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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서루나


한 여자가 있었네


Peace


한 여자가 있었네.
그 여자 물푸레나무처럼 가냘펐었네.
지 몸속의 초록 이파리 물에다 띄워놓고
가끔은 속눈썹 적시며 눈물도 흘렸네.


어느 날 그 여자
구름을 물고 있는 하늘을 잡아당겨
새(鳥) 점을 쳐보네.
까치가 노래하면 기쁜 소식인가요?
까마귀가 울면 슬픈 소식이 들리던가요?
그 여자 감나무 가지에 귀 기울여
새들의 음색을 밝히려하네.


그 여자 한 사람을 사랑했네.
나무숲이나 바위틈에 가려진 그 사람
눈을 감아야 만이 볼 수 있고
마음의 별들이 반짝거려야 만이
만질 수 있는 그 사람.


그 사람 저 수평선 너머 썰물처럼 멀어졌다
못견디게 그리워 밀물되어 다가오네.
그 여자 멀어지는 슬픔과
다가오는 기쁨을 악보에 그려넣네.
그 여자 결코 울지 않으려하네.
구속하지 않으려하네.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풀어 놓으려하네.


한 여자가 있었네.
물푸레나무처럼 가냘픈 그 여자
맑은 물에 띄워놓으면
지 몸속의 초록물 아낌없이 우려주는
수정목 물푸레나무.


한없이 퍼주고도 못내 아쉬워
바닥까지 다시 들여다 보는
한 사람을 사랑한 그 여자.
낮은 바람까지 쓸어모아
악보에 그려넣고
나무잎에 달려있는 햇볕을 쪼으면서
새 처럼 자유롭게 사랑을 노래하네.
물푸레나무같은 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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