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認識)의 한계(限界)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몇 퍼센트나 진실이며 얼마나 정확할까? 나의 인생관, 가치관, 국가관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내가 신봉하는 종교의 경전과 교리와 교주에 대한 과대평가와 과대포장은 없는 것일까? 내가 믿는 이념에 과연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허상은 없는 것일까?

우리가 지성인이라면 자기 종교, 자기 민족과 국가, 자기 이념이 과연 올바르고 정확한 것인지 한번 쯤 객관적으로 심사숙고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종의 한계
민족과 국가의 한계
종교의 한계
이념의 한계를 벗어나서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평소에 보고 듣고 배운 것 외에는 새로운 정보와 지식에 대하여 배타적인 인식의 한계에 둘러싸인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 청년이 있어 제아무리 자본주의를 선호한다할지라도 만일 저가 북한에 태어 났더라면 소리 높여 공산주의를 찬양할 것이 아니겠는가?

나의 고향마을은 매우 시골이었는데도 어린 코흘리개 시절에 내가 아는 것은 오직 그 마을뿐으로 이 세상의 중심지 정도나 되는 줄로 알았었다. 그런데 여덟 살 때인가 엄마의 손을 잡고 논산 읍내를 가보니 거기에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건물과 사람들이 많은 거리가 있고 자동차가 있고 기차가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놈의 화장실 문을 여는 방법을 몰라서 한참동안 갇혀있다 엉엉 울기도 했지만 아무튼 논산의 모습은 내게는 그때까지 겪어 보지 못한 새로운 세계였던 것이다. 나의 인식의 한계가 확장되기 시작한 셈이다.

나는 젊은 시절부터 교회에 다니면서도 이런저런 갈등이 많았는데 20 세기의 석학이라는 토인비는 과연 기독교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 보기로 큰 마음을 먹고는 서점에 가서 그가 지은 세계사(부제-인류와 어머니 되는 지구)를 구입하여 그 두툼한 책을 단숨에 읽어 내린 적이 있었다. 오래전 일로 내용은 거의 모두 잊어 버렸지만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나의 종교관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구절이 하나가 있다.

기독교는 모든 일을 성경을 통하여 해석하려고 하지만 이 세상에는 성경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 토인비의 견해였다. 아 ! 토인비는 기독교를 그렇게 보고 있구나! 그 후 나의 인식은 교회의 담을 넘어 다른 종교에 대하여 배타적인 마음은 갖지 않게 되었으니 다행으로 생각한다.

나는 이력서를 쓸 때면 취미와 특기란 에서 한참동안 펜을 움직이지 못하는 주변머리가 없는 사람이면서도 마음속은 온갖 세상 염려와 근심으로 항상 복잡하다. 그러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병이 날 수 밖에 더 있으랴 ! 몇 년 전부터 건강에 이상 신호가 오더니 급기야는 운명의 여신으로부터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그래서 투병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식의 일대 전환을 시도하여 즐겁게 생활해 보리라고 혼자서 단단히 다짐을 했다. 헬스도하고, 등산도 하고, 카페에 가서 맥주도 마셔보고, 여자친구도 사귀고, 근무도 더 열심히 했다. 가정생활도 더 충실히 하며 어휴 ! 바쁘게 되었다. 그동안 철옹성같이 사수해오던 원리원칙 주의의 인생관, 가치관을 좀 수정하여 사물을 자유롭게 인식하자는 것이 요즘 나의 주장이다.

우리는 과거의 일제침략과 6.25 전쟁시 미군의 양민학살에 대해서는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면서도 월남파병시의 우리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 거의 없음을 본다. 물론, 이 말은 국가의 부름에 따라 만리타국의 전선에서 순직한 영령들의 희생을 폄하하고자 함이 아니다. 월남전은 프랑스의 식민지배로부터 해방하려는 월남민족의 독립전쟁으로서 프랑스와 바톤터치를 한 미국이 개입했다가 결국은 패전한 무모한 전쟁에 우리도 말려들게 된 것이다. 민족이나 국가의 한계를 초월하여 생각해볼 때 우리도 우리의 잘못을 월남민족에게 사과하고 보상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요즘 붐을 이루고 있는 한류(韓流)문화를 들고 떳떳하게 월남으로 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가끔 언론을 통하여 북한의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남한에 태어난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사회체제는 붕괴되고 식량과 물자의 부족으로 2000만 동포들을 생지옥으로 몰아 넣고 있는 북한의 지도자들을 보며 공산주의에 의식화되고 인식의 한계에 사로잡힌 무리들이 얼마나 끔찍한가를 배운다. 오래전에 캄보디아의 공산혁명을 소재로 한 영화 킬링필드의 장면 중에서 총칼을 든 나이 어린 아이들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나는 어릴 적에 미국의 서부개척 영화를 보면서 징그럽게 생긴 인디언들이야말로 악마의 화신쯤으로 알았었다. 그런데 지금 한번 생각해 보자. 이루 헤아릴 수없이 많은 아무런 죄도 없는 인디언들이 소위 개척자, 민주주의의 선봉, 정의와 인권의 주창자이며 사랑의 기독교를 주로 믿는 미국인들에 의거 참혹하게 멸족을 당한 역사의 가슴 아픈 뒤안길을! 어려서 듣고 배운 미국에 대한 무조건 좋은 나라로서의 인식의 한계를 벗어 났기에 이런 비판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무소불위 최강의 미국이 테러조직의 소탕을 위하여 지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인 아프카니스탄에 항공모함과 폭격기에 정의의 폭탄을 가득 싣고가서 쏟아 붓고 있지만, 생각해보라 과연 무엇이 정의인가를 ! 2000년 동안 아니 창세 이래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땅을 이스라엘에게 빼앗기고 난민이 되어 떠돌아야 하는 팔레스타인 민족의 억울함을 풀어 줄 정의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힘이 없으면 흑인노예처럼, 인디언처럼, 태즈메이니아인처럼, 팔레스타인처럼, 일제 하의 한민족처럼, 나치하의 유대인처럼, 영국 지배하의 인도인처럼 살아야 한다면 과연 정의의 기준은 무엇인가 ?

중동 이슬람 문명권의 지도자들이나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지도자들이 모두 참다운 지성인들이라면 21세기 초두의 인류를 테러의 공포와 전쟁의 함정으로 몰고 가서는 아니 될 것이다. 아랍민족을 적으로 보는 인식에서 일대 전환을 하여 팔레스타인의 한을 풀어주는데 서방국가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배고프고 고달픈 생활을 하는 저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고서는 중동의 문제는 해결이 요원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소리 없이 억누르고 있는 인식의 한계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사물을 인식을 할 수 있을 때 자기 자신은 물론 상대방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으며 민족, 종교, 이념 간에 상호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식의 한계를 핑계 삼아 불가사의로 묻어 두려는 것들이 있다. 고대문명의 흔적들과 UFO 에 관한 정보들이 바로 그렇다. 나는 누가 뭐라고 해도 고대 문명과 UFO 의 실체를 믿는다. 지구상에서 고대에 현 인류 이외의 문명이 존재했었고 지금도 인류 외에 어느 행성에 다른 고도의 문명체가 있어 인류와 교류를 한다고 생각 해보자. 지금까지의 인생관, 가치관, 종교관, 내세관 ~~~ 그야말로 우리의 인식체계가 완전히 뒤바뀌어야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혹시 특정한 정보기관들이 이런 저런 사유로 UFO 실체를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우리들의 인식의 한계가 우주 끝까지 확장되기를 기다리면서......,

잠실 베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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