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같은 이
그래요 그런 사람이 있지요
막 만났을 뿐인데 십년지기 같던 이
지롱드江이 내려다보이는 참나무 통속에서 한 십년 묵었나 보죠 뭐
그래요, 그런 사람이 있어요
첫 악수일 뿐인데 손이 익숙한 오래된 연인 같던 이
맨살에 감기는 비단 같기야 하랴만
낮게 말하고 별 얘기도 아닌데 가만히 웃게 만들어 주던 이
그래요 부케 꽃다발로 감싸안는 香이 은은한 그런 사람.
2003 / 2. 詩/한 소년
* 지롱드江;프랑스 서부 보르도 지방을 관류하여 비스케이 만으로 흘러드는 강 이 곳은 세계적인 와인 생산지.
* 부케香;와인에서 풍기는 향. 부케 다발 만큼한 방향.
그렇다. 나는 와인과 같은 사람이고 싶다.
나이가 열린마당 가입자쯤에 이르면 와인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좋다.
사람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위스키 같은 화끈함의 청년기를 지나 맥주 같을 느슨한 노년기에 이르기 전,
중년에 비유할 수 있는 주류가 와인이다. 온유하고 오묘한 향기를 지닌 숙성된 연령대를 중년이라고 보면 말이다.
그리고, 사실 우리 세대의 이르면 술도 와인이 좋다. 독하지도 싱겁지도 않을 정도의 술이 와인인데
와인은 다른 술과는 달리 제조과정에서 물이 전혀 첨가되지 않고서도 수분 85%, 알코올 9- 13% 정도이고 당분, 비타민, 유기산, 각종 미네랄, 동맥경화 예방에 효능이 있는 카테킨 등이 내포된 알카리성 주류로 건강에 좋은 술이다. 그러나 과음은 금물이다. 술 실력은 결코 자랑거리가 못된다.
와인은 '청하'와 비슷한 12도 안팎쯤 된다고 보면 된다. 간단히 알콜 도수를 살펴보면 맥주 두 배가 와인, 와인 두 배가 소주, 소주 두 배가 위스키나 브랜디쯤 된다. 와인도 브랜디를 섞어 주정 강화된 와인은 20도 안팎이다.
근사하게 마시고, 은근히 취하고, 담론을 나누며 그윽한 눈빛으로 마주앉은 사람을 대하려고 한다면 단연 와인이다.
와인은 사람들을 가깝게 해 주고. 또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부정적인 대화보다는 긍정적인 대화를 하게 하고 은근히 빨리 취하지만 깨는 것도 빨리 깨서 좋다. 다만 우리 안식구를 위해서 한마디만 덧붙인다면 '다른 술과 짬뽕하면 뿅~ 가니 알아서 하소서'이다.
술의 종류에 따라 느낌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맨살에 척하니 휘감기는 비단옷의 착용감을 주는 술은 오직 와인에 한한다.
와인, 다소의 상식을 알고 마시면 더 좋은데 와인은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코드이며, 와인 그 자체로도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다. 오묘한 와인의 방대한 세계, 그 세계에 한 번 발을 들이면 헤어나올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빠지지도 말고 통째로 무식하지도 않은 채 살아가는 것도 우리 대청의 중년들이 지님직한 지혜 또한 아닌가? 이에, '와인 알고 마시자'에 대해 한 말씀해 보고자 한다.
소년이 오늘 글은 재미있고 쉬운 쪽으로 가져가려고 한다. 왠가 하면 제대로 알려면 너무 복잡하고 어려워서인데,
웨이터가 와인서비스를 제대로 알면 다 배운 것이 되고 또, '소믈리에'란 와인 전담 바텐더가 있는가 하면 포도주 감별사라는 전문 직업인, 와인샵 매니저, 와인 컨설턴트, 와인 칼럼니스트 등이 있는 걸 봐서도 어렵고,
요상한 와인병의 라벨을 봐도 통 모르겠고, 또, 대개의 와인은 프랑스 것이 많은데 얘기를 하다보면 툭툭 불어가 많이 튀어나오게 되는데 불어 또한 듣고도 머리에 잘 들어오는 언어가 아니라서도 그렇다.
서론이 너무 장황했는데 와인의 얘기에 들어가 보자. 들어가기에 앞서 오해의 소지가 있을까하여 덧붙이는 건데,
와인의 2차 발효시 생성되는 탄산가스를 그대로 병입하는 발포성 스파클링 와인이 있는데 이걸 흔히 샴페인이라 한다. 샴페인은 스파클링와인의 대명사 일뿐 술의 종류가 아니다.
샴페인은 프랑스 북부 샹퍄뉴지역의 샴페인市 이렇게 보면 된다. 유독 샹파뉴지방의 스파클링와인만 샴페인이라 부를 뿐이다. 이건 주로 선물용, 경축주에 쓰인다.
또, 와인을 막걸리라하면 소주(증류주)가 브랜디이다. 이것 역시 보통 꼬냑이라 불리는데 원리는 같다. 프랑스 서부의 대서양 연안의 지명인데 보르도 지역의 꼬냑市 이렇게 보면 된다. 꼬냑 분류에 헷갈리게 그랜드샹파뉴꼬냑 쁘띠드상파뉴꼬냑하는데 위의 상파뉴와 전혀 관계가 없다.
참고로 V.S.O.P, 나폴레옹, X.O하는 것은 꼬냑의 등급이다. 까뮈, 레미마르땡, 에네시등이 유명 상표의 꼬냑이다.
아르마냑은 꼬냑지방에서 다소 떨어진 곳인데 아르마냑의 유명상표로는 샤보(Chabot)가 있다. 브랜디만으로도 한편의 글이 따로 요구돼서 이 정도 한다.
와인의 종류에는 적(레드), 백(화이트), 분홍(로제)와인이 있다. 맛으론 스위트(단), 드라이(안 단), 미디엄(중간)와인으로 나눈다. 와인은 주로 식사음료라서 식사전후, 식사 중에 마시는데 식전은 드라이, 식후는 스위트 이런 식이다.
식사 중 와인은 생선요리에는 화이트와인을, 육류요리에는 레드와인을 마셔야 한다고 일반적으로 알고있다. 하지만 각자 취향에 따라 와인을 결정해도 된다.
또 우리 음식과 와인도 잘 어울린다. 불고기, 생선구이, 구절판 등과 같은 음식에 와인이 어울리기 때문이다.
식사와 무관하게 당연히 와인만으로 즐겨도 된다. 보통 레드와인 최고인 줄 아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종류대로(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다 마셔보는 것이 좋다.
와인만 마실 때의 경우인데 레드와인의 안주는 사과 사이에 슬라이스 치즈조각을 끼워 드셔보라고 권하고 싶다. 모든 까나페도 좋다. 또한 안주가 필요 없는 게 와인이기도 하다.
와인은 향기와 맛과 느낌이 있는 술이다. 와인의 빛깔(시각), 향(후각), 맛(미각), 와인을 따를 때의 소리(청각), 마셨을 때 입안 구강세포에 닿는 촉감 등 오감이 동원되어야 한다.
향을 느끼기 위해서는 와인이 든 잔을 돌려서 와인이 와인잔 안 쪽 면에 많이 닿게 하면서 따라야 한다. 와인이 움직여서 향기성분이 기화하기 때문이다.
이때 코로 깊게 와인의 향기를 천천히 맡아야 한다. 되도록 코가 잔 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서 향을 맡아야만 좋다. 향에는 오크통 속에서 숙성해 가면서 생기는 부케 향과 포도의 품종에 따라 각기 다른 향이 나는 아로마 향 두 가지가 있다.
맥주를 소주잔에 넣어 마실 수 없듯 와인은 와인 잔으로 마셔야 한다. 와인의 종류에 따라 와인 잔은 다르게 선택해야 하는데 어려운 얘기고, 향을 오래 즐길 수 있도록 윗 부분의 끝이 좁아지고 아래 부분이 통통한 튤립형의 잔이 보통 바람직하다.
마시는 법은 눈으로 와인의 색깔과 투명도를 보고 코로 향을 맡은 후 와인을 입안에 조금 머금은 채 치아 사이로 공기를 빨아들인다. 와인을 입안에서 굴리면서 조화를 맛보면 된다.
좌우간 첫 한 모금은 구강 안 전체적으로 와인 적시는 게 기본이다. 식당 같은 데서는 테이스팅으로 먼저 맛보기 시음을 하기도 한다.
와인의 예절은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 된다.
첫째 와인은 원샷하지 않는다.
둘째 안식구분들은 글라스에 묻은 립스틱자국을 반드시 지운다.
셋째 와인은 소리나게 마시지 않는다.
넷째 다른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어 마신다.
다섯째 와인은 반드시 음식을 다 삼킨 다음 마셔야 한다.
여섯째, 글라스는 다리를 잡아야한다.볼을 잡으면 체온이 맛을 버린다.
와인병 밑을 보면 제법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데 찌꺼기가 약간 있어 다 따르지 말라는 의미와 함께 그 부분을 엄지로 넣고 쥐면 와인 병의 온도에 영향을 덜 주게 되는데 다소 불안하니 조심하고, 보통은 라벨이 보이도록 한 손으로 감싸고 따르되 병을 뱅그르르 돌려 와인 방울이 다른 곳에 흘리지 않도록 해야한다.
와인의 온도는 화이트 와인인 경우 섭씨 12-14°C, 레드 와인인 경우 16-18 °C 가 가장 좋다. 고로 보관도 그에 준하는 것이 원칙이다.
와인병을 세워서 보관하면 와인의 맛을 잃게 된다. 와인을 장시간 보관할 때는 눕혀서 보관해야하는데 이는 코르크의 미세한 틈새로 공기가 투입되면 와인이 산화되기에 항상 코르크 마개를 젖어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마셨던 와인을 보관할 때 하루정도인 경우는 코르크 마개로 잘 막아 냉장고에 보관을 하고 3-7일 정도 보관할 시에는 와인병의 공기를 빼내서 진공상태로 보관을 해야 한다. 그러나 한 번 코르크를 딴 와인은 빨리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코르크마개는 오크나무의 겉껍질인데 포르투갈이 유명하다. 6~7㎝되는 것을 통으로 쓰기 때문에 부산물은 갈아서 실내장식이나 이 지방 특산 선물용품으로 제작하는데 쓴다.
와인 마개를 열고 병 안 테두리를 잘 닦아야하며 잔에 닿지 않게 따르되 너무 높여 소리나게 따뤄서도 안 된다.
다소 고급의 와인 은 코르크 마개 길이가 좀 길다. 값싼 와인은 아예 코르크를 안 쓰기도 한다.
처음 잔에 따르기 전에 뽑은 코르크 마개에 밴 와인 향을 음미해도 좋다. 또 이 마개를 버리지 말고 모아서 와인 가게에 갖다주면 선물을 주거나 할인을 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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