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지금 우리에게 과연 무엇인가?

항공모함 선상에서 이라크 전쟁의 승리를 선언하는 부시의 득의만만한
표정을 보면서 나는 역사를 생각했다.

[* 역사 (歷史, history)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이 경험한 과거 전체, 또는
그러한 인간의 제반행위를 탐구하고 구성하는 역사의 연구 ·서술 또는 역사학.

그리고 좀 더 자세한 의미로 역사는 관념상으로는 있을 수 있어도, 실제로 우리들이
구체적으로 역사와 관계를 갖는 것은 항상 과거에 있어서의 인간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그 대상은 직접 우리들이 지각(知覺)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록문서, 즉 사료(史料)를 매개로 하여 인식된다.
물론 사료는 문헌사료뿐만 아니라 인간에 의해 만들어지고 남은 모든 것이 사료이다.

고문서 ·고기록을 비롯하여 책 ·신문 ·일기 ·서한 등의 문헌은 물론,
가요 ·구비전설(口碑傳說)에서 문자에 의한 전승, 예를 들어 금석문 족보 ·연대기 ·회화,
유물로서의 인골(人骨) ·석기 ·도기 ·집터[住居址] ·언어 등이 모두가 사료이다.
그러나 사료 가운데서 문자에 의한 기록문서가 가장 우위를 점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주(註) 동아 대백과 역사에 관한 기술 중에서 발췌]


유프라테스에서 티그리스를 관통하는 지역
에덴동산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구전으로 떠도는 지역,
타락한 도시민을 구하려는 하나님의 안타까움으로 선지자 요나를 파견했던 니느웨성이 있던 지역,
하나님의 물의 멸망을 피하려는 인간의 욕망으로 건설되다 무너진 바밸탑이 있던 지역,

그 이라크를 점령한 부시는 어제의 그 연출이 다만 전쟁의 승리자로서의 모습만이 아니라
이미 재선도 이길 것이라는 확신에 찬 모습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의 그 득의 만만한 표정에서 이라크에 소장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인
역사 유물과 문화재가 파괴되고 약탈당한 안타까움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바벨론(고대 신 바빌로니아제국)의 느부갓네살(네부카드네자르)왕이, 대 제국 아시리아를 멸망 시키고
지금의 이라크만이 아니라 시리아 팔레스티나(현재의 이스라엘)및 이집트 여러 땅들을 점령하고
전 지구를 호령했던 표정도 아마 어제의 부시가 보였던 승리자의 의기양양한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잠시 더듬으면서 지금 부시를 필두로 한 미 제국주의자들의 사후 모습을 그려보는 상상에 빠져본다.


앞서 잠시 인용했듯이 역사는 고문서 고기록 뿐만이 아니라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이 남긴 모든 매개체가 곧 역사의 기록물로 남는다는 학술 용어가 아니라도
가깝게는 내 할머니 아머니가 사용하다 시골집 헛간에 버려진 듯 케케묵은 먼지가 쌓여있는
베틀이나 물레에서도 아이들에게 산 역사를 가리켜 본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과연 저 득의 만만한 표정으로 전 세계를 제압한듯한 부시의 표정은
분명히 영상의 기록물로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도 남을 것이다.

단지 지금 부시의 승전기록을 역사적 관점에서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는 아마 미루어 보건데
인류 문화의 파괴자, 자신의 정치생명의 연장을 위하여 타국을 침입,무죄한
민간인들을 무수히 학살한 학살자,라는 기록들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을 이미 짐작할 수가 있다.

이미 우리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등의 군사정권에 대한 현존하는 사가들의 기록으로도
그 단초들을 볼 수 있으며 요즘 티브이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무인시대]의
이의방이나 이의민, 정중부등 무인들의 무참한 살육들을 생생히 보고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록 드라마라는 형식의 장르를 채택해서 생기는 여러 오류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역사의 기록자들은 참으로 냉정하다.

잠시의 철권통치와, 잠시의 기세등등한 힘에 억눌려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하는 것 같으나
소리없는 다수의 구전으로나 소수의 기록으로 남겨지는 그 역사의 기록들은 참으로 냉정한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 사실들 앞에 아무도 자유롭지 못하다.
회사사(會事史),가족사(家族史),심지어 작은 모임에 이르러서까지.....

기록앞에서 우리 모두는 언제나 피 감시자인 것이다.
사이버 친목단체인 이 열린 마당의 대청마루에 대한 역사에서 까지도...

이 기록의 역사 앞에서 우리 모두 숙연해져야만 한다.


2003,5,3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남도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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