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남녘..

          마냥,
          기달릴 수만은 없어
          쉬엄쉬엄 봄을 찾아 나선다.

          해운대 달맞이 고개를 넘어 가는 길
          남해에서 동해로 휘어지는
          해안길이다.

          휘황한 카페의 불빛이 떠있는 해변
          파도에 젖은
          푸른 달을 띄워올리는 포구..

          멸치배가 새벽을 깨우는 어촌들이
          바다를 향해 엎드리고 있다.

          그 바다에는
          음력 중순으로 가는 깊은 밤
          밤바다를 밝히는 꽉찬 달도 만날 수 있다.

          바다에 해가 뜨면
          앞바다에서는 싱싱한 봄멸치를 끌어올리는
          그물질이 한창이다.

          달맞이고개..

          언덕 위의 해월정은 달을 보기 좋은 곳
          바닷물에 얼굴을 씻고
          물을 뚝뚝 흘리며 솟구치는
          월출이 장관이다.

          바다에서 순식간에
          떠오르기 때문에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월출 순간을 놓치고 만다.

          달맞이길은
          열다섯번을 굽어진다고 해서
          15곡도(曲道)로도 불린다.

          아래쪽은 청사포
          예전에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포구였지만
          지금은 그 운치가 사라졌다.

          송정해수욕장..

          백합 껍떼기가 많이 섞인 백사장
          모래가 유난히 희고 반짝거린다.

          앞바다에 떠있는 죽도가 파도를 막아주어
          바다가 호수처럼 잔잔하다.

          송정역은
          동해남부선 철도가 해운대에서
          달맞이 벼랑길을 넘어 쉬고 가던 정거장

          정동진 못지않은
          아름다운 '바다역'이다.

          동암리 해안은 바위절벽이다.
          오랑대는 동해남부 지역에서 첫손 꼽히는 명승지
          유배 시절의 고산 윤선도가 자주 찾았던 곳이다.

          대변항구,
          멸치잡이 항구로 유명한 큰 어항..

          부산에서 만선의 깃발을 펄럭이며
          항구로 들어오는 고깃배의 정겨운 풍광은
          한폭의 그림을 보는 것 같다.

          밤이면 수십척의 고깃배들이
          기장 해안에 불을 밝혀 불야성을 이룬다.

          포구에서 그물을 끌어내려
          멸치를 털어내는 모습은 가히,
          삶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그물에서 툭툭 떨어져 퍼득거리는 멸치떼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멸치에 눈이 부실 정도다.

          어부들은 멸치를 털어내며
          노래를 부른다.

          "어여차,어여차~"

          흥겨운 가락에 맞춰 그물을 쥐고
          왼쪽으로 한번,오른쪽으로 한번 당겨가며
          멸치를 터는 모습은 어촌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의 힘찬 약동이다.

          노랫말이 따로 없다.
          즉흥적으로 선주를 흉보기도 하고
          독수공방 부인을 위로하는 노랫말도 나온다.

          동해와 남해가 섞이는 곳에 위치해
          바다의 물살이 빠르다.

          최근 대변항이 유명해진 것은
          멸치보다는 영화 '친구'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친구 넷이
          튜브를 타고 놀던 바닷가가 이곳이다.

          "조오련이하고 거북이하고
          수영 시합하면 누가 더 빠르노?"

          주먹계의 보스로 성장한
          장동건이 터를 잡았던 부두도 이곳에 있다.

          밤이면 야시장처럼 즉석에서
          횟감을 내놓는 난전이 들어서기도 한다.

          용궁사..

          춘원 이광수가

          바다도 좋다하고 청산도 좋다거늘/
          바다와 청산이 한 곳에 묀다 말가/
          하물며 청풍명월 있으니/
          여기가 선경인가 하노라/ 라고 노래했던 경승지..

          바다와 맞닿아 있어
          '수당법당'이라고 불린다.
          바다를 향해 서있는
          해수관음대불은 높이가 33자나 된다.

          용궁사 너머에는 일광해수욕장이 있다.
          1965년 김수영 감독의 영화
          '갯마을'의 촬영 현장이다.

          당시에는 갈대밭과 해변 풍광이 아름다워
          '섬색시' '제3의 청춘'등의 영화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해안도로는 임랑을 거쳐
          울산 간절곶으로 이어진다.

          장안읍 임랑 역시
          월출이 아름다워 차성팔경의 하나다.

          해안도로 한 굽이를
          꺽어 돌 때마다 색다른 바다를 만나는
          기장 해변..

          남녘의 햇살을 담은
          바람과 잔잔한 파도에서는 벌써
          봄내음이 짙게 묻어난다.

          나는 지금 봄을 안고
          천년 고도 서라벌로 가고 있다.

          하마,

          내마음은
          봄햇살이 내리는 절마당
          석가탑 아래서 조용히 두손을 모운 채

          솔거의 그림을 향해
          날아가는..

          한마리의 하얀 산새가 되어
          탑을 돌고 있다.

          ..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