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위는 던져지고.........../헤라


경남산청에 있는 간디고등학교에 딸을 입학시키려고 원서접수를 하고,
1차전형의 합격한 딸아이를
2차 면접을 위해 2박3일 동안 머무를 간디학교 기숙사에 떨쳐버리고 오던 날,
만감이 교차했었다.

과연 합격을 할 수 있을까?
엄청난 경쟁률이었고,
2차 면접을 위해 온 다른 아이들의 눈빛이 하나같이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과연 우리아이가 20명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한껏 고개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상 간디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1차 전형에 합격한 학생이 11명이니,
외부에서 원서를 접수한 학생은 결국 9명만 선발될 수 있다는 거였다.
2차 전형에 합격되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듯 정말 어려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2박3일의 기숙사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딸아이의 달라진 모습을 보니
설사 떨어진다 하더라도 좋은 경험을 한 것으로 만족하리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신문을 건성으로 읽던 아이가 신문을 정독을 하기 시작했고,
어려운 한자는 옥편을 찾아가며 읽는 모습,.
자신이 앞으로 해야 할 공부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
이것은 아이의 새롭게 변한 모습이었다.

2차 전형 때, 학부모 면접에서 이런질 문을 받았었다.
만약 아이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네명의 학부모가 같이 면접을 받았는데,
어떤 부모는 재수를 시켜서라도 보내겠다는 학부형도 있었고,
어떤 학부형은 그냥 포기하겠다는 분도 계셨다.

하지만, 난 그렇게 대답했다.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여러 갈래 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이 직선이던 굽은 길이던 나름대로 다 묘용의 미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이 직선이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남는 시간을 유용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고,
굽은 길은 굽은 길대로 돌아가기는 하겠지만,
또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아주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랬다,
본인이 원했지만,
그 목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코 실망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생은 길고,
그 길고 긴 인생길에 어떤 경험을 하는 게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기에,
합격하던,
떨어지던,
나름대로 삶에 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기에 그런 답변을 한거였다.

딸애한테도 그런 엄마의 생각을 전했고,
딸애 역시 설사 떨어진다하더라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노라고 이야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말을 하면서 마음여린 딸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보니 내심 무척 기대하는 눈치였다.

정말로 본인이 절실하게 원하는 학교였기에 그랬으리라.
최종합격자발표를 기다리는 3일간은 그야말로 바늘방석이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
오후 5시에 홈페이지에 합격자 명단을 올린다고 했지만,
기다릴 수 없어 오전 10시부터 실시간으로 확인을 했다.

그러던 중 11시에 드디어 최종합격자 발표명단이 뜨는데, 가슴이 떨려서 열어보기가 사실 겁이 났다.

용기를 내어 합격자 명단을 클릭한 순간, 20명의 합격자 명단 속에 보여 지는 우리딸애 이름...
늘 진솔한 삶을 살라는 뜻에서 지어준, '진솔'이란 이름이 커다랗게 부각되어 보여지는 것이었다.

순간 그 누구보다 기뻐할 딸애의 환한 얼굴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2박3일 동안 같이 지낸 친구들 중에 떨어지게 생긴 애는 하나도 없더라는 말은
그만큼 1차 전형에 합격한 아이들 모두 개성이 뚜렷하고 주관이 뚜렷한 아이들이어서
조금은 자신을 잃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었는데...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했던 남편도 아이가 합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그마한 축하파티까지 열어주었다.
어쨌거나,
주사위는 던져졌고,
나름대로 본인이 어떻게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자신이 원하던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자신이 원하던 공부를 하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며,
결코 엄마, 아빠를 실망시켜드리지 않겠노라던 딸애가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난 늘 아이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너희들은 정말 잘하는 거라고,
엄마가 너희들만 할 때는 절대로 너희들만큼 못했노라고.....

그런 말로서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키워주곤 했었다.
그랬던 이야기가 정말 다시금 실감이 났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결코 지금의 우리 딸애만큼 당차지도 못했고,
어떤 신념이나, 주관, 확신도 없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의 그런 확신과, 믿음, 자신감을 오래오래 간직해 주기를 바랄뿐이다.
(2002.11.18. 작가 헤라)






강물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부둥켜 안은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으음-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되지
음 알게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되고 산이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 사랑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