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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와 청양고추







      털 알레르기 중증이 있는 같이 근무하는
      지혜모친(친구)의 핸폰이 어느 날은 몇 차례 부산스러웠다.


      9개월 전에 입양해 온 강아지 깐돌이의 몸뚱이 털 삭발행사를 위해
      애견 미용실에 데불고 갔더니,
      워낙 난리 블루스를 하는 바람에 손도 못 대고 치를 떨며
      동물병원에서 임시 마취시키려 한다는 지혜의 다급한 보고들이었다.


      익스프레스 사업을 하는 그녀의 옆지기가 우째저째한 사연으로
      얻어 온 새끼 강아지..
      제법 족보 있는 명견인줄 알았더니 키우면서 보니
      하찮은 변종(便種)이어서 실망이 우라지게 컸다나~


      울 집에는 기본적인 미용기구가 있어서 깐돌이의
      털깎이 청탁을 간절히 해왔지만,
      아무리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3개월 기어서 배운
      내 시원찮은 두발 깎기 실력이지만 자존심이 있지
      어찌 사람털도 아닌 개털에 잘난 목숨을 거랴!~

      대답은 단연 노!~노!~노!~ 였다.


      희비가 엇갈린 곡절을 넘긴 강아지 민둥머리 만들기는
      퇴근하면서 찾아다 놓으라는 지혜의 엄명에
      지 어무이 순종하는 흉내는 내었지만,
      깐돌이 때문에 부딪치는 남다른 스트레스는 그녀 뿐 아니라
      사무실 직원들의 일과장에 빼곡이 쓰고도 남으리라.


      친구 옆지기를 비롯, 그녀의 쌍둥이 딸들은 엄마의 기분에
      좌우 될 깐돌이의 운명에 온 촉각을 곤두세웠기에
      어디로 귀양을 보낸다는 건 일찌감치 포기하고 체념했지만..
      수시로 개 기저귀를 대신해야 했기에 애매한 벼룩시장紙는
      꽂아 놓는 이가 미워 할 만큼 날마다 때마다 자전거로 실어다 날랐고..


      철 바뀌어 가며 각양의 패션에 과분할 변견 옷을 만들기에
      점심요기를 축내 가는 열심을 더하거나..
      하루 일정한 간식을 위해 아빠는 300원 짜리 소시지 하나씩
      일수 찍듯 하고..
      딸들은 방학중 번갈아 계란 프라이, 라면 끓여 내기 바쁘고..


      미워하는 와중에도 친구는 혼자 집 지킴이 안쓰럽다고 설교 테이프 종일 틀어
      개 더러운 성질 자중되어지길 기도하며
      "은혜는 울 집 개새끼가 내 대신 다 받잖아~" 더니


      유난히 개껌은 싫다하고 아무거나 물어 뜯어놓는
      못된 버릇 없애려고 출근하며 던져주는 사탕의 수만큼
      깐돌이가 커가면서 부딪치는 씨름접기는 절대 아니올씨다였다.


      오죽 허니~
      사무실 청양고추 따봉 좋아하는 부산 아지매..
      친구의 개사랑, 개푸념, 개재롱 듣자하니 부화 터지고 속 뒤집어져서
      날이 갈수록 상상 저울로 달아진 무게를 어림 읽고는 5인분..7인분..되뇌며
      "그 개새끼 된장은 은제 바를 낀데?"
      월매나 침 삼키며 벼르고 별러 샀는지.


      개 사료먹이 뿐 아니라
      온갖 사람먹이는 가리지 않고 다 먹는 변종 중에 변종은
      제 주인 닮아서 유난히 잘 먹는 것 하나있는데..
      허연 무우 먹어치우는 날렵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여서
      자고로 킬러 급에 도전했었다.


      벌써 도마 끝에서 무를 썰라치면 깐돌이의 귀는 각별한 센서가 작동하고..
      무가 특별히 단맛이 나는 것도 아니고 바삭거리는 비스킷의 흥도 아닐텐데
      그 무덤덤함이란 아삭거리는 기분으로 속되게 먹는 맛을 느끼는 건지..


      하루는 저기압에 심드렁해진 친구가 장난으로
      "에이~씨, 청양고추인들 니 녀석이 못 먹을까 보냐~" 싶어
      눈감고 하나 넌지시 던져준 게 지나친 화근이 되어서
      한 번 베어 물고 화다닥~
      두 번 베어 물고 안저리 부저리~
      세 번 베어 물고 캑캑 토악질~

      눈동자까정 붉어지면서도 계속 먹는걸 웃음을 참고 보다못해
      쉽게 한 자신의 행동을 자책하며 그리 생각했다나?


      "역시.. 변견의 아이큐는 시대를 앞서가는
      인간을 능멸할 주제는 못되는구나!" 하고 글씨.......

      그 바람에 그 집 현관 문지방 열나게 굼불 붙었었지.









      쇼팽/강아지왈츠 Db장조 '강아지' Op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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