡 방아를 찧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우리 가족은
달빛 아래서
비단을 깔고
토끼가 가져 온 떡을
맛 있게 먹었답니다.

해마다 추석이 오면
우리 가족은 손을 잡고
공원으로 가
토끼가 빚은 송편을
하얗게 먹는 답니다.





가을 날의 콘서트 ( 강 )



이른 새벽
나의 집 앞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밖을 나서면
오색 단풍으로 무장한 자동차들이
거대한 중국의 양자강이 되어
가로수를 삼킬듯 흘러
집 앞은 벌써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동차들의 물결이 사나운 강으로 변해
뿌연 홍수가 도시 전체를 휘감고
나를 삼킬 듯 덤비는 파도는
온 종일 이성을 잃고 불로 출렁거렸다.

강을 바라보면 강을 건너야 하는 책임이 무서워
강은 미친듯 폭우를 동반해
우리들을 향해 거센 물줄기를 틀어
놀라 갈 곳을 잃고 강뚝에 않아
오늘도 그저 가쁜 심호홉을 하면서
강 멀미를 앓고 있을 뿐이었다.




Tears in Heaven/Eric clapton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