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1

      나는 양심을 포장한 채 오염되지 않게 선반 위에 고이 간직하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세상이 밉습니다.
      그러나,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인간들이 진실로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것을
      참을 수 가 없습니다.
      그들의 영혼은 울면서도 웃는 체 하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나는 장막을 쳤습니다.
      방안은 적당히 빛을 가리고 어두워 졌습니다.
      나는 편안함을 느낍니다.
      오염되지 않는 상태로 있을 것 같았습니다.

      나는 내 정원에 약을 뿌리기를 거부했습니다.
      벌레들이 극성을 부렸습니다.
      사과는 벌레를 먹고 있습니다.
      대추는 더욱 그러합니다.
      감나무는 더더욱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나무가 스스로 자생 할 수 없다면-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잔인한 나무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벌들과 새들은 좋아했습니다.
      어제는 비가 오는데도 내 대추나무 가지 끝에 나래를 활짝 편
      한 마리의 호랑나비가 잠자리를 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작은 철기 한 마리가 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는 스라브 지붕 밑의 천장 마루에 새들이 아파트를 몇 평인지 짓는데도
      그 공사가 끝나고 세대주가 들고나고 몇 번을 해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새 손자가 저쪽 끝에서 이쪽 끝 내 머리 위의 지붕 위에로
      짹짹거리며 뛰어 다녔습니다.
      그들은 내 머리 위가 그들의 운동장인지 착각 한 것 같습니다.

      나는 언제인가 내 시멘트 처마 끝에 집을 짓고 살다간 제비가,
      그 다음 해에 그 집이 부실 공사로 떨어져 버리자
      다시는 오지 않음을 보고 슬펐습니다.

      나는 참새들의 아파트를 그냥 내버려뒀습니다.
      또 올 여름에는 내 정원 숲 속의 해당화 나무 끝에
      작은 멧새가 세 개의 알을 낳았었습니다.
      며칠 뒤, 그 알은 없었습니다.

      그 다음 대추나무 가지 위를 오가는 노란 무늬의 이름 모를
      멧새의 새끼들을 나는 볼 수 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고 난 후 조그만 초가 빈집만 남았습니다.

      나는 3년전쯤 내가 시장에서 사와서 알을 까서ㅡ날려 보낸,
      잉꼬 새들의 부부와 그의 부모를 찾습니다.
      그 미물은 3일간 내게서 고맙다는 공중잽이를 한 후에는 -
      파란 하늘을 날아올라 뒷산 쪽으로 가버리고는 대를 이어,
      영영 소식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보여준 믿음과 고마움의 3일이 있었기에
      그들을 미워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바람 부는 겨울철의 눈이 오는 날들이면-
      그 초겨울에 떠난 잉꼬 부부와 자식들이 먹이나 제대로 먹고,
      살았는지 궁금해하며, 아직도 대를 이어 행복해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마 그들도 본능의 지혜로 잘 살아 가리라 믿고 싶습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것입니다. 평생을 고향 없이 살아 온
      나는 정이 어린 새들의 고향을 지켜 주고 싶은 것입니다.

      나는 정원을 정리하면서도,
      그 가지 끝은 잘라 버리지 않고 두었습니다.
      그들이 언젠가는 꼭 돌아 올 것 만 같아서 입니다.
      이 집이 그들의 고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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