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경-9704/6호 변형(40 x 35cm)/동판화(메조틴트)/1997




가끔은 이런 언덕배기에 살고 싶기도 하다.

늘 낮은 평지에서만 살았던..나.

내가 살았던 낮은 평지는

늘 하늘은 안정되어 있었고.

땅 또한 지진날 것 같지 않았다.



좀 자라서 설 친구집을 찾아 간다고

골목골목을 기웃거릴 적에

이 언덕배기를 만났다.

언덕에 골목길이 있다는 것에 신기했고

언덕에 집들이 층층이로 올라가면서도 있는 게

신기했다.



지진날 것 만 같아 맘 졸이면서

위태위태한 언덕배기로 올라간 나의 다리는

호들호들 내가 지진났지.

저 언덕배기 골목길

저 언덕배기 집들은

그저 무심히 안전하기만 하더라.



지진 난 내가 사는 평지가

되려 안전하지 않을 것 같아

언덕배기에 살고 싶기도 했다.

창 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은 그냥 판떼기에

별 총총 그려 놓은 반듯함이 싫고

그냥 판떼기에 사연하나 없는 것처럼 서 있는

나무들의 반듯함이 싫었다.



어쩌면.

둥근 하늘일 수 있고

낙하산 모양처럼 둥그런 별 총총 빛나는 언덕배기의 하늘을

내 안으로 가져올수 있을 것만 같았고

어떤땐 하늘이 아래로 내려와 있어

손만 뻗으면 별들을 만질수 있을 것만 같아

언덕배기에 살고 싶었다.



그 후. 난 한번도 언덕배기에 한번도 안 살아봤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