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은 아내의 코였습니다.

      콧대가 아무리 높다해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 만은

      오르고 또 올라도 오를 수 없는 높고 높은 산이었습니다.



      아내의 코는 고대 인류 문명의 발상지였고 인더스 강 건너

      에베레스트 마나슬루봉 보다도 더 아름답고 멋진 나의 산이었습니다.

      아내의 코는 내 생애 오를 수 없는 험준한 산이었지만

      때로는 산자락 푸른 치마로 포근히 감싸주는 아름다운 산이었습니다.


      지금 , 나에게 드높은 아내의 코가 없다면

      나는 이 세상이 더 없이 외롭고 홀로 쓸쓸할 것입니다.



      어제 오후에는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나의 애인인 봄이 거기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녀의 긴 허리와 비단 같이 고운 그녀의 향기로운 목을 껴안고

      붉은 연분홍 진달 레 꽃잎에 입을 맞추었습니다.


      참으로 달콤하고 행복한 봄의 몽정이었답니다.

      코로 봄바람도 실컷 마셨습니다.




      근린 공원 울타리 노란 얼굴의 개나리꽃이 반가워

      나의 앤인 줄 알았습니다.

      그녀가 봄 속에서 살고 있는지 바람 속에서 살고 있는지

      그녀가 그리워 꽃을 꼭 껴안고 입 맞추어

      나는 코끝이 찡하게 시렸답니다




      아름다운 코란?

      이마 아래 양쪽 눈썹 사이에서 콧등이 한없이 어딘 가로

      뻗어 내려 간 코 일 것입니다.


      지리산 산등성이처럼 도도하게 펼쳐진 코의 산...

      높고 뾰쪽한 콧날 기슭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피어

      오늘도 바람에 흐드러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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