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일들로 인해 그새 수 년 간이나 즐겨하여 왔던 바다 낚시를
    단 한 차례도 다녀 보질 못하였었다.
    난 그냥 내 신세가 그러려니 하며 체념 속에 묻고 지내기만 하였었다.
    그런 와중에 홀로 이신 할머님 한 분이 오시게 되었다.


    이런 저런 굳은 일들과 함께 나를 도와주시는 게 여간 고맙지가 않았다.
    가끔씩 매듭이 풀리지 않는 세상사 고민거리라도 풀어놓을라치면 속 시원한
    몇 마디 말씀으로 정곡을 찔러 주시고 먹거리 또한 손쉽게 주물럭거려 주시어
    그에 대한 감사함이 늘 드높아 가기만 하였었다.


    낚시를 하러 바닷가를 찾으면 늘 반갑게 나를 맞이해 주시던 한 지인으로부터
    느닷없는 선물을 전달받게 되었다.
    두 개의 상자를 열어 펼쳐보니 모두 전어만 한 가득 냉동되어진 채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게 아니가 ?


    그 전부터 할머니께선 가을엔 전어, 봄에는 도다리가 제 맛이라며 흘리시는 듯한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아 믿는 데라곤 바닷가 근처일 뿐이니 안부나 전하면서
    전어를 좀 구했으면 하는 여운을 남겼더니 이에 대한 화답이었던 모양이었다.


    이 아니 반가울 수가 ...
    기쁜 마음에 큰소리로 " 할머니 ! 이게 모두 다 전어예요 ! "
    " 이제 실컷 드셔 보세요 ! " 하며 할머니의 안색을 살펴봤으나
    갑작스런 선물과 너무도 많은 양에 놀라워하시면서 날쌔고 예리하신 손놀림으로
    이리저리 뒤척여 보시더니 " 횟감은 아니네 ... " 하시는 게 아닌가 !
    "할머니 ! 이건 냉동이 되어서 그럴 겁니다만 녹여서 회를 쳐서 드셔도 될 겁니다 ."
    라고 하고는 바쁜 나의 일상으로 되돌아 왔었다.

    저녁 무렵에 궁금하여 들여다봤더니 욕탕에 들어 가셔서 산더미 같이 쌓아 놓은
    생선들을 일일이 다듬고 계시기에 " 횟감으로는 안 되는 모양이지요 ? " 하며
    다소 실망하시는 표정이 안쓰러워 말을 건넸더니,
    크게 웃으시면서 " 내 말 좀 들어 보라 " 고 하시었다.
    그 말씀인 즉 , 전어 맛을 보고는 싶었으나 그건 횟감으로의 맛이었고 이건 회로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은데다 양이 너무 많아 그 일부를 들고 시장에 나가 팔려고
    앉아 있었더니 아무도 눈여겨봐 주질 않더란다.


    뿐만이 아니라
    "대체 이게 무슨 종류의 생선이냐 ? " 고 묻기만 하니,
    자신이 더 답답하여 소리 높여 전어라고 하면서 가을엔 제 맛이라고 까지
    설명을 해 봤으나 살려고 하는 사람은 없더란다.
    "얼마냐 ? " 고 묻는 말들에 "원하는 가격에 주겠다" 는 대답을 하셨더니
    더욱 의심스러운 눈들을 한 채 서성거리기만 하다 그냥 가 버리고 하서
    제대로 흥정도 못했다는 전말을 듣고는 아연해 할 수밖에 없었다.


    옛적 바닷가에서 갓 잡아 올려 맛나게 드셨다는 전어의 맛을 못 잊어 하시기에
    몸이 따라 주질 않는 생활이라 바닷가로 한 번 모시고 가 보지도 못하고
    이 가을을 넘기나 보다 하여 궁여지책으로 생각해 내어 마련하였는데
    그게 오히려 할머니의 일손만 바쁘게 해 드리고 말았다.


    늦가을의 짧은 햇살을 받으며 양지를 찾아 널려진 몸통만 남은 생선들에게
    눈길이 가면서 그윽하면서도 애잔한 여인의 손길과 그 향기에 취해
    이 가을을 온 몸으로 느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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