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이요조

2002/11/29(금) 00:40 (MSIE5.0,Windows98;DigExt) 211.195.197.122 1024x768


그 놈  








    ◐그 놈 ◑





      



    상상 속에 줄긋기를 한다.

    파란 형광 펜으로,



    속도는 광속으로...

    어디든..휘리릭~ 빛으로 갔다가 되돌아온다.



    잠시 나락에도 떨어져 보다가

    천상에도 기웃거려보다가



    나는

    눈만 감을 수 있으면

    손만 모을 수 있으면

    줄긋기를 한다.



    어느 줄이 정답인지...

    어느 선이 예쁘게 그려졌는지...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를....





    :::+:::+:::+:::+:::+:::+:::+:::+:::+:::+:::+:::+:::+





    하나님께로 수직으로 향하던 줄이

    어느 날 후두둑~ 그만 끊어진 두레박줄처럼

    어두운 바닥에 가닥가닥 떨어져 버렸다.



    그렇게 썩듯이 가닥가닥 떨어진 줄은

    뱀으로 변해 꿈틀거리며 살아나더니

    내 가슴속에 숨어 들어 와

    종내는 나를 갉아먹더니 뿌리를 내렸다.



    제각기 똬리를 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놈은 고통으로

    어느 놈은 눈물로, 연민으로, 욕망의 번뇌로,



    그 놈들은 내 가슴 빈 독에

    음흉하게 자리를 틀고 앉아서



    내가 가장 괴로울 때

    어금니를 악물다 못해

    새어나오는 처절한 신음 소리에 맞춰

    기-인 몸을 흔들흔들 내밀어 보이곤 했다.

    아마도 신음소리를

    피리소리보다 더 사랑하는

    그놈들은



    진통이 올 때마다

    그 시커멓고 음산한 독 속에

    슬그머니 나와서는

    죄와 신음과 고통과 질병의

    부스러기를 먹고사는

    바로 그놈들...



    어느 날...

    그래, 어느 날 갑자기

    까맣게 잊고 있다가

    불현듯

    생각난 그놈들...



    내 진통에도 출렁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조용하게....

    쉿!!

    누가 그래줄까?

    어느 분이 날 도와주실까?

    그놈들이

    이유 없이 모두 자는 듯 죽어있다면

    아~ 얼마나 좋을까?

    아~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녹슬지 않는 구릿빛 청동 뱀으로

    예배당 첨탑에 피뢰침으로나 걸렸으면 참 좋겠다.



    어쩌면..

    별 모양의 착하고 따스한 뱀이 되어

    그렇게 예전 허물을 벗어두고

    반짝이는 별 모양의 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밤하늘 별로 떠서 살아간다면...





    :::+:::+:::+:::+:::+:::+:::+:::+:::+:::+:::+:::+:::+



    줄긋기를 하자

    반듯하게

    정신 똑 바로 차리고

    예쁜 줄을 긋자.



    밤하늘 반짝이는 별로 뜰 때까지,









    이요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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