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겨울바다
고향 바닷가.
한적한 독산禿山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고르면서 내 마음도 줏었다.
돌맹이는 갯가로 밀리다가 이내
모래속에 파묻힌다 .
돌맹이보다 작은 자갈은 세찬
파도를 타고 수없이 이동하면서,
모래속에 파묻힌 돌뿌리를 뒤짚어 투툭!
치면서, 모래장불에 내동댕이 쳐진다.
돌맹이와 자갈은 밀물과 썰물의 파도에
씻기고 모서리끼리 부딫쳤다.
모난 모서리는 점차 동그랗게
닳으면서 다듬어졌다. 매끄러운
조약돌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줍지 않는다면 조약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는 쪼개지고 더러는
더욱 작아만 갔다.
앙증맞게 작아지면서 끝내는 깨알보다
더 잘디잘은 한알의 모래알갱이가 되고,
숱하게 쌓인 모래속에 파묻혀서 사라지고 만다.
조약돌의 빛깔은 제각각이여서 흰빛
은빛 누런빛 백옥색이다. 차돌은 애기의
살갗보다 더 곱고 깨끗했다.
조약돌을 줏어서 눈 가까히 들여다보면
표면은 그다지 반들거리지 않는다.
돌과 돌끼리 부딫쳐서 닳은 것이지
문질러져서 마석磨石된 고운
색깔은 결코 아니다.
유약을 바른 도자기의 표면처럼
반사되지 않고 그저 투박했다.
그런데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참으로 매끈매끈거렸다.
나는 저물어가는 세밑 12월의 겨울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줏었다.
무엇에 쓰려고 줍느냐고 물어도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데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내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도 조약돌을 줍는 것이 곧 내 마음을
줍는 것이며, 세상사는 지혜를 얻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모나지 말고 그저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는 지혜를 배우는 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 지혜도 세월이 지나면 쓸모가 덜해져서
흔적조차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약돌이
되어가는 나를 추스리고 싶었다.
세속에 물든 욕심은 조약돌을 줍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굴껍질 조개껍질 갯모래 틈에서 닳고닳은
조그만한 조약돌을 한되쯤 줏었다.
내 동그란 조약돌을 줏었지,
나를 줏었지.
모래알갱이가 된 조약돌의 흔적은
차마 줍지 못했다네.
겨울바다
고향 바닷가.
한적한 독산禿山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고르면서 내 마음도 줏었다.
돌맹이는 갯가로 밀리다가 이내
모래속에 파묻힌다 .
돌맹이보다 작은 자갈은 세찬
파도를 타고 수없이 이동하면서,
모래속에 파묻힌 돌뿌리를 뒤짚어 투툭!
치면서, 모래장불에 내동댕이 쳐진다.
돌맹이와 자갈은 밀물과 썰물의 파도에
씻기고 모서리끼리 부딫쳤다.
모난 모서리는 점차 동그랗게
닳으면서 다듬어졌다. 매끄러운
조약돌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도
줍지 않는다면 조약돌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러는 쪼개지고 더러는
더욱 작아만 갔다.
앙증맞게 작아지면서 끝내는 깨알보다
더 잘디잘은 한알의 모래알갱이가 되고,
숱하게 쌓인 모래속에 파묻혀서 사라지고 만다.
조약돌의 빛깔은 제각각이여서 흰빛
은빛 누런빛 백옥색이다. 차돌은 애기의
살갗보다 더 곱고 깨끗했다.
조약돌을 줏어서 눈 가까히 들여다보면
표면은 그다지 반들거리지 않는다.
돌과 돌끼리 부딫쳐서 닳은 것이지
문질러져서 마석磨石된 고운
색깔은 결코 아니다.
유약을 바른 도자기의 표면처럼
반사되지 않고 그저 투박했다.
그런데도 손가락으로 문지르면
참으로 매끈매끈거렸다.
나는 저물어가는 세밑 12월의 겨울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줏었다.
무엇에 쓰려고 줍느냐고 물어도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데도 소용이
없다는 것이 내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그런데도 조약돌을 줍는 것이 곧 내 마음을
줍는 것이며, 세상사는 지혜를 얻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모나지 말고 그저 둥글둥글하게 살고
싶다는 지혜를 배우는 중이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 지혜도 세월이 지나면 쓸모가 덜해져서
흔적조차 사라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약돌이
되어가는 나를 추스리고 싶었다.
세속에 물든 욕심은 조약돌을 줍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었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굴껍질 조개껍질 갯모래 틈에서 닳고닳은
조그만한 조약돌을 한되쯤 줏었다.
내 동그란 조약돌을 줏었지,
나를 줏었지.
모래알갱이가 된 조약돌의 흔적은
차마 줍지 못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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