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호박

    겨울에 약하려고

    심어둔 호박이 한창 극성입니다.

    여름엔 꽃들도 잠시 방학을 합니다.

    새들도 잠시 방학을 합니다.

    심지어는 파리들도 잠시 방학을 합니다.


    대개는 여름에 모든 것들이 왕성할 것 같지만

    그저 봄에 피웠던 꽃으로 얻은 결실을 키워내기에

    바쁩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양육의 시절인 셈입니다.

    봄은 청춘의 계절이었으면

    여름은 양육의 계절로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겨울만 빼고 늘 피는 장미도 여름엔 주춤거립니다.

    날씨가 서늘하면 창가에 와서 잠을 깨우던 새들도

    어디로 갔는지 모릅니다.


    대신 매미울음이 찾아주는 것 말고는...

    굉장히 무덥고 뜨거우면 파리 애벌레도

    자라기 전에 아마도 열기에 말라버리는지

    마당에 둔 개집 근처에 한 마리도 얼씬거리지 않습니다.


    호박만 극성입니다.

    보이는 대로 손을 뻗칩니다.

    더위에 지쳐 겨우 맺은 장미봉오리 멱살도 부여잡습니다.

    머루덩굴도 부여잡고…….


    머루가 말합니다.

    " 얘! 나 숨막혀~ 팔도 저려~ 너 나 좀 놔줄래?"

    "무슨 소리, 너희는 일찌감치 꽃피우고 열매를 달았지만

    난 늦었거든 부지런하지 않음 언제 열매를 맺고

    그 애기들을 다 키우냐?

    누런 성인으로 키우려면 난 바쁘단 말이야 그러니 네가 이해하렴."


    호박은 여름아침에 바쁩니다.

    수꽃은 열심히 순번을 나눠 피며 비상경계 태세에 돌입합니다.

    언제 어디서 암꽃이 피었다 질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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