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한 말씀................./멋진 머슴


어제 경기도 일산 호수공원에서 한국 사이버 농업인 연합회가 주최하는 농산물 판매장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는 판매보단 사이버농업인 창립 홍보를 겸하고,
회원들 간의 얼굴 익히기,
그리고 한국 최고의 농산물 공급을 위한 결의대회 성격도 있다.
날씨 탓인지 계획했던 참여농가가 일부 빠지고
생각했던 매출은 기대 이하로 조금 맥이 풀렸다.

오랜 월급생활에 젖어있던 나이었기에 된장 판매란 쉽지 않았다.

판매방법도 그렇고 모든게 어설프고 어색한데다 날씨까지 춥다보니
조그마한 부스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나의 몸은 물론 마음까지 서글프게 했다.
태어나 처음 해보는 된장 판매는 큰 기대는 안했지만
찾아오는
고객들은 없고 하니 더더욱 마음 한구석엔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갖가지 생각들이 맴돌았다.
간혹 찾아오는 고객 또한 가볍게 툭툭던지는 한마디 말들은 더욱 맥을 풀리게 했다.

아니 너무 화가 나기도 했다.

이곳에 참여하는 분들은 대한민국에서 각 분야별로 최고라는 농가다.
유기농 농법을 고집하며 각종 언론에 오르내리는 등
최고의 농산물을 만들어 백화점과 사이버 등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한데 1년여 동안 정성들여 가꾸고 만든 배, 귤 등등
많은 농산물을 왜 이리 비싸냐며 30-50% 깍아 내리니 조금 아쉽다.
이것은 이해할 수 있다.

농산물을 파는 사람은 무식하고 옷차림도 허름하여야 하는지.
아니
고객들에게 조금 무시를 당해야하며 함부로 취급당해도 참아야 하는가.
아쉽기만 하다.

고객이 된장을 구경하면서 하시는 말
"뭐가 이리 비싸"
"아저씬 농사꾼처럼 안보여".
"만원이면 만원이지 9,900 이 뭐야".

갑자기 눈물이 핑돌았다.

얼마 전까지 조금은 화려했던 직장생활의 한부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 갔다.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리려하기에 고객에게 말했다.

“난 된장을 파는게 아니라 인격과 작품을 판다고 생각합니다.
농산물을 안 사셔도 좋으니 이 추운 날씨에 마음과 몸이 차가운 농사짓는 저분들에게 상처주는 말씀은 삼가해주시라“고 부탁했다.

시중에 파는 커피는 몇 천원일까...

전 된장을 판매한지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보다
그나마 비교적 바르고 순박한 분들이 농사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고 감히 한 말씀 하고 싶습니다.
전 사랑하는 농사를 짓는 이분들과 평생을 함께할 것이며
그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된장파는 농군으로 반듯하게 살아 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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