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철은 봄을 안고 있다.
산야(山野)로 도시로,
겨우 잠들려 하는 바다 얼굴 위로,
기분 좋게 하늘가에까지 날아보고
때로는,
너무 딱딱하리라 생각해온 참나무 고목에
눈을 호두 알처럼 힘주어 뜨고
뒷생각도 없이 부딪혀 보는
겨울,
그 겨울이
조금씩 미워지기 시작해
나는 봄을 빌리려 작정했다
잎눈 많은 능수버들 한가지
남이 보든 말든... ...
뚝 꺾어 움켜 쥐고, 등 뒤로 감추고는 휘파람 불며,
유유한 사나이처럼
하늘만 올려다 보면서 걸어갔다.
크지만 높지 않은 소나무 아래에
아직은 참새 눈만한 꽃눈을,
양지 볕에 들키고 부끄러워 하는
진달래도 몇 가지 와드득 분질러 모아 들고
보지 않는 척하면서 두리번거리며 집에 왔다.
매일매일 벌컥 소리 나게 물 마시던
노란 물통에
훔쳐 온 봄을 꽂았다.
누구에게도 내 봄을 보여주기 싫고
가지고 온 봄이 고향 그리워할까...
음악을 틀어 놓고 같이 들었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내 마음도 함께 따 가아주-
하루, 이틀, 열흘...
거실 물통 속 내 봄은 꽃이 안 핀다.
화초 영양제를 한 통 모두 쏟아 부어주었다
한나절 지나고 시들해 지더니
딱,
하루가 지나자
잎눈 꽃눈이 다 떨어져 버렸다.
내 봄이 그렇게 죽은 것이다.
나는,
내 가슴으로 보고자 했던 봄을
14층 위에서 던져 버렸다.
나풀나풀 날면서
화단,
또 다른 봄 위로 비로소 꽃들이 피어 춤추며
진짜 봄은 그렇게 꽃만 말고
내 마음도 따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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